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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에도 강력한 콰트로 시스템은 그대로, 아우디 Q8 이트론

기사승인 2024.06.25  17: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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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하면 떠오르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콰트로’ 시스템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에 그리 관심이 없었던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이를 연구하고 적극 도입에 나선 것은 콰트로를 탑재한 아우디 차량들의 성공에서 영향을 받았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콰트로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오프로드로, 아우디는 이 콰트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1981년부터 1985년까지 4년 동안 무려 24회의 우승을 기록했을 정도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 콰트로 시스템의 진면모를 알아볼 수 있는 시승회가 마련됐다. 오늘 함께하는 차량은 Q8 이트론(e-tron)으로, 아우디의 첫 번째 전용전기차다. 전기차로 오프로드가 가능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콰트로’라는 말이 괜히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바로 아우디 이트론으로, 이번에 부분변경이 이루어지며 이름이 Q8 이트론으로 변경됐다. 아우디에서는 내연기관 모델은 홀수로, 전기차는 짝수로 네이밍을 가져간다는 방침을 정하며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이다. 의외였던 건 기존 이트론에 Q8이란 이름을 부여했다는 점으로, 그동안의 아우디 제품군을 생각해보면 이걸 플래그십 모델로 내세우겠다는 점인데 4.9m의 차체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브랜드에서 대형 전기차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라인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오늘의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여주까지 달려가는 일반도로 시승부터 시작이다. 배정받은 차량을 살펴보니 한 번 경험해봤던 차량이라 어색함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다가온다. 전면 디자인에서 약간의 변경이 있는데, 이전에는 가로선과 세로선의 조합으로 그릴을 디자인했는데 이번 신형에서는 헥사고날(육각형)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입체감을 살리고 그릴 중앙의 로고는 평면화된 새로운 2D 로고를 적용한 점이 이채롭다. 배정받은 차량은 스포트백 모델이라 후미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이 적용됐는데, 디자인을 우선한다면 이쪽이 맘에 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용성에 비중을 두다보니 일반형이 더 마음에 든다. 다행인 점은 성능 면에선 주행거리를 제외하곤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으로, 주행거리도 17km밖에 차이나지 않아 조금만 연비에 신경 쓰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니 신경 쓰이지 않는다.

실내는 꽤나 입체적으로 구성된 대시보드가 인상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나 그 아래 보조 스크린 등이 모두 운전자 쪽을 향하도록 기울어진 점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입장에선 균형감이 떨어져 아쉽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아보면 이 약간의 기울임 덕분에 반사 없이 항상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어 좋다. 여기에 스크린 내에 햅틱 기능이 내장되어 조작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한 부분도 맘에 든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방식인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칼럼에 별도의 레버로 빼놓은 점도 여전하다. 변속기는 센터 콘솔에 위치해 있는데 처음 탔을 땐 생소한 형태라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적응하고 나니 조작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주행모드는 보조 스크린 아래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으로도 바꿀 수 있고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굳이 외부에 나와있는 버튼이 있는데 스크린에서 할 이유가 있겠냐 싶지만, 주행모드 변경 시 스크린에서 서스펜션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용하면 된다.

준대형 차급의 전기 SUV인 만큼 실내 공간에 대해선 말이 필요 없다. 스포트백임에도 생각보다 뒷좌석 헤드룸이 넉넉한 덕분에 성인도 뒷좌석에서도 불편함 없이 탈 수 있다. 뒷좌석 뒤로 트렁크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보닛 아래에도 약간의 적재공간이 있으니 자주 사용하지 않는 충전 케이블 같은 것들은 여기에 보관하면 공간이 한결 여유로울 것이다. 충전 포트는 좌우에 모두 배치되어 있는데, 좌측은 5+2핀, 우측은 5핀이므로 충전기까지의 거리나 상황에 맞춰 편하게 선택해서 쓰면 된다.

드디어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되어 선두 차량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Q8 50 이트론이나 Q8 55 이트론 모두 앞뒤에 전기모터를 장착한 덕에 차로로 진입해 교통 흐름에 곧바로 속도를 맞출 수 있다. 50 모델이나 55모델 모두 최대토크가 67.71kg·m로 동일하지만 50 모델은 최고출력이 340마력이고 55 모델은 408마력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둘 모두 최고속도는 200km/h로 제한되는데, 이 정도면 일상 주행에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신형에서는 모터 내 코일 개수가 12개에서 14개로 늘어났는데, 덕분에 더 향상된 토크를 제공하고, 같은 토크를 내더라도 이전보다 사용되는 에너지가 줄어 효율성이 올라갔다고. 배터리에선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Q8 50 이트론은 95kWh로 이전과 동일하지만 Q8 55 이트론은 114kWh로 모두 용량이 확대됐다. 덕분에 55 모델은 주행가능거리가 368km로 크게 늘어났다. 인증받은 주행거리가 이 정도니 국내 어디를 가더라도 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충전 한 번 해주는 것으로 목적지까지 안심하고 도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내를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도로에 오르자마자 ADAS 기능부터 켠다. 아직 시내 구간이라 주변 교통량이 많으니 가속이나 제동 성능을 테스트하긴 어려우니 이럴 때 ADAS 기능을 테스트하는 동시에 운전의 피로까지 줄일 수 있다. 기능 작동은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으로 마련된 레버를 통해 작동하는데 많은 브랜드들이 스포크에 장착하는 것과는 달라 여전히 어색함이 있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이 방식에도 적응해서 작동에 어려움은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야 말할 필요 없이 부드럽고 매끄럽게 작동하기 때문에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어 운전에 여유가 생긴다.

