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를 대표하는 인기 모델은 단연 PCX로, 연 1만 대 전후의 판매로 국내 스쿠터 시장을 꽉 잡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높은 가격으로, 125cc 스쿠터에 ‘프리미엄’이라는 조금은 생소했던 단어를 가져다 붙이게 할 만큼 각종 첨단의 편의장비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뛰어난 내구성까지 갖추며 가격 역시 기존 125cc 스쿠터들보다 높아져 4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프리미엄 스쿠터가 있다면 대중적인 스쿠터 역시 갖춰야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데, 그래서 혼다는 300만 원 아래의 제품으로 선택권을 넓혀왔다. 올해는 신제품 디오 125를 앞세워 이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혼다는 지난 11월 11일 경기도 성남의 모빌리티 카페 더 고에서 디오 125의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디오 125는 어반 스포티 커뮤터로, 직접 시승해보니 외관부터 디자인이 굉장히 스포티했고, 도심 주행 시 저속에서 느껴지는 토크가 확실히 강력했으며, 발을 플로어 패널에 올리고 내리는 과정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가 된 점 등 여러 강점들을 갖추고 있다. 이런 특징들로 스쿠터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출퇴근 용도로의 스쿠터로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특장점을 갖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제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디오는 생각보다 역사가 긴 제품으로, 1988년부터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2행정 50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었으나, 이후 102cc, 110cc, 125cc 등으로 배기량을 달리한 버전을 지역 특성에 맞춰 달리 공급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름을 바꿔 판매하기도 한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혼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인데, 그동안은 내수 수요가 워낙 높아 이번이 인도 공장 생산 모델 중에선 해외로 처음 수출하는 것이어서 현지에서도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혼다 측의 설명이다.
외관은 전형적인 스프린터 스쿠터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전면에 V자 형태의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를 장착하고 후미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형태에 테일라이트를 더해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플로어 패널은 PCX와 달리 평평한 구성이고, 패널 앞쪽 좌우로 사이드 커버를 달아 스포티함을 더하는 동시에 다리 쪽의 방풍 성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타고 내릴 때 발이 덜 걸리도록 사이드 커버 하단을 파내 발이 걸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엔진은 유로 5+에 대응하는 124cc 공랭 단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8.3마력/6,250rpm, 최대토크 1.1kg·m/5,000rpm의 성능을 내며 60km/h 정속 주행 시 연비는 49.5km/L다. 엔진에는 eSP(Honda Enhanced Smart Power) 기술이 적용되어 효율적인 연소와 함께 엔진 마찰을 줄여 출력을 최적화해 조용하고 부드러운 시동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서스펜션은 앞 텔레스코픽 포크, 뒤 쇼크 업소버 구성이며 쇼크 업소버는 프리로드(예압)을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앞 디스크, 뒤 드럼 구성으로 성능과 경제성을 두루 갖췄으며,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 CBS(Combined Brake System)으로 뒷 브레이크만 잡아도 높은 제동력을 발휘하도록 했으며, 뒷 브레이크 앞에 주차 브레이크 레버를 더해 경사로에 세울 때도 안전하다. 휠은 앞 12인치, 뒤 10인치로 구성했다.
편의 장비로는 우선 스마트키 시스템으로 이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고, 차량 위치 알림 및 도난 방지 경보 등으로 보안성도 갖추고 있다. 시트 하단에는 18L 수납함이 배치되어 있어 제트 헬멧과 소지품 등을 수납할 수 있는데, 헬멧은 소형 사이즈의 풀페이스 헬멧이나 오픈페이스 헬멧 정도까지 수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핸들 아래로 글러브 박스와 짐 고리를 더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주유구는 시트 하단이 아닌 시트 후면 테일라이트 상단에 위치해있는데, 동승자가 있어도 내리지 않고 주유가 가능하지만, 탑케이스 등을 장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위해 혼다에서는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디오 125에 장착할 수 있는 슬라이딩 캐리어를 개발, 국내에 곧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디오 125는 맷 그레이와 펄 그레이 2종의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269만 원이다. 디오 125의 가격이 비전과 비교하면 26만 원밖에 차이나지 않아 자칫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데,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는 “디오 125와 비전 각각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객들에게 잘 풀어나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편리한 근거리 이동 수단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번 디오 125의 출시로 3종의 125cc 이하 스쿠터 라인업을 갖춘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여기에 269만 원이라는 낮은 가격에도 스마트키나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 등 편의/안전 장비까지 갖춰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라이벌 기종들을 보유한 브랜드에선 빠른 업그레이드로 발맞춰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