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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레저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푸조 2008

기사승인 2015.03.25  1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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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뻥 뚫린 천장을 통해 지붕에 매달린 자전거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지루했던 신호대기 시간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푸조 2008은 크지 않다. 소형 SUV다. 한 체급 위의 SUV ‘3008’보다 해치백 차종인 ‘208’과 닮은 곳이 많다. 풍기는 분위기, 이름마저 비슷하다. 둘은 형제 차종이어서 그렇다. 정확히는 208의 SUV버전이 2008이다. 208로부터 많은 부분을 물려받았다. 운전대 위에 불쑥 솟은 헤드업 클러스터도 그대로 달려 있다. 208에서 처음 시도된 방식이다. 속도계와 회전계에 푸른색 테두리를 넣어 멋을 낸 것도 같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햇빛가리개(선셰이드) 사이에도 푸른색 무드등이 들어온다.



실내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길이 4,160mm, 휠베이스는 2,540mm에 불과하다. 르노삼성 QM3와 비슷하고 쌍용 티볼리 보단 작다. 둘이 캠핑을 떠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이런저런 장비가 꽤 많이 들어간다. 트렁크에서 뒷좌석 등받이로 이어진 다섯 개 레일 덕에 짐을 넣고 빼기도 쉽다. 등받이를 접으면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지만, 반대로 ‘사람이 탈 공간’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혹시 여럿이 함께할 계획이라면 ‘루프박스’를 활용해 지붕에 짐을 올리고, 불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두고 가는 편이 좋겠다. ‘미니멀 캠핑(Minimal Camping)’이 새로운 트렌드다.



벌써부터 작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다시 얘기하지만 ‘오래 지켜봐야 아는 차’다. 실내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차 문짝엔 큼지막한 ‘에비앙’ 페트병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트렁크는 입구부터 뒷좌석 등받이까지의 길이(깊이)가 60cm다. 이곳엔 접이식 자전거 2대와 이런저런 작은 짐을 실을 수 있었다. 좁아 보였지만 생각보단 많이 들어갔다.



가족이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좋다. 지붕 양쪽엔 루프랙이 기본 장착돼 있고, 이곳을 이어주는 가로 바(Bar)를 설치하면 자전거 캐리어나 루프박스 등 여러 액세서리를 얹을 수 있다. 그리고 액세서리를 설치할 땐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설치 시간은 30분에서 40분 사이다. 요즘 나오는 제품(Bar) 중엔 비행기 날개처럼 생긴 것도 있다. 공기 저항으로 인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생김새다. 이런 제품은 앞-뒤 방향이 있어서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휘파람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고 한다.





차가 작아서 유리한 점도 있다. 우선, 지붕에 짐을 싣고 내리기 쉽다. 높이는 1,555mm다. 캐리어 높이가 더해져도 그리 높지 않다. 필요할 땐 도어 스텝을 밟고 올라가도 된다. 그리고 트렁크에 걸터앉았을 때 높이가 딱 좋다. 등산화나 자전거용 신발로 갈아 신을 때, 여러 장비를 준비할 때 편하다. 머플러가 잘 숨겨져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머플러가 밖으로 드러나 있으면 짐을 싣고 내릴 때 다리가 뜨거워지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배기관이 범퍼 뒤에 숨겨져 있으면 다칠 염려가 없다. 특히 트렁크 문을 열고 걸터앉았을 땐 더욱 그렇다. 사소하지만 배려의 흔적이다.



자전거를 지붕에 실었을 땐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옆에서 부는 바람이 강할 땐 속도를 많이 낮춰야 한다. 자전거가 ‘돛’이 될 수 있어서다. 차의 흔들림이 커지며 함께 탄 사람들이 놀랄 수 있다. 또 주차장에선 머리 위 ‘높이’에 신경 써야 한다. 평소 몰던 차보다 높이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방심하면 지붕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른다.



2008은 배기량 1,560cc의 HDi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4,000rpm에서 92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분명 누군가는 숫자만 보고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또 다른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단 차 무게가 1,250kg으로 가벼운 편이고,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 23.5kg.m나 되기 때문에 막상 차를 몰아보면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안 든다. 변속기는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가 맞물린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다. 구조적으로는 수동변속기지만 엔진 회전 수와 속도에 맞춰서 스스로 변속한다. 누군가 대신 기어를 넣어주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특징을 이해하고 타면 충분히 부드럽게 차를 몰 수 있다. 기어가 바뀔 때 가속 페달에서 살짝 발을 뗐다가 맞물렸을 때 다시 페달을 밟으면 울컥거림이 덜하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보다 편하게 변속할 수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 당 17.4km로 1등급이며, 도심은 16.2km, 고속도로에선 19.2km다. MCP의 장점은 유지비다. 연비가 좋다는 점 외에도 수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클러치 교환 주기는 10만km.



핸들링 감각은 아기자기하다. 냉정한 독일 차와 다르다. 서스펜션 움직임을 충분히 느끼면서 탈 수 있다. 물렁한 게 아니라 유연하다. 토션빔을 쓰는 리어 서스펜션 특성 탓에 엉덩이 움직임은 다소 가볍지만 그렇다고 방정맞진 않다. 이리저리 휘저어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으니 불안하지 않다. 운전이 즐겁다. 그 자체로 레저가 된다. 차를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원하는 대로 비교적 잘 따라준다. 멈춰 서는 건 당연히 수준급. 타이어 사이즈는 205/55R16.



‘푸조 2008’은 프랑스 감각을 듬뿍 머금은 차다. 루프랙이나 에어백,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등 SUV로서 갖춰야 할 것도 나름 충실히 갖췄다. 파크어시스트 기능과 커다란 유리로 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도 차를 즐기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다. 디자이너들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과시하기보단 실용적이다. 무난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난해함 대신 참신함을 넣었다.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여유를 갖고, 예술작품처럼 꼼꼼히 살피고 만져봐야 하는 차다.
 

박찬규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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