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자동차에 비해 조금 늦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모터사이클의 구조적 특성으로, 새로운 기술에 따른 부품을 추가하더라도 공간이 여유로운 자동차에 비해 모터사이클은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보니 어느 한 부위에 부품을 추가하더라도 그 주변의 부품들에 크든 작든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자동차에서는 이젠 흔한 기술이지만 모터사이클에선 이제 막 도입이 시작됐는데, 이는 기술 발달로 관련 부품이나 모듈이 소형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MT-09 Y-AMT |
그렇다면 언젠가 자율주행도 모터사이클에 적용이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모터사이클을 왜 타는지를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현재 모터사이클은 크게 일상용이나 업무용, 취미용으로 나눌 수 있다. 일상용은 출퇴근이나 등하교, 장보기 등을 위해 근거리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업무용은 단순히 배달업은 물론이고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경비업체나 경찰 등에서 이용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나머지는 취미용으로, 모터사이클 특유의 개방감과 주행에서 오는 역동성 등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타는 것이다. 이 중 일상용이나 업무용으로 자율주행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율주행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한 부품들을 소형화해 모터사이클에 적용하는 것도 적잖은 개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실익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취미 성향이 강한 탈것임을 생각한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필요가 없다. 모터스포츠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진행한다면 그것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런 이유로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는 기술은 상당히 제한적인데,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동변속 시스템으로, 말 그대로 별다른 조작 없이 일정 속도나 일정 회전수에서 자동으로 변속해주는 기능이다. 퀵시프트는 풋레버를 이용한 수동 변속 과정을 클러치 조작 없이 할 수 있도록 순간적으로 연료공급을 차단하는 시스템이고, 최근의 자동변속 시스템은 이런 수동 변속 과정이 없어도 시스템이 알아서 최적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변속해준다는 차이가 있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자동 변속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고, 야마하는 Y-AMT라는 자동 변속 시스템을 공개했다.
야마하의 자동 변속 시스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FJR1300 등에 적용하던 YCC-S라는 시스템으로 이미 자동 변속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YCC-S와 Y-AMT 모두 클러치 조작을 대신해주는 클러치 액추에이터와 변속을 대신해주는 시프트 액추에이터가 탑재되는 점은 동일하지만, YCC-S는 두 액추에이터 모두 프레임에 탑재했던 것과 달리, Y-AMT는 2개의 액추에이터를 엔진 후면의 공간에 나란히 배치했다. 이를 통해 슬림하고 컴팩트한 MT-09의 차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FJR1300에 적용된 YCC-S는 유압식 클러치를 사용해 액추에이터 역시 유압식이었는데, MT-09는 와이어식 클러치를 사용해 클러치 액추에이터를 링크식으로 사용했다. 무게 차이도 적지 않은데, YCC-S가 적용된 FJR1300의 경우 적용모델(AS)과 미적용 모델(A)의 차이가 약 7kg에 달했지만, Y-AMT는 클러치 레버와 시프트 페달 폐지 등으로 인한 경량화 효과를 포함해 약 2.8kg밖에 늘어나지 않아 운동 성능의 변화도 최소화했다.
여기에 새로 개발한 기술도 추가됐다. 기존 시프트 액추에이터와 변속기를 연결하는 시프트 로드에 기존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가속에 시간이 걸리고 상단 변속 시 구동력을 얻을 수 없는, 즉 구동력이 연결되어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야마하는 스프링을 내장한 시프트 로드를 개발해 엔진 토크가 줄어들기 전 시프트 액추에이터를 작동시켜 스프링에 힘을 축적해두고, 도그(변속기 기어에 설치된 토크 전달부)를 분리할 때 스프링에 축적한 힘을 이용해 부품이 빠르게 작동하도록 해 구동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변속기 기어 측에서도 구동력 공백 시간의 단축을 위해 도그 개수를 5개에서 6개로 늘려 도그가 맞물리는 회전각을 17% 축소했다.
Y-AMT의 변속 모드는 MT모드와 AT모드로 나뉘는데, AT모드는 원하는 주행 특성에 따라 시내 주행이나 투어링에 적합한 ‘D’와 스포티한 주행에 적합한 ‘D+’로 나뉜다. 모드 변경은 우측 핸들바 버튼으로 전환할 수 있고, AT모드는 설정에 따라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스로틀 개도 정도 등을 취합해 최적의 타이밍에 변속을 진행한다. 감속 시에는 차량 감속에 따라 하단으로 변속해 충분한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물론 AT모드 중에도 시프트 레버를 통해 변속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변속을 시스템에 맡겨 자동으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용자가 수동변속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시소식 시프트 레버를 핸들 스위치 일체식으로 개발해 하반신은 연료탱크를 단단히 붙잡는데만 집중할 수 있어 차체와의 일체감을 향상시킨다.
야마하는 2022년형 FJR1300AS와 신형 MT-09 Y-AMT를 비교하는 자체 테스트를 통해 Y-AMT가 기존 YCC-S보다 개선됐음을 확인했다. 먼저 변속 시간은 70% 빨라졌고, 구동력 공백은 60% 감소시켜 훨씬 신속한 변속이 이루어졌다. 또한 차량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클러치 제어에 따라 훨씬 부드럽게 동력이 전달됐고, 페달 조작을 하지 않게 되어 하반신으로 신체를 단단하게 고정한 상태로 변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코너 탈출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고, 테스트에 참가한 라이더에게는 “코너링 자세를 취하기 더 쉬워졌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고. 제로사백(0-400m) 가속 시간의 경우 퀵시프터와 Y-AMT가 동일한 10.9초를 달성해 조금 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Y-AMT의 이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하에서는 “Y-AMT를 MT-09 뿐만 아니라 다른 기종에도 널리 전개할 예정”이라며 “AT모드가 초보자용이라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Y-AMT가 스포츠 주행에도 적합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니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다양한 라이더들이 이 기능의 가치를 느껴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트레이서 9 GT+ |
모터사이클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조작 과정 대부분을 라이더가 직접 수행해야 하고, 이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해냄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탈 것이다. 물론 이런 즐거움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주말 저녁 복귀길,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주행이 어느새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자동 변속 시스템은 얼마나 반가운 기능인지는 “한 번도 안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예찬론자들의 말에서 얼마나 편의성이 뛰어난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스포티한 주행까지 충분한 변속 시스템이라면 투어링이나 와인딩 등 어떤 환경에서도 모터사이클의 재미와 즐거움을 계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