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DR-Z4S |
모든 브랜드들이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고 있고, 스즈키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하나의 모델을 위해 많은 개발비를 쏟을 수 없으니 GSX-R600이나 GSX-R750 같은 모델도 차례로 단종됐고, 대신 하나의 엔진으로 여러 파생모델로 라인업을 채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GSX-S1000 시리즈로, 네이키드를 베이스로 스포츠 투어러 S1000F와 업그레이드 모델인 S1000GT, 카타나라는 이름이 더 유명한 S1000S, 온로드형 어드벤처 S1000GX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기존 4기통 엔진으로 채우던 미들급은 2기통 776cc 엔진의 8/800 시리즈가 그 자리를 맡게 된다. 네이키드인 GSX-8S, 슈퍼스포츠인 8R, 그리고 어드벤처인 브이스트롬 800까지 갖추며 브랜드의 허리까진 든든해진 상황.
스즈키 DR-Z4SM |
이제는 고배기량 입문의 첫 단계인 쿼터급 차례다. 지난 EICMA 2024에서 스즈키는 대중적인 네이키드나 슈퍼스포츠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오프로드 모델과 여기에 타이어를 온로드로 바꾼 슈퍼모타드 등 마이너에 속하는 2종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을 공개한 스즈키의 의도와 함께 베이스가 되는 단기통 400cc급 엔진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2000년 첫 선을 보인 DR-Z400 |
스즈키의 DR-Z4 시리즈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것은 아니다. 스즈키의 대표 어드벤처 모델인 DR 시리즈는 1980년대 시작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인기 라인업이다. 대표 모델로는 DR-750S 빅으로,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DR-제타 팩토리 모터사이클의 복제 모델이며, 현재 브이스트롬 시리즈와 유사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DR-Z400은 2000년에 처음 출시된 모델로, 처음에는 오프로드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으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도로 주행용 모델인 DR-Z400S와 슈퍼모타드 모델인 DR-Z400SM 등의 파생모델을 연이어 선보였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의 DR-Z4S |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는 디자인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고, 출시 당시의 트렌드 등에 따라서 외관이 크게 변화하는 편이다. 오프로드 쪽 모델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다른 장르군 제품에 비해 디자인 요소가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으며, 디자인 구성도 실용성에 초점을 둔 것들이 많은 편. 그렇다보니 2000년대 처음 나온 DR-Z400과 이번에 새로 나온 DR-Z4S을 함께 놓고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디자인 변화가 없다’는 정도로만 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초기부터 완성된 디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실용성에 가장 큰 초점을 두는 오프로더지만, 이후로도 따로 손 댈 필요 없을 만큼 잘 다듬어졌다는 뜻이다.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라면 원형이던 사이드미러가 사각형으로 바뀌었고, 헤드라이트는 거꾸로 사각형 벌브 타입이 원형 LED 방식이 적용됐다. 앞 서스펜션은 텔레스코픽 방식인 것은 동일하지만, 운동성 향상을 위해 신형에는 역방향으로 장착됐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름이 DR-Z400에서 DR-4S로 바뀌었는데, 앞선 GSX-8 시리즈를 생각하면 이 또한 다양한 파생모델에 적용하기 위한 결정이 아닐까 추측된다.
엔진은 398cc 단기통 수랭 방식으로 이전과 동일해보이지만, 적잖은 부분이 바뀌어 새 엔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흡기밸브는 티타늄으로, 배기 밸브는 중앙을 비우고 나트륨을 충전했으며, 캠 프로파일과 피스톤 등도 새롭게 설계했다. 실린더 헤드 또한 새로 개발했는데 여기에 트윈 스파크 플러그로 연소 효율을 높였으며, 크랭크 케이스와 클러치 어시스트 기능을 더한 슬리퍼 클러치도 기존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또한 에어박스와 배기 시스템 등을 더해 전 회전영역에 걸쳐 고르면서 강력한 성능을 내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일정한 스로틀 반응과 연비 향상이 이뤄진다. 특히 저회전대에서 더 강력한 토크를 내며, 회전 한계까지 출력이 발생해 오프로드에 걸맞은 파워를 보여준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38마력/8,000rpm, 최대토크는 37Nm/6,500rpm이고 연비는 34km/L 이상이라고 밝혔다.
