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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공간에 여유로운 성능과 주행거리까지, 캐딜락 리릭

기사승인 2024.06.25  1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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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배터리와 모터 등을 더해 만드는 방식이었지만, 친환경 기조와 CO2 배출량 감축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새로운 제조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 결과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내세운 것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한 생산으로, 주요 브랜드들에서는 자사만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GM에서는 BEV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생산해오고 있다. 1세대 BEV 플랫폼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한 전기차가 GM의 EV1이었고, 이후 2세대인 BEV2 플랫폼 기반의 볼트(BOLT) EV, 볼트 EUV에 이어 2019년 3세대 BEV3 플랫폼을 발표하며 이듬해 콘셉트카를 통해 신제품인 캐딜락 리릭의 출시를 예고했다. 문제는 이 리릭이 콘셉트카 공개 이후 발 빠르게 양산모델까지 공개했는데, 정작 출시는 2022년에서나 공급이 이루어졌고, 국내는 올해 출시되어 판매를 시작한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전기차 시장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시가 이루어졌는데 난관을 뚫고 국내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미디어 시승회가 개최되어 실물을 살펴보고 다른 경쟁자들과는 무엇이 다른지 시승해보았다.

외관에선 벨트라인을 중심으로 위 아래 비율을 달리한 점이 눈에 띈다. 아래 도어 쪽을 창문쪽보다 더 두툼하게 디자인해 중후함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부는 캐딜락 특유의 그릴 디자인을 남겨놓았고, 세로형 주간주행등 역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면부 라이트를 이용한 웰컴 세리모니가 꽤나 화려한데, 지하주차장이나 야간에 직접 확인해볼 것. 루프라인이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로, 후미 쪽의 테일라이트에서 이어지는 가니시를 더해 더 날렵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실내는 시원시원한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려 33인치에 달하는 상당한 크기의 스크린은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이어놓은 것으로, 화질도 선명하고 조작에 따른 반응 속도도 즉각적이어서 좋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모두 사용 가능하고 무선 연결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변속기는 칼럼 레버 방식으로 근래에 보기 드문 방식이라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신기한 건 따로 있었는데, 좌측 스포크 뒤편에 있는 패들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라는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인데,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패들식 회생제동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회생제동은 브레이크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방식만이 있었는데, 업계 최초로 패들로 회생제동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패들은 누르는 정도에 따라 회생 제동 강도를 다르게 하여 제공하는데, 한 번에 끝까지 꾹 누르면 꽤 강력하게 제동이 걸려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다. 아무래도 발보다는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 더 섬세하고 제어가 가능한 만큼 이런 방식도 좋지만, 우려되는 점은 여기에 치중하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다가 급제동이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조작이 가능할까 하는 부분이다. 최근 일어나는 전기차 사고 가운데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 등으로 조작을 잘못해 일어나는 사고도 적지 않은 만큼 주기적으로 운전자 스스로 언제든 급제동할 수 있도록 주의하고 제조사에서도 이 기능을 사용하면 주의를 환기시키는 메시지를 수시로 띄워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실내 공간 전반은 꽤 널찍하다. 전장이 5m에 달하는 준대형급 SUV임에도 스포티한 디자인 때문에 외관에서 볼 때는 중형급 정도로 작아보이지만, 앞뒤 좌석 모두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여유 있어 어디에 타더라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2열 등받이는 트렁크에서 접어내릴 수 있는데 기본 트렁크 용량은 793L, 2열 폴딩 시에는 1,772L로 넉넉해 키가 과도하게 크지만 않다면 충분히 누울 수 있을 만큼의 길이가 나와 차박도 거뜬하다. 다만 차급에 비해 2열 등받이 리클라이닝이 얼마 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제 직접 달려볼 차례다. 서울을 출발해 포천을 다녀오는 왕복 90km 정도의 코스다. 코스에 와인딩 구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코너링 실력을 파악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일상에서 가장 많이 운행하는 고속도로와 시내 구간이 섞여 있으니 전반적인 주행 실력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 없다.

일단 주행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느낀 건 주행 중 상당수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조작이 안된다는 점인데, 스마트폰을 연동시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것도 이동 중에는 안전을 위해 정차 후 사용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차에 오르면 필요한 기능을 모두 세팅하고 타야 주행 중 난감한 상황을 막을 수 있겠다. 다행히 신호에 걸린 틈을 타 기어를 P로 바꾸고 경로 설정을 마칠 수 있었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랐다. 앞뒤 2개의 모터가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강력한 성능을 내주기 때문에 교통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 수월하다. 주행 모드가 투어, 스포츠, 스노우, 마이 모드(개인 설정) 4종이 제공되는데, 투어 모드에서는 시내 주행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출력이 올라와서 울컥거리지 않아 좋다. 물론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주면 강력한 파워를 날것 그대로 경험할 수 있으니 진면모를 확인하고 싶다면 한적한 곳에서 테스트해 볼 것. 다만 주행 모드 변경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내에서만 가능해서 이 부분은 조금 불편하다.

앞서 소개한 패들 회생제동 브레이크는 실제 주행에서 써보니 상당히 유용하다. 발보다 더 섬세하게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행 중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는 상황에서는 페달보다 훨씬 부드럽게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도 패들 조작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것도 브레이크다보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서 작동하면 기능이 해제되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편리하긴 한데 ‘회생 제동’ 기능만 작동하고 디스크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만큼 앞서 말한 것처럼 사용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급제동 상황에서 타이밍을 놓쳐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엔진 브레이크 대용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주행 보조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자동 주차 보조 등이 적용되고, 안전 기능으로는 레이더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전방/후방/측방 사각지대 경고, 전방/후방 자동 긴급 제동 등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작동 과정이 매끄럽지만 차선 유지 보조가 적극적으로 조향에 개입하는 편은 아니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차선 이탈 등 위험을 알리는 상황은 계기판과 함께 시트에서 진동으로도 알려주기 때문에 자칫 실수로라도 위험한 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 좋다.

차량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가 적용된 셀 12개를 조합한 총 102kWh 용량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65km이며 최대 190W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는 DC 고속충전도 지원해 10분 충전으로 12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시승 내내 에어컨을 최대 상태로 작동하는 상황이었음에도 45km 정도의 편도 주행 시 주행거리가 약 50km 정도 감소했는데, 주행하는 동안 급가속이나 급감속 등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음을 고려하면 실제 주행에선 이보다 더 적은 감소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행하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실내 정숙성으로, 헤드레스트 내부 스피커를 포함해 무려 19개 스피커로 구성된 AKG 오디오 시스템과 차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더해져 전기차 중에서도 꽤나 조용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깨끗하고 또렷하게 음악이 들리는 만큼 평소 주행 중 음악 감상을 선호한다면 매장 방문이나 시승에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캐딜락 리릭은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고 가격은 1억 696만 원(개별소비세 5% 기준)이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보조금 지원은 안 되지만, 전기차 도입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 수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 기준인 8,500만 원을 넘는 제품들이 늘어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반발감이 줄어든 점은 판매에 청신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당장은 구글맵 미지원 등의 이유로 슈퍼 크루즈 기능이 적용되어 있지 않지만, 향후 이 부분이 바뀌게 될 경우 도입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시장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꾸준하게 수요가 이어지는 것은 전기차만의 장점, 낮은 유지비와 뛰어난 가속력, 정숙성 등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주행거리 문제도 100kWh 전후의 대용량 배터리 탑재로 충분히 해결된 만큼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부담 없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캐딜락 리릭 역시 이러한 강점들을 갖추고 넉넉한 주행거리까지 확보한 만큼 여유로운 공간의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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