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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캐딜락 SRX, 아메리칸 럭셔리 크로스오버의 대표주자

기사승인 2015.03.23  14: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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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SRX는 미국식 럭셔리 크로스오버의 해석방식을 정확히 보여주는 몇 안되는 모델 가운데 하나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만큼 가격과 제원은 상당히 럭셔리 하다. 하지만 과연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고 서고 도는 능력을 경쟁차들 만큼 제대로 갖췄을까? 독일자동차들이 득세하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값어치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날까? 지금 캐딜락을 생각할 때 누구나 궁금해 하는 이 부분을 몇 일간의 시승을 통해 확인해 보았다.




아직 썩지 않은 캐딜락 SRX

미국출장에서 만나본 캐딜락의 임원들은 한결같이 ‘캐딜락의 재건’을 말했다. 특히 캐딜락의 새로운 수장 요한 드 나이슨(Johan de Nysschen)은 “120년 가까이 된 캐딜락의 역사에서 지금보다 명성이 낮았던 적은 없었다. 조상들의 훌륭한 유산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캐딜락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GM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이유는 명확하다. 캐딜락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매년 50%에 가까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자동차 언론들이 ATS-V를 ‘올해의 럭셔리카’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바탕으로 캐딜락은 2년 내에 8가지 신제품을 시장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딜락 SRX는 고유의 상품성과 가치를 토대로 주목을 받을 만한 모델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캐딜락임을 보여주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하고 내외관에 고급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모델이다. 외관의 모습은 일반적인 크로스오버의 모습보다 더 존재감이 넘친다. 특히 전체적으로 유려하고 미끈하게 빠진 차체 인데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비롯한 끝 부분은 날카롭고 살기 어린 각을 확실히 준다. 멀리서 보면 선과 면이 어우러져 각진 차체인데, 가까이서 보면 미끈하게 쭉 빠진 듯해 묘한 매력을 발휘한다.



차체의 날카로운 형태와는 달리 실내는 부드러운 가죽시트와 높은 시트 포지션을 바탕으로 편안한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뒷좌석까지 LCD 창을 배치해 고급감을 한껏 살렸다. 무엇보다 럭셔리한 감각을 살리기 위해 손에 닿는 거의 모든 부분에 터치감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인테리어는 캐딜락의 V형 인테리어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마치 V형 인테리어에 사활이라도 건 듯 각종 수납공간의 버튼까지 V형태로 라인을 그려넣은 모습이 눈에 띈다. 햅틱방식의 터치식 버튼과 배열, 그리고 화려한 계기반과 캐딜락의 거의 모든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그대로 탑재해 욕심을 채웠다.



다만 경쟁모델 대비 구식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다소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하물며 럭셔리를 지향하는 캐딜락임에도 그저 괜찮은 수준에만 머물 뿐 눈에 새겨 둘 만한 고급스러운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솔린 V6 엔진의 호쾌한 파워

디젤엔진의 인기가 SUV를 넘어 승용형 세단까지 번지고 있는 요즘 가솔린 엔진의 설자리는 특히 SUV 시장에서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물론 소형 크로스오버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캐딜락 SRX는 노는 물이 다르다. 배기량 2,994cc V6엔진을 탑재하고 7,000rpm에 도달해 265ps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6단 오토미션을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토크는 30.8kg·m을 뿜어낸다. 차체중량만도 2톤을 훌쩍 넘는 2,100kg다.



캐딜락 SRX의 초기 거동은 미국식 크로스오버답게 상당히 거만하다. 미동도 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나아간다. 이내 변속단을 좀 더 올리고 속도를 내보면 V6엔진의 멋들어진 배기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차체 거동과 더불어 스티어링 휠을 적절히 돌려나가면 배기음과 어우러진 드라이빙 감각은 대단히 스릴 넘친다.



엑셀반응은 다소 민감한 편인데, 일반적인 디젤 엔진과 전혀 다른 반응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따른 엔진의 반응도 상당히 민첩하게 돌아왔다.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엔진의 파워상승에 따른 차체의 동작변화는 확실히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역시 상대적으로 차체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이다. 시승기간 동안 기록한 연비는 공인연비 리터당 7.5km보다 다소 낮은 7km 정도였다.



서스펜션은 미국식 취향이 적용된 부드러운 반응이었다. 앞은 더블위시본 뒤는 멀티링크로 승차감 위주의 장거리 크루징에 걸맞도록 세팅된 값이어서 독일식 자동차를 자주 몰아본 운전자라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주행을 해보면 스트레스가 확실히 적은 편이다. 어느 것을 취향으로 선택할지는 운전자마다 다를 것 같다. 다만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 스티어링 휠의 안정감이 상당히 거슬렸다. 약간 무게감을 둬서 운전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편으로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급속한 브레이킹 시 관성 때문에 차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노즈 다이브(nose dive)도 동급의 다른 모델에서는 느껴본 바 없는 현상이었다. 전반적으로 서스펜션과 주행감각이 미국차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크루징 시의 편안함을 최우선 목표로 급속한 차체제어에 대한 반응은 안전사고를 제외하면 민감하게 다루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캐딜락 SRX는 다소 거칠게 몰아붙여도 차체로 들어오는 소음과 진동은 확실히 제어된다. 속도 제한은 209km로 풍절음에 눈살을 찌푸리기 전에 최고속도에 도달할 정도로 풍절음의 유입은 상당히 잘 억제되어 있었다. 캐딜락 SRX의 최고출력 267마력은 다루기 쉬운 편이었다. 물론 7,000rpm이라는 일반도로에서도 금새 도달하는 수치도 한몫했지만 3,200rpm부터 발휘되는 30.6kg·m의 토크를 활용하기가 아주 편하기 때문이다. 초기가속감은 디젤엔진의 그것에 비유할 바는 아니었지만 느긋하게 출발해 중속부터 급속히 속도를 올려주기 때문에 속도에 적응하기도 편하고 까다로운 C급 노면이라도 부드럽게 매만지며 미끄러져 나가는 감각이 일품이다.



결국 캐딜락 SRX는 현재 국산이나 독일차와는 분명히 다른 드라이빙 감각을 가지고 있는 SUV 모델이다. 이 모델에 대한 드라이빙 감각이 정확히 미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흔히 드라이빙 감각에 대해 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 예를 들어서 고속주행에 운전자가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있게 감속할 수 있으며 불안감 없이 코너를 돌아나가는 역할에 대해서 캐딜락 SRX는 분명 다른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운전자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본인 선택이지만 현재 많은 운전자들이 독일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캐딜락은 참고해야만 한다.


 

김경수 kks@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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