프레임은 완전히 새로 개발된 트윈 스파 스틸 방식으로, 새 알루미늄 서브프레임과 알루미늄 스윙암을 조합했다. 이를 바탕으로 DR-Z400의 명성 높은 민첩한 핸들링과 뛰어난 운동성을 동일하게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섀시는 단단하지만 유연해 거친 지형에서 충격을 흡수해 라이더의 피로를 줄인다. 서스펜션은 KYB 제품으로, 4S와 4SM 두 모델의 세팅이 특성에 따라 조금 다른데, 작동 범위는 4S가 앞 280mm, 뒤 296mm이고, 4SM은 앞 260mm, 뒤 277mm이다. 포크는 압축과 신장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며, 쇼크 업소버도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Z4SM은 앞뒤 모두 17인치, Z4S는 앞 21인치, 뒤 18인치 구성이며 모두 스포크 방식이다 |
휠은 둘 모두 와이어 스포크가 적용됐으며, 4S는 앞 21인치, 뒤 18인치 구성인 것과 달리 4SM은 앞뒤 모두 17인치가 적용된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디스크이며, 앞뒤 2채널 ABS가 더해졌는데,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DR-Z4S는 앞뒤 ABS를 모두 해제할 수 있고, DR-Z4SM은 뒤 ABS를 해제할 수 있다. 원터치로 시동을 거는 이지 스타트 시스템도 역시 적용됐으며, LCD 계기판을 통해 주행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알루미늄 테이퍼드 핸들바는 손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고 핸들을 잡기 쉽게 하는 하프 와플 그립을 적용해 조종성을 높이고 라이더의 피로를 줄여준다. 풋 페그(발판)도 넓고 견고해 라이더를 확실하게 지지하는 건 물론이고 오프로드에서의 강한 충격에도 견뎌내는 높은 내구성도 갖췄다. 또한 오프로드 주행 시 엔진 등 차량을 보호하는 알루미늄 언더 가드가 기본 사양이다.
최신 제품인 만큼 다양한 첨단 기능이 투입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스즈키 인텔리전트 라이드 시스템’이라 불리는 스즈키의 보조 기능 모음이 탑재되는데, 우선 전자식 스로틀(라이드 바이 와이어)를 바탕으로 엔진 출력 정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스즈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있다. 각 모드 모두 동일한 최고출력까지 도달하지만, A는 가장 강력한 토크를 내고, B와 C는 점점 더 부드럽게 출력이 발생하도록 해 미끄러운 노면이나 그립력이 낮은 상황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각 모드에 따라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하며, G(Gravel, 자갈) 모드도 개별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일정량의 휠 스핀을 허용해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유지한다. DR-Z4S는 트랙션 컨트롤이 브이스트롬 1050/800보다 업그레이드 버전이 탑재되어 요철이 있는 노면이나 경사에서도 효과적이며, DR-Z4SM은 휠 스핀 허용 범위가 더 넓지만 평평한 노면에 적합하도록 세팅해 두 모델에 차이를 뒀다.
DR-Z4SM |
차체 컬러는 DR-Z4S가 챔피언 옐로우, 아이언 그레이 2종으로 출시되고, DR-Z4SM은 스카이 그레이, 솔리드 스페셜 화이트 2종으로 출시된다. 스즈키 공식 수입원인 스즈키 코리아에서는 출시 시기에 대해 2025년 하반기 중이 될 것이며, 판매가격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DR-Z4SM |
그만큼 자신있는 모델이기에 DR-Z4 시리즈로 제품을 선보였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두 모델 모두 주류에 속하지 않는 장르여서 국내에서의 판매 증진을 위해 수입사에서 어떤 홍보·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갈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동안 스즈키에서는 듀얼퍼퍼스 등으로 불리는 어드벤처 장르를 제외하고는 본격 오프로드 모델의 경우 특성이 달라 엔진을 공유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DR-Z4 시리즈는 파생모델이 이어질 확률이 낮아보이나, 현재 판매 중인 스즈키 라인업에서 125cc를 막 벗어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라인업이 버그만 400 정도가 전부임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라인업 전개가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보자.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