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로-피에라(Rho-Fiera)에서 열린 EICMA 2024에선 타 브랜드들의 신제품 발표가 저조해 아쉬움이 남았으나 그나마 혼다가 다양한 신제품 발표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재밌는 건 작년엔 마지막으로 발표한 신제품 CBR600RR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던 반면, 올해는 마지막 신제품 발표와 함께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바로 V3 엔진 콘셉트 때문이다.
과거 1980년대 중반에 3기통 엔진으로 NS400R이라는 제품을 선보인 적이 있긴 하지만 오래 유지하진 않았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 선보인 비대칭 엔진은 WGP에서 모토GP로 전환되며 2행정 레이스 모터사이클을 4행정으로 변경하던 200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RC211V의 V형 5기통 엔진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모토GP라는 특수한 레이스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엔진이었을 뿐 양산으로는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V3 엔진은 수십 년만에 부활한 비대칭 V형 엔진이 되는 것이다.
이번 V3 엔진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이 중 2027년 변화하는 모토GP 규정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신빙성이 높아보인다. 모토GP는 현행 1,000cc 엔진을 850cc로 낮출 예정인데, 이에 발맞추기 위한 엔진을 개발하면서 여기에 슈퍼차저를 달아 새로운 플래그십 슈퍼스포츠로 선보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동 과급기의 경우 회전수를 높여 성능을 한계까지 뽑아내는 모토GP와 달리, 양산 모델은 내구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춰야 해 전동 과급기를 사용해 저중속 토크와 고속까지 다양한 구간에서의 성능에 발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V형 엔진의 특징은 실린더 간 각도를 75도로 구성해 전방에 2개, 후방에 1개의 실린더를 가지고 있으며, 엔진 상단에 모터사이클 최초의 전자식 압축기를 조합한 슈퍼차저 방식의 엔진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저중속대에서 높은 토크를 제공하게 된다고. 엔진이 어느 정도의 배기량을 갖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혼다는 이 모델이 ‘고배기량’의 모터사이클을 위해 새로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고, 슈퍼차저를 먼저 사용하고 있는 가와사키 H2 시리즈의 경우 1,000cc 배기량으로 1,400cc급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파워를 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 리터급 이상의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가 일정 단계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모터사이클 시장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일부 브랜드에서 완성된 전기 모터사이클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기도 했는데, 이번에 혼다는 2대의 전기 모터사이클 콘셉트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동화를 준비하는지 공개했다.
EV 펀 콘셉트는 모터사이클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네이키드 스타일의 모델로, 최근 선보이는 여러 전기 모터사이클과 달리 내부에 고정식 배터리를 설치한 혼다의 첫 번째 전기 스포츠 모델이다. 혼다 자동차 및 파워 제품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현 전기차에서 사용중인 CCS2 방식(7+2핀)의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충전의 문제도 걱정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혼다에서는 이 제품이 ‘중형’ 내연기관 모터사이클 정도에 해당한다고 밝혀 성능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파워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는 2025년 예정으로 혼다에서는 도심에서의 사용에 충분한 1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사용에선 고속 주행 등으로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빨라져 인증받은 것보다 낮은 주행거리를 보여주는 만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성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하나는 EV 어반 콘셉트로, 기능 중심의 디자인에 커넥티드 기술, 교환형 배터리 팩 등을 적용해 도심에서의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적합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에 대해선 성능이나 배터리 용량, 주행 거리 등의 주요 정보를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배터리 교환식 전기 스쿠터 등의 성능을 고려하면 교외 이동보다는 배터리 스테이션이 설치된 지역 내에서의 이동 정도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이번 두 EV 콘셉트 모델을 추가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0개의 전기 모터사이클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스쿠터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온 PCX가 4년만에 변화를 맞았다. 기존 스쿠터와는 크게 다른 스타일에 브러시리스 모터를 바탕으로 한 아이들링 스톱 기술의 도입으로 신호 대기 등의 정차 시 공회전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등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모델이다.
이번 신형에서의 변화로는 5인치 TFT 디스플레이의 도입이 가장 눈에 띈다. 125cc 모델의 경우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LCD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 신형부터 TFT가 도입되어 향후 타 브랜드에서도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변화를 통해 스마트폰 연결 기능이 더해져 음악 재생이나 전화 송수신 등이 가능하고 몇몇 지원국가에서는 혼다 로드싱크 기능을 사용해 내비게이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XL750 트랜잘프는 선보인지 불과 2년 만에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업데이트도 앞서 소개한 PCX와 마찬가지로 혼다 로드싱크 기능의 확대 적용을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지만, 여기에 디자인 변경 등 소소한 업데이트가 더해졌다. 우선 전면부가 아프리카 트윈과 닮은 습으로 바뀌었고, 프로젝터 방식의 듀얼 LED 헤드라이트가 장착됐다. 여기에 상부 페어링, 윈드스크린, 중앙부 카울 등을 다듬는 등 소소한 디자인 변화들이 더해졌다.
혼다 CB750 호넷 |
혼다 ADV350 |
CB750 호넷과 ADV350도 비슷한 변경들이 이뤄졌는데, 5인치 TFT 디스플레이 적용과 혼다 로드싱크 기능 지원 등이 공통적으로 추가됐고, 호넷은 노면 피드백이 보다 잘 전달되도록 새로운 서스펜션 설정이 적용됐으며, ADV350은 후면에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는 피기백 방식의 쇼크 업소버를 장착하고 트렁크 조명, 방향지시등 자동 취소 기능도 더해졌다.
혼다 GB350S |
이 밖에도 클래식 모터사이클 GB350S가 유럽 시장에 처음 출시를 알렸고, 유럽 내 인기 모델 중 하나인 NC750X, CRF300 시리즈 등도 신제품이 발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