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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급 모터사이클의 가격 공습이 시작된 이유는?

기사승인 2024.09.12  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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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엔필드 뷸렛 350

모터사이클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가격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모터사이클이라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반대로 성능이나 품질에서 조금 아쉬워도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면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런 경쟁은 배기량이나 장르 가리지 않고 고르게 나타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쳐가는 쿼터급 시장에서 유독 거세게 펼쳐지고 있다.

로얄엔필드 클래식 350

이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곳은 로얄엔필드로, 국내 공식 출범 당시부터 ‘생산국인 인도 다음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가격으로 350 시리즈를 필두로 스크램 411이나 히말라얀까지 라인업을 확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 20~30년 전쯤에는 모터사이클 가격을 두고 ‘1cc당 1만 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로얄엔필드의 제품들은 이때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선보이며 시장에서 많은 사람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공식수입원인 로얄엔필드코리아에서 인도 본사와 적극적인 협의를 거쳐 가격을 낮추기 때문으로, 인도 본사에서 이러한 가격 정책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좋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귀띔하기도 했다.

트라이엄프 스피드 400, 스크램블러 400 X

이렇게 로얄엔필드가 저가형 쿼터급 시장을 개척해가는 와중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의외의 브랜드인 트라이엄프가 주인공. 트라이엄프는 스피드 400과 스크램블러 400X를 앞세웠는데, 인도의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바자즈 오토와 손을 잡고 인도에서 제품을 생산해 가격을 기존 제품들보다 크게 낮추며 접근성을 높였다. 국내에서는 스피드 400이 659만 원, 스크램블러 400X가 679만 원의 가격에 출시되어 로얄엔필드의 쿼터급 제품들과 경쟁할 것으로 보이며, 해외에서는 허스크바나의 401 시리즈와의 경쟁까지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혼다 GB350

여기에 혼다도 올 하반기 저가 쿼터급 시장에 참전이 예고되어 있다. 바로 클래식 모터사이클인 GB350이다. 공랭 단기통 엔진으로 고동감을 전달하면서도 LED 헤드라이트, HSTC, 급제동 경고 등을 더해 입문자들에게는 다루기 쉬운 모델로, 숙련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이나 가격 등 세부정보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먼저 출시된 일본에서의 가격이 56만~60만 엔 정도의 가격이어서 국내에서는 대략 600~700만 원 전후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모터사이클 면허 체계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의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유럽의 면허 체계에는 최고출력 35kW(약 47.5마력) 이하의 모델을 탈 수 있는 A2 라이선스가 있는데, 이 면허 소지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시장이 매우 방대한 만큼 많은 브랜드에서 동일한 모델을 A2 라이선스용으로 출력 제한을 걸어 출시하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아예 이 시장에 맞춘 전용 모델을 출시하기도 한다. 여기에 A2 라이선스에 대응하면서 보통 400cc 미만으로 배기량을 맞추는데, 그렇게 되면 일본의 2종 보통 이륜 면허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므로 대응 가능한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일본 브랜드들은 2종 보통 이륜에 대응하는 400cc 모델들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개발 및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기통 모델들을 점차 감소시키는 추세여서, 이런 생산 단가를 낮춘 모델들의 출시로 라인업의 빈 자리를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의 모터사이클 교육 현장

또하나의 이유는 신규 입문자 수 감소다. 최근 모터사이클 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모터사이클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 등으로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야외활동을 즐기는 숫자가 줄어들은 것도 그렇고, 대중교통 발달과 경제난 등으로 모터사이클에 대한 필요성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브랜드들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상황이고, 여기서 나온 방안 중 하나가 가격대를 크게 낮춘 입문용 모델의 출시인 것이다.

4기통 엔진(위)과 단기통 엔진(아래)의 비교. 줄어드는 부품 숫자는 곧 생산 단가 인하로 이어진다.

끝으로 개발 비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최근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에서 연이어 병렬 2기통 엔진을 얹은 제품을 내놓는 이유의 연장선으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상황에서 기존 엔진을 활용해 제품을 내놓을 수 있고, 이러한 쿼터급 제품들에 단기통 엔진을 적용하면 개발이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인다는 장점 또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 GB350

이러한 흐름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내년 출시 예정인 신제품들의 공개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브랜드에서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신제품 공개를 시작하는 만큼 그 때쯤이면 앞으로의 모터사이클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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