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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시트로엥 부회장이 강조한 ‘다섯 가지’ 이야기

기사승인 2015.03.19  15: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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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푸조 PSA(Peugeot Societe Anonyme)의 엠마뉴엘 딜레(Emmanuel delay) 부회장의 말이다. 그룹 내부에서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만큼 기다려 달라는 얘기다. 그는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활동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 시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엠마뉴엘 딜레 부회장이 강조한 내용은 변화의 근본인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세분화된 마케팅 및 제품 전략 수립, 시장과 소통, 새로운 변속기, 한불모터스와의 관계 등이다.



PSA 그룹 조직개편
조직 변화의 바람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개편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PSA는 그동안 유럽과 이외 지역으로 구분하고 유럽에 집중해왔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이 약했고, 자연스레 지역 마케팅 활동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별로 다른 취향과 요구사항을 소화해내지 못해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것.

그래서 PSA는 이번 개편의 핵심을 ‘지역’에 뒀다. 유럽/유라시아/라틴아메리카/중동아프리카/중국-아세안/인도-태평양 등 총 6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은 그룹 내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역별 요구에 맞춘 제품을 내놓거나 특화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보면 된다.

엠마뉴엘 딜레 부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국팀에 속해있었다. 때문에 대부분 자원을 중국에 쏟고, 남은 걸 우리나라에 쓸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셈이다. 이번 개편에선 중국과 분리됐다. 일본, 오세아니아 지역과 함께 같은 그룹에 묶였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고, 올해 말이면 일본-호주와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란 그룹 내 계산에 따른 결과다.



마케팅 및 제품전략
 이날 가장 큰 화젯거리는 ‘변속기’와 ‘신차’였다. 그동안 푸조는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라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주력으로 삼았다. 시트로엥에선 EGS(Electronic Gearbox System)라고 부른다. 구조적으로 수동변속기와 같아서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과 기어 변속 레버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효율이 매우 높고, 변속할 때 특유의 울컥거림과 머뭇거리는 특징이 있다. 수동변속기 비중이 매우 높은 유럽에선 거부감이 거의 없지만, 자동변속기 비중이 높은 곳(특히 우리나라)에선 ‘이상한 변속기’ 취급 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딜레 부회장은 “MCP 변속기는 앞으로 AT(자동변속기)로 바꾸려 한다”면서 “C세그먼트 이상에선 최적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508와 3008등 앞으로 출시할 신차들은 6단 AT가 탑재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번 발언은 꽤 이례적이란 평이다.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잘못된 점을 꼬집으며 소신껏 밝혔다. 그동안 모든 전략의 초점이 유럽에 맞춰진 탓에 다른 지역의 불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 그렇지만 조직이 바뀐 만큼 여러 지역에서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됐고, 그 중 하나가 ‘변속기’라는 설명이다.

푸조-시트로엥 차를 우리나라에 수입하는 한불모터스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물론 새로 적용할 변속기의 연료효율이 좋다는 전제 아래 그렇단 얘기다. 그동안 이 회사는 높은 연료효율을 앞세워 MCP를 홍보해왔다. 에너지관리공단이 공개한 자동차 표시연비 기준으로 1위(푸조 208 1.4 e-HDi, 21.1km/ℓ)와 3위(시트로엥 DS3 1.4 e-HDi, 20.2km/ℓ)에 올라 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MCP 탑재 모델은 지난해 푸조의 국내 판매량 3,118대 중 70% 이상을 차지했다. 시트로엥도 약 36%에 달했다. 그럼에도 변속기 교체를 반가워 하는 이유는 자동변속기(AT)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탓이다. MCP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움이겠지만, AT를 선호하는 대다수 사람들을 공략하기에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여섯 명의 지역 담당자들이 해당 지역의 목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게 된 만큼 제품관련 마케팅 활동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각 시장에 충분히 소통하며 제 때, 필요한 양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보다 치밀한 전략 수립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한 소형 SUV ‘2008’도 그 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푸조 브랜드 총 판매대수 456대 중 290대가 2008이다. 비결은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이에 한불모터스 송승철 사장은 “2008의 출시가 늦은 편이었지만, 물량 확보를 충분히 한 덕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신차를 제 때, 필요한 만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시장의 파트너는 ‘한불모터스’
엠마뉴엘 딜레 부회장은 한국 법인 설립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PSA그룹은 좋은 수입사가 있으면 현지 법인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한국시장 공략은 한불모터스가 전문”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불모터스는 지난 2009년4월 워크아웃에 돌입, 5년8개월 동안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공동관리를 받았다. 이전엔 제품을 직접 팔았지만, 워크아웃 이후엔 수입사 역할에 집중하며 다른 판매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사실상 현지 법인 역할과 다르지 않다. PSA와 한불모터스는 ‘더 많은 차를 판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에 딜레 부회장은 “지사가 있으면 종종 비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지만, 파트너의 경우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한국시장에선 한불모터스가 페이스를 정하면 우리가 그에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이런 관계는 다른 지역의 파트너에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PSA, 2015 서울모터쇼에 아시아 프리미어 4대 출품
PSA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한불모터스는 우선 서울모터쇼에 집중한다. 4월 열리는 2015 서울모터쇼에서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 독립 부스를 운영하고 아시아 프리미어 4종을 선보인다.

푸조는 308 해치백과 508 RXH 왜건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다. 아울러 새로운 변속기가 적용된 차종도 소개한다. 푸조 3008이 주인공으로, MCP가 아닌 경량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시트로엥은 C4 칵투스, DS5 등을 내놓는다. 회사는 파워트레인, 디자인 변경 등 새로운 모델로 부스를 꾸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예정이다.



국내 출시 기대를 모은 ‘C4 칵투스’는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소개된 컨셉트카의 양산형이다.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독특한 외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차 범퍼와 옆면에 적용된 ‘에어범프(Airbump)’ 탓이다.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인 에어범프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패널에 에어캡슐을 넣어 놓은 형태다. 주차장이나 일상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파손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한불모터스는 모터쇼 전시 후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 다양한 신차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달라질 모습 기대
업계와 한불모터스는 PSA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축 쳐졌던 송승철 사장의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본사의 협조로 내놓은 2008의 첫 걸음이 기대 이상이었고, 취약점으로 꼽혔던 변속기도 보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차’를 제 때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박찬규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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