조금 한적한 구간에 들어서서 잠시나마 가속 성능도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내연기관차와 달리 조용한 가운데 계기판의 숫자가 빠르게 치솟는 경험은 매번 적응하기 쉽지 않다. 출력 수치가 낮아도 토크가 워낙 강력한 덕분에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속도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제로백(0-100km/h)이 50 모델은 6.0초, 55모델은 5.6초로 이 큰 준대형급 SUV로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가볍게 뽑아내는 실력은 매번 느낄 때마다 감탄이 터져나온다.

긴 시간 달려 경기도 여주에 마련된 오프로드 체험장에 도착했다. 예전에도 여기서 이트론을 시승한 기억이 있는데, 이름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실력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니 부담이 한결 덜하다. 무전으로 날아오는 인스트럭터의 안내를 들으며 코스로 들어섰다. 첫 번째는 경사로 주행이다. 30° 정도 기울어진 경사면을 따라 달리는 것으로, 처음 주행할 때는 그대로 넘어가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게 아닌가 불안했지만, 이번에는 자신 있게 경사로의 끝까지 바짝 올라가 달린다. 이게 뭐 어렵겠냐 싶겠지만, 차체가 기울어져 상대적으로 아래쪽 바퀴들로 무게가 쏠리니 사륜구동이 아니라면 안전하게 통과하기 쉽지 않은 구간이다. 그래도 기대했던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여유있게 사진까지 한 컷 남기며 경사로 코스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좁은 산길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임도 수준의 산길이어도 비포장도로인 만큼 노면이 아스팔트 도로처럼 매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큰 불편함 없이 달릴 수 있는 건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에어 서스펜션이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인 Q8 이트론에 탑재되는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 서스펜션이 주행모드나 상황에 맞춰 높이를 변경해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상황에 맞는 주행 모드만 선택하고 차분하게 운전에만 집중하면 된다.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했다면 예상외의 기능이 운전을 돕는다. 바로 디센트 힐 컨트롤, 쉽게 ‘내리막 경사에서 사용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말할 수 있는데, 오프로드의 내리막 코스가 매끄럽고 잘 뻗은 구간이라면 문제없지만, 장애물이 있어 이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면 적절한 브레이킹과 빠른 조향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많다. 여기서 부담 하나를 덜어주는 것이 디센트 힐 컨트롤로, 오프로드 모드만 맞췄다면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내리막 구간을 감지하면 알아서 작동하기 때문에 조향에만 집중해 안전하게 통과하면 된다.

언덕을 내려왔으니 이번엔 다시 올라갈 차례. 걸어서 올라가기에도 꽤나 버거워보이는 높은 경사로가 우리를 맞이한다. 하지만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이 있으니 크게 겁낼 것도 없다. 그 유명한 광고 영상이 보여준 콰트로의 등판 실력이 있으니 말이다. 꾸준하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 문제없이 등판이 가능한데, 기자가 탄 차량이 마지막인 데다 앞선 차량들이 코스를 마치고 서 있어 정상 도착 전 속도를 줄여달라는 주문이 무전으로 날아왔다. 애매한 블라인드 코스에서 언제 브레이크를 밟을지 걱정하기보단 차라리 처음부터 저속으로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다른 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것보다 더 속도를 내서 탄력을 받았어야 했나’하는 약간의 걱정도 잠시, 10km/h도 안되는 느릿한 속도로 올라가는 상황임에도 미끄러짐 없이 언덕을 슬금슬금 오르는 모습에 콰트로의 실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코스의 마지막은 깊은 진흙구덩이다. 바퀴의 1/3 정도는 빠질만큼 깊은 바퀴 자국에 번들거리는 진흙을 보니 여길 통과하지 못했을 때의 아찔한 상황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시승차를 탄 사람들은 이 구간을 꽤나 격하게 통과했는지 타기 전부터 진흙 범벅인 모습에 무슨 일이었나 싶더니 바로 여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왕 난리난 차 상태에 멋지게 자연의 예술을 더하고 싶었지만 세차도 만만치 않으니 속도를 낮춰 최대한 부드럽게 통과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진흙이면 차가 미끄러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오히려 차가 미끄러지는 기색이 없어 당황스럽다. 타이어가 특별하게 오프로드 전용이 장착된 것도 아닌데 그립력을 유지하면서 여유있게 진흙밭을 지나간다. 콰트로 시스템에 오프로드 모드를 설정해놨으니 이 정도지,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 듯싶다.

두 번째로 함께한 Q8 이트론과의 오프로드 체험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잘 달리기만 한다는 전기차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동시에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어도 콰트로 시스템의 우수한 성능을 확인시켜주는 행사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Q8 이트론을 타고 달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SUV라고는 해도 차량 하부에 충격이 가해지면 배터리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 주행을 하다 갑자기 만나는 짧은 비포장길 정도에서도 겁먹을 필요 없이 조심히 통과할 수 있고, 겨울에 갑작스레 눈이 쌓여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아쉬워하진 말자. 배터리 기술이 더 발전해 지금보다 더 가볍고 안전성이 높아진다면 오프로드를 멋지게 달리는 Q8 이트론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배터리 문제를 뺀 나머지는 이미 일찌감치 준비된 아우디니 말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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