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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첨단 기능을 더한 4기통 엔진의 강력함, 스즈키 GSX-S1000GX

기사승인 2024.04.16  10: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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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터사이클의 트렌드는 가성비다. 예전에야 고성능의 신형 엔진을 앞세운 신제품들을 브랜드마다 줄지어 선보여왔으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여기에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겼다. 대표적인 것이 미들급 4기통 제품의 단종으로, 덕분에 시장에서는 600cc 호몰로게이션 모델은 단종 수순에 들어가고 인증이 필요없는 레이스 전용 제품만 소량 생산하는 정도로 바뀐 상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4기통 제품, 특히 1,000cc급 4기통 모델 역시 브랜드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으로, 벌써 중장기적으로 단종을 결정한 곳도 있을 정도여서 조만간 일부 브랜드에선 4기통 모델을 찾아볼 수 없는 슬픈 상황을 곧 마주할 듯하다.

그래도 이런 상황 속에서 4기통 신제품이 조금씩이지만 나오고 있는데, 스즈키에서는 2005년형 GSX-R1000의 4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한 GSX-S1000 시리즈를 통해 4기통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첫 모델인 GSX-S1000을 시작으로 GSX-S1000F, GSX-S1000GT를 차례로 선보인 스즈키는 지난 2023년 밀라노 모터사이클쇼에서 신제품 GSX-S1000GX를 출시했는데, 올해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시승차가 마련되어 제품을 받아 기존 S1000 시리즈와는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았다.

일단 스즈키에선 제품명에 GX를 사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델명에 이 제품의 핵심적인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바로 X가 의미하는 바는 ‘크로스오버’로, 이종간의 결합을 뜻하는 ‘하이브리드’라는 같은 의미의 단어도 있지만, 이는 주로 파워트레인, 즉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것을 통칭하기 때문에 형태적인 결합의 경우 크로스오버를 주로 사용한다. 자동차에서는 세단과 SUV를 결합시켜 기존 세단보다 높은 차체로 넓은 시야를 제공하면서 SUV보다 안정적인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을 일컫는데, 이 GSX-S1000GX는 높은 운동성의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편안한 포지션의 어드벤처를 결합한 ‘온로드형 어드벤처’ 정도의 모델로 이해하면 쉽다. 이미 다른 브랜드 여러 곳에서도 시도하고 있는 모델이고 스즈키에서는 기존 브이스트롬도 있으나, 이들은 전부 2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하는 점도 그렇고, DE 모델을 통해 본격적인 오프로드 지향의 모델로 방향을 설정한 반면, GSX-S1000GX는 4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하고 전반적인 구성이 온로드를 추구하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체 전반은 최근 스즈키의 디자인 방향성에 발맞춰 대단히 날카롭고 각이 선 모습이다. 특히 전면 헤드라이트 주변 페어링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카타나를 시작으로 점차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2연장 세로형 헤드라이트를 배치했는데, 좌우로 LED 주간주행등을 더해 날카로운 표정을 완성하며 제품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위로는 3단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윈드스크린이 보이는데, 기존 GT에서는 저변 페어링이 윈드스크린을 감싸는 형태였던 반면, GX 모델은 페어링 위로 윈드스크린이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어드벤처 스타일의 모습과 닮아있다.

핸들바는 기존 GT와 동일한 형태지만, 다른 점은 손을 보호할 수 있는 너클 가드가 기본으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핸들바에도 열선 그립을 더해놓아 겨울에도 우수한 조작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계기판은 6.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주행 정보를 선명하고 빠르게 표시할 뿐 아니라 차량의 각종 장비들의 설정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 등까지 다양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편리한 사용에 한 몫 한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을 고려해 계기판 왼쪽으로 USB 충전 포트도 마련해놓았다.

