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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풍의 언덕에서 만난 인피니티 Q70

기사승인 2015.03.13  09: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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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닛산이 인피니티 Q70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에서 시승회를 개최했다. 시승구간은 중문으로부터 성판악을 거쳐 해안도로에 이르는 코스로 제주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Q70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시승회 전날 눈과 비가 번갈아 왔지만 시승회 당일은 날씨가 아주 상쾌했다. 하지만 성판악을 오르는 일부 도로는 여전히 위험구간이 존재했다.



인피니티 Q70은 새로운 명명체계로 바뀌면서 이전의 이름이었던 M의 새로운 버전이다. 해외보다 선택할 수 있는 숫자는 적지만 국내에는 디젤엔진이 탑재된 3.0d와 3.7, 3.7 AWD 모델이 있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2년에 1세대를 시작으로 2005년 2세대, 2010년 3세대 이후 지금의 4세대 모델로 거듭난 것이다.



이전 인피니티 M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글래머러스한 휀더의 볼륨과 날렵한 눈매의 헤드램프 그리고 강렬한 선과 면의 조화가 대조를 이뤘던 차체 디자인은 인피니티를 대표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광폭한 엔진의 파워를 바탕으로 뿜어내던 퍼포먼스 파워는 한동안 마음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다시 마주한 신형 인피니티 Q70.

이미 작년에 인피니티 Q50이 인피니티의 실력을 보여준 바 있어서 Q70은 또 어떤 과격한 퍼포먼스를 발휘할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번잡한 마음을 눌렀다.




인피니티 Q70, 풍요와 관용이 묻어나는 디자인

인피니티 Q70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이미 많은 선대모델들이 보여준 볼륨감과 물결치듯 흐르는 선의 조화를 바탕으로 일체감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신형 인피니티 Q70은 그 정점에 이른 듯 하다. 특히 메쉬 타입으로 바꾼 그릴과 더블아치 타입의 프론트 범퍼, 매의 눈을 형상화한 듯한 헤드램프는 크롬으로 덧댄 안개등과 더불어 살아있는 듯한 생물을 연상하게 한다. 시동을 켜고 헤드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마치 그 생물의 잠을 깨운 듯 생동감이 넘친다.



쿠페형의 루프라인으로 옆면은 잘 마무리했고, 전후의 휀더 볼륨감과 필러의 아찔한 각도는 스포츠카의 그것과 닮아 있다. 창문은 다소 좁은 듯 한데, 실내에서는 그다지 좁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리어램프는 면발광 타입 LED로 마무리해 최신감각을 따랐다. 남성적인 각을 줘서 날카롭게 벼리지 않고 부드러운 스윙타입의 바 형태로 휘고 꺾어져 만만치 않은 표정을 갖고 있다. 리어범퍼의 볼륨감도 툭 치면서 ‘살아있네~!’를 외칠 만큼 빵빵하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인피니티의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볼륨감과 사이즈를 키워 플래그십의 모습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또 놀라운 점은 앞으로부터 시작해 옆라인 그리고 뒷부분까지 모두 한 덩어리처럼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선과 면의 향연은 차체디자인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묘한 쾌감을 만들어 냈다.



인테리어는 고급감을 살리기 위해 깊은 광택이 우러나는 우드그레인과 인조가죽으로 감싼 시트 그리고 크롬으로 포인트를 살린 센터페이시아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인테리어도 외관의 디자인과 궤를 같이 하기 위해 볼륨감과 선의 조화가 확연히 강조된 모습이다. 인테리어도 패밀리룩을 그대로 가져온 모습인데, 볼륨감과 버튼의 크기 그리고 각종 디테일을 종합적으로 한단계 고급화한 것이 포인트다.



특히 뒷좌석은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았는데, 대형 세단의 안락함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했다. 수납공간도 착실히 챙겼고, 작은 버튼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 어느 한 부분에서도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잘 마무리했다.




