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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기아자동차 쏘울 EV, 한국형 전기차의 현주소

기사승인 2015.03.1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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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개최된 국제전기자동차박람회에 기아자동차 쏘울 EV가 전시됐다. 기아 쏘울 EV는 지난해 4월에 출시됐다. 기아차로서는 레이 EV이후 2년만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로서 배터리 용량과 복합주행거리를 늘린 모델로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은 모델이다. 지난해 414대가 팔리면서 단일 모델로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이다.



기아차 쏘울 EV를 제주에서 시승했다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다. 우선 제주도는 제주도 이외의 지역과는 전기차에 대한 정부보급의지가 완전히 다른 지역이다. 2015년 전기차 보급대수 3,000대 가운데 절반인 1,500대가 제주에 집중된다. 전기차에 지급되는 지원급도 모두 합쳐 2,200만 원으로 전국 최고다. 다만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파워플라자의 경상용 전기차 ‘피스’는 1,700만 원만 받는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승용형 EV는 모두 6종, 기아차 쏘울 EV와 레이 EV, 쉐보레 스파크 EV, 닛산 리프 EV, 르노삼성 SM3 EV, BMW i3다. 지난해 판매량으로 살펴보면 기아차 쏘울 EV가 414대, 레이 EV가 202대, 르노 삼성 SM3 EV가 309대, 쉐보레 스파크 EV가 13대, BMW i3가 170대를 판매했다. 제주에서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판매가 시작된 시기는 2012년으로 누적 판매량으로 보면 레이 EV가 1,147대, 쏘울 EV가 513대로 기아차 점유율은 전체 55.1%로 가장 높다.



현재 기아자동차의 충전소와 정비소 워크스테이션 등 기반시설 구축도 가장 잘 되어 있다. 무엇보다 기아차는 현대캐피탈과 더불어 리스 상품을 운용하는 유일한 브랜드다. 차량가격 4,250만 원 쏘울 EV를 리스 상품으로 구매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다. 월 2만 원하는 전기자동차 공공충전카드를 사용하면 추가비용이 거의 없다.




친숙한 외모로 햄스터 연상시키는 디자인

BMW i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내연기관으로 개발된 일반 양산차를 전기자동차에 맞게 만든 개조차를 만들고 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전용부품을 좀 더 다양하게 집어넣었다. 전기차 전용 범퍼와 휠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재를 개선하고 계기반의 모양을 전기차에 맞도록 새로 개발해 집어넣었다. 대형 터치스크린도 전기차가 전해야할 잔류전력량과 같은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도록 만들었다.



전기차에 어울리는 레터링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친숙한 쏘울의 내외부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디자인을 다르게 만들었고, 소재의 질감을 좀 더 고급화 함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파워트레인을 개선하는 것 이외에 전기차 만의 특별한 감성을 전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칭찬할 만한 점은 배터리로 인한 공간의 침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번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IEVE)에 같이 전시된 BYD나 위나의 전기자동차와는 분명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물론 BMW i시리즈는 한발 더 앞서 나아갔지만 가격문턱이 높다. 1열과 2열 그리고 적재공간까지 일반형 쏘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쏘울 EV의 가격은 4,250만 원인데, 지자체 보조금을 더한 보조금 총액 2,200만 원을 빼면 2천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운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을 하다가 만난 제주도민은 ‘AC교류방식으로 충전하는 르노삼성 SM3가 급속충전시 완전히 충전되는데 반해, 차데모 방식을 쓰는 기아차는 급속충전시간이 더 빠르긴 하지만 80%까지 밖에 충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IEVE)와 함께 개최된 각 브랜드의 제주도민을 위한 시승회에서도 에어컨 작동시나 도로상황과 연식에 따라 변화되는 주행거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도시민들이 생각하는 전기차 인식보다 상대적으로 한발 더 앞서 있었다.




낯선 주행감각이지만 신뢰할 수 있어

시동버튼부터 다르다. ‘출발 & 정지(Start & Stop)’ 대신 ‘파워 온(Power On)’이다.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에 신호가 뜨면 이제 주행준비는 마쳤음을 알려온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나감에 따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노면과 타이어의 마찰음 그리고 바람을 조용히 가르는 기분좋은 소리만이 실내에 나지막히 들려왔다. 순간 입이 오므라지며 ‘오~’하고 생경한 순간을 즐기게 된다. 전기차를 시승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시승할 때 마다 길들여져온 스스로의 습관과 배치되는 느낌에 낯설기만 했다.



시승코스는 제주도 중문 일대와 남원 그리고 표선을 왕복하는 올랐다가 내려갔다 돌아가는 길이 줄지어 펼쳐졌다.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조합이 거친 숨을 내뱉는 내연기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터라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이 기계적으로도 다르겠지만 주행을 한다는 즐거움은 다르지 않았다.



쏘울 EV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용량은 27kWh로 현재 제주도에서 시판되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크고 주행거리도 148km로 가장 길다. 전기차를 부지런히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적어도 주행감각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1초 정도였고, 최고시속은 145km로 주행파워도 불만을 찾을 요소는 없었다.



직선주로에서 안정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급격한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꺾어보니 확실히 배터리의 무게는 부담스럽게 짓누른다. 오르막길에서 차체를 밀어붙이는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평균 몸무게 80kg이 넘는 성인남성 3명이 타고 있어도 가속력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좌석공간도 쏘울의 기본적인 크기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배터리나 다른 부품으로 인해 실내공간을 침해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납공간도 곳곳에 배치돼 쓰기 편했고, 2열의 무릎공간과 머리공간도 편안하고 넉넉한 편이었다. 특히 실내는 전기차답게 밝은색 가죽시트와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스티치를 가미했는데, 쓰기에도 보기에도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충전소요시간이 급속으로 한다고 해도 24분(100kW 충전기)에서 33분(50kW 충전기)이 걸린다. 완속충전을 하면 4시간 20분(6.6kW 충전기)가 걸린다. 내연기관에 비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단점으로 꼽자면 듀얼 프로젝션 헤드램프의 밝기가 너무 어둡다는 점이다. 거리에 가로등이 없었다면 거북이 운전을 해야 할 꼴이다. 또 EV 전용 알로이 휠은 어색하고 차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더욱이 민간보급사업 공모에 참여해 당첨되어야 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제주를 벗어난 이외의 지역에서는 쏘울 EV가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제주에서 만난 쏘울 EV는 가격경쟁력과 더불어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파워트레인 까지 합리적인 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닛산 리프나 BMW i3 등 매력적인 모델들의 전기차 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쏘울 EV의 현재 위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게다가 차후 전기차 시장에 도전을 예고한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기아차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위태로운 숫자다. 지금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김경수 kks@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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