핸들바 아래로 눈을 옮기면 이번 신제품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전자식 서스펜션이 그것. 스즈키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이번 GX에 전자식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보통 쇼크 업소버에만 적용하던 예전과 달리, 앞뒤 모두에 전자식 서스펜션을 적용한 덕분에 여러 조건에 맞춰 세팅을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 계기판 메인 화면에서 간단하게 설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차량 설정 메뉴에서 상세하게 설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어렵고 복잡하다면 차량이 정보를 파악해 최적의 상태로 맞춰주는 자동 메뉴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시트는 앞뒤 분리형이며, 시트 뒤로 그랩 바 대신 패니어 케이스를 장착할 수 있는 렉이 기본 적용되어 있다. 또한 좌우로 옵션으로 발매되는 사이드 케이스를 장착할 수 있는 홈이 나 있어 별다른 가공 없이 바로 장착 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GSX-S1000GX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S1000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2005년형 GSX-R1000의 수랭 4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해 성능은 최고출력 152마력/11,000rpm, 최대토크 10.8kg·m/9,250rpm을 낸다. 마니아들 입장에선 ‘매번 같은 엔진에 외형만 조금씩 바꿔 나오는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 검증된 엔진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확실히 강력한 엔진인 만큼 성능 면에서는 긴말이 필요 없다. 특히 기존 엔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최근 추세에 맞춰 저중속 토크에 초점을 두고 설정을 변경했기 때문에 차량 흐름이 많은 도심에서의 운행에서도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일이 없고, 각 기어마다 대응하는 속도 범위가 넓어 잦은 변속으로 인한 불편함도 없다. 여기에 다양한 첨단 장비가 보조해 주행을 편리하게 돕는데, 도심에서는 저RPM 보정 시스템과 파워 모드가 있다. 저RPM 보정은 예전부터 스즈키 차량에 적극 도입되어 온 기능으로, 출발 시 클러치 조작이 감지되면 RPM을 살짝 끌어올려 출발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기능이다. 파워모드는 엔진 출력 특성에 변화를 주는 기능으로, 가장 강력한 A(액티브)와 가장 부드러운 C(컴포트), 그리고 중간 정도인 B(베이직)이 있어 상황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도심 주행에서라면 덜 예민한 C 모드를 선택해 피로도를 낮추고, 도심 구간을 통과한 후에는 B나 A로 전환해 시원한 주행을 즐기면 된다.

도심을 벗어나서 주행 모드를 B로 바꾸고 달리기 시작하자 기대했던 대로 쭉쭉 뻗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의 20년 전의 엔진임에도 강력함은 어디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롱 스트로크 방식의 엔진은 묵직하게 치고나가 느낌이 시원하다를 넘어서 호쾌하기까지 하다. S1000GX가 슈퍼스포츠였다면 모자란 가속력이 아쉬웠겠지만, 투어러를 지향하는 만큼 이 정도 가속력이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경쾌함을 더하는 퀵 시프트도 더해져 가속이 끊어짐 없이 쭉 이어져 스포티한 주행도 소화하는 데 문제 없다.

서스펜션 세팅의 경우 계기판 메인 메뉴에서는 쇼크 업소버를 변경할 수 있는데, 탑승자나 짐 여부에 따라 예압(프리로드)이 조절되며 가장 단단한 1인 승차부터 가장 부드러운 2인 승차까지 3단계로 변경되기 때문에 이러한 탑승 조건 뿐 아니라 노면 상황에 맞춰 빠르게 변경해주면 승차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면의 경에는 차량 설정 메뉴로 들어가 상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데, 와인딩이나 서킷 등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설정을 통해 한차원 다른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적극 추천한다.

물론 이러한 개인화 설정외에도 전자식 서스펜션이 하는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스카이 훅 서스펜션 기술은 노면 상화에 맞춰 접지력과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노면 적응형 서스펜션 기술과 차량 속도에 맞춰 설정을 최적화하는 속도 적응형 기술이 더해져 요철이나 굴곡이 많은 도로를 지나갈 때 차량의 상하 흔들림을 최소화해준다. 또한 모터사이클은 차체 구조 상 급제동 상황이나 내리막 주행 시 차량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앞 서스펜션이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 때문이다. 차량 앞부분이 가라앉게 되며 운전자가 앞으로 쏠리며 균형을 잃고 차량 제어가 어려워지는데, 이러한 상황을 차량 내부 IMU(관성 측량 장치)가 감지해 앞으로 쏠리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준다. 이런 과정들은 차량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 진행하는 만큼 걱정할 필요 없이 주행에만 집중하면 된다.

제동은 브렘보 캘리퍼가 앞바퀴에 좌우로 장착되어 있어 기본적인 제동 성능도 우수할 뿐 아니라, IMU를 기반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 코너링 등에서 차량이 기울어진 상태로 제동이 이루어질 경우 이를 감지해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압력을 조절하는 모션 트랙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해져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차체를 멈춰 세울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은 5단계로 개입 단계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코너에서의 가속에서도 뒷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슬라이드 컨트롤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스포츠 주행을 즐긴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기능들이 갖춰져 주행을 돕는데, 상세한 설정이 번거롭다면 통합 주행 모드 셀렉터를 활용해 일괄적으로 변경하면 한결 편하다.

최근의 추세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브랜드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편안함을 강조한 모델을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즈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GSX-S1000GX를 통해 시장에 참전을 선언했는데, 검증된 엔진과 역대 라인업 중 가장 많은 혁신이 이루어진 만큼 라이더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GT보다 높은 2,149만 원의 가격표가 조금 부담일 수 있겠는데, 전자식 서스펜션과 각종 첨단 기능이 더해진 만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닐까. 250만 원의 차이로 포기하기엔 아쉬운 것들이 너무 많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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