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모델이란 함대의 최선두에서 깃발을 달고 달리는 배인 기함, 즉 ‘플래그십(flagship)’에서 유래한 말로,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보통 플래그십 모델로 통칭한다. 여기서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는데, 보통 성능에 초점을 둔다면 일반적으로 슈퍼스포츠가 꼽히는데 이는 서킷에서의 사용을 중점에 둔 것이고, 일반도로에서의 사용에 중점을 둔다면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다양한 장비와 기능으로 편하게 탈 수 있는 투어러가 플래그십으로 꼽힌다. 보통 투어러라고 하면 브랜드에서 보유한 가장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해 높지 않은 회전수로도 넉넉한 파워를 발휘하게 하며, 여기에 공기역학보다는 주행풍을 경감시키기 위한 페어링, 짐을 실을 수 있는 패니어 케이스, 고출력 스피커를 탑재한 오디오 시스템 등 주행에서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장비들이 더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과거 치프 시리즈에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클래식한 맛을 잘 살린 디자인의 치프 클래식이 플래그십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며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현재 인디언의 플래그십 모델은 로드마스터로, 인디언의 상징과도 같은 워홀 보닛을 비롯해 대형 페어링과 3개의 패니어 케이스 등을 장착해 기함에 걸맞은 거대한 차체를 보여주며, 여기에 인디언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을 더해 파워풀한 주행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인디언의 최고봉 로드마스터가 내년에는 더 특별해진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2025년식 로드마스터 엘리트를 한정 출시한다고 밝혔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공장이 처음 세워진 지역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로, 첫 공장이 위치한 곳이라 많은 애착을 지니고 있었는지 ‘스프링필드 블루’라는 컬러를 만들어 제품에 입혔고, 최근에는 스프링필드라는 이름의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스프링필드 블루 컬러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반짝이는 느낌을 강조한 ‘스프링필드 블루 캔디’ 컬러로 이번 신형 엘리트의 메인 컬러로 삼아 총 3톤의 시그니처 페인트로 구성했다. 여기에 전용 그래픽과 수작업으로 그려진 금색 스트라이프로 포인트를 더했으며, 탱크 로고와 크롬 도금 마감, 일련번호가 새겨진 배지 등으로 희소성을 강조했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2,593mm. 전폭 1,022mm, 전고 1,415mm이며 휠베이스는 1,668mm, 무게는 416kg이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가장 강력한 썬더스트로크 116 엔진을 장착했다. 이름 그대로 116큐빅인치, 즉 1,890cc나 되는 거대한 V트윈 공랭 엔진을 탑재해 170Nm(17.3kg·m)의 최대토크를 고작 2,900rpm에서 낸다. 너무 강력하다고 부담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 투어, 스탠다드, 스포츠의 3단계 라이드 모드로 스로틀 반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 브레이크는 앞에 4피스톤 캘리퍼를 좌우로, 뒤에 2피스톤 캘리퍼를 한쪽에 달았으며, 모두 300mm 디스크를 더했다. 서스펜션은 앞 46mm 텔레스코픽 포크, 뒤 쇼크 업소버 구성이다.
여기에 각종 첨단 기능이 빠질 수 없다. 먼저 7인치 라이드 커맨드 디스플레이가 중심에 있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터치 스크린 기능도 갖추고 있어 정차 중에는 직접 터치 방식으로, 주행 중에는 좌측 핸들바의 스위치로 조작할 수 있다. 여기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으며, 커넥티비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는데 애플 카플레이만 가능하다. 파워밴드 오디오 시스템은 전면 페어링과 새들백, 트렁크 등 총 12개의 스피커를 장착했는데, 로드마스터 기본형보다 저음을 더 강조했다고.
시트는 열선과 냉방 기능을 모두 갖춰 노면만 문제 없다면 어떤 계절에도 라이딩을 즐길 수 있으며, 윈드 실드는 전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이어서 핸들바 스위치로 최대 100mm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모든 등화류에는 LED가 적용됐으며, 헤드라이트에는 차량 기울기에 맞춰 조명 방향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됐다. 패니어 케이스 모두에는 원격 잠금 기능이 있어 콘솔이나 스마트키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2025년형 로드마스터 엘리트는 전 세계 총 300대만 생산되며, 미국 외 지역에선 단 60대만 판매된다.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나, 출시되더라도 한 자릿수 정도만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서둘러야 이 특별한 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다. 여러 방법 중에서도 이동하는 과정과 목적지 주변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동 과정에서의 피로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트나 포지션이 편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우수한 방풍 성능도 갖춰야 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다양한 장비를 두루 갖춘 투어링 모터사이클이 제격이며, 여기에 남들과 다른, 나만이 가진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는 로드마스터 엘리트라면 이동 중이든, 멈춰 서있을 때든 항상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