폭풍처럼 몰아친 인피니티 Q70



인피니티 Q70은 중형 세단으로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를 경쟁차종으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 클래스의 세단류 소비자들은 경제성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피니티 Q70은 아직 경쟁자들의 내공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경쟁자들보다 각종 수치상에서 우위를 보인다. 전장은 4,980mm로 가장 길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인피니티 Q70은 플래그십으로 향후 몇 년간 인피니티의 맨 앞자리에서 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 탑재된 3.7리터급 가솔린 엔진은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엔진이다. 리콜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결점이라고 평가하는 이 엔진에 대한 인피니티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고회전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엔진으로 이미 베이스 엔진 모델을 만든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시대에 맞게 수정시켜 최신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를 수 있도록 가꾸어냈다. 최고출력은 외우기 쉽게 333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7kg·m으로 동급의 평균수준이지만 출력에서는 상당히 앞서고 있다.



무엇보다 달리기 성능은 경쟁자들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으므로 ‘개성’이 중요한데, 인피니티는 그것을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바로 시작부터 인피니티 측이 강조한 ‘퍼포먼스 DNA’로 강렬한 성능을 개성으로 부각한 것이다. 사실 좌석은 편안했고, 서스펜션도 시종일관 조용하고 나긋한 차체와 잘 어울려 주행을 해나갔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 그리고 스포츠다. 플래그십다운 점잖은 드라이브를 위해 차라리 스포츠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게다가 이날 시승의 선두를 맡은 드라이버는 임성택 감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드라이빙 마스터 가운데 하나다. 차에 올라 무전으로 들려온 그의 한마디는 “저만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였다. 시작부터 맹렬하게 몰아친 시승은 제주의 각 구간을 달리고 서며 돌아나갈 때 인피니티 Q70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조용한 드라이브를 원하면 그에 맞는 스타일로 가다가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돌리고 엑셀에 힘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맹렬한 배기사운드를 내뱉으며 튀어나갔다.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달라지고 엑셀에 대한 반응도 날카롭게 변했다. 특히 엑셀을 깊게 밟으면 배기음이 터져 나오는데, 깊고 묵직한 사운드는 누구라도 한번에 매료될 만큼 인상적이다. 인피니티 Q70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해 음악도 멋지게 들려준다지만 엔진과 배기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압권이다.



어떤 속도에서도 주행 시 편안한 감각을 유지했다. 풍절음과 노면의 소음도 효과적으로 차음을 시켰고, 동승적에서도 안정감은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서스펜션은 어떤 주행 모드에서도 완벽하게 차체를 받아들였다. 승차감이 단단한 것은 절대 아니다. 부드러움 속에 허둥대지 않고 차체를 주행상황에 맞게 안정시켜줬다. 회전에서는 중형세단의 크기로 볼 때 타이트 하게 돌아나가면서도 리어의 추종성을 유지시켰다. 특히 후륜중형세단의 경우 회전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미끌리며 어지럽게 뒤뚱거렸는데 인피니티 Q70에게는 그런 걱정은 없었다.



브레이크에서도 아쉬움은 없었다. 잘 서고 받쳐주는 믿음직한 물건이었다. 분진이 좀 많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시승을 마친 후 휠이 눈에 띄게 더러워지진 않았다. 다만 거칠게 몰아친 시승으로 인해 타이어와 브레이크쪽에서는 냄새가 심할 정도였다. 중형 세단 플래그십 다운 면모로 볼 때 부족한 명성과 독일차의 득세를 뚫을 정도의 드라마는 없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주행감각이 시원하고 경쾌했다.



일반적인 독일차보다 더 개성을 원하는 중형세단 소비자들에게 인피니티 Q70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독일차가 주지 못하는 호쾌함이 인피니티 Q70에게는 존재했다. 독일차에 비해 감성적으로 앞서가진 않지만 좀 색다른 느낌의 드라이빙 감각이었다. 인피니티는 Q50의 성공으로 국내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Q70을 선보이는 인피니티 관계자들의 눈빛에는 그런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경쟁모델들이 너무 강력하다. 일명 레드오션이라고 불리는 이 세그먼트에서 인피니티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 Q70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수 kks@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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