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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볼 수 없는 만만한 레이스, 혼다 1시간 내구레이스

기사승인 2024.10.21  09: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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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레이스 문화 보급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며 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물론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건 물론이고 직접 경기에 참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며 모터사이클의 또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레이스도 있다. 특히 레이스 입문에 가장 걸림돌로 꼽히는 것이 높은 비용인데, 이러한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경기가 있으니 바로 원메이커 레이스다. 특정 브랜드, 혹은 특정 제품으로 경기를 치르는데 필수적인 튜닝들, 예를 들어 엔진오일 등이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엔진오일 캡 와이어링이나 등화류 파손으로 파편이 날리지 않게 탈거 혹은 비산방지 테이핑 처리 등 같은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 부품 변경이나 엔진 가공 등에 대해선 일절 허용하지 않아 차량 가격을 제외하고는 큰 부담이 없다. 물론 차량 가격이 비싸다면 그마저도 문제겠지만, 인기 스쿠터들보다 저렴한 차량이라면 어떨까? 이런 조건들을 모두 갖춘 경기가 바로 혼다 원메이커 레이스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코리아 미니모토 레이스 챔피언십 경기 내 이벤트 클래스로 원메이커 레이스를 개최하기 시작했는데, 혼다 커브컵과 MSX컵(몽키 포함) 2개 클래스로 경기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회에 걸쳐 경기가 진행됐는데, 지난 3전을 끝으로 시즌 챔피언이 결정됐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바로 이번 시즌 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볼 수 있는 내구레이스다. 지난 10월 13일 전남 영암 F1 서킷 카트경기장에서 혼다 원메이커 레이스 1시간 내구레이스가 진행됐다.

내구레이스의 경기 규칙은 누가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지를 겨루는 스프린트 레이스와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스프린트 레이스는 정해진 바퀴 수를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것이지만, 내구레이스는 정해진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은 바퀴 수를 기록하는지를 겨룬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이번 내구레이스는 1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스프린트 레이스의 연장선에 가깝지만, 이것이 4시간, 8시간, 24시간 단위로 늘어나면 팀 동료와의 교체, 주유, 차량 전도로 파손된 차량의 대처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도 있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수의 체력 소모로 인해 페이스가 떨어지는 만큼 일정한 랩타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선수 교체를 진행해 경쟁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이런 특성들로 자동차는 24시간, 모터사이클은 8시간 경쟁을 펼치는 내구레이스가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이번 혼다 내구레이스는 전문적인 선수가 펼치는 경기가 아닌 아닌, 아마추어 레이스인 만큼 1시간으로 줄여 치러지게 됐다.

커브컵 선수들과 MSX컵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린 후 각각의 클래스를 나눠 시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출발 전 결승선 앞이 유독 더 북적였다. 거기다 코스 반대편에 서 있다가 신호와 함께 차량으로 달려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전통적인 내구레이스 출발 방식인 르망 스타트로 시작하는 만큼 출발 전 서 있는 선수들에게서 긴장감이 더욱 느껴지고 있었다. 이윽고 신호가 떨어지고 일제히 달려가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일제히 달려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은 125cc 미만 모터사이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펼쳐지는 내구레이스가 시작됐다.

1시간 동안 달리는 것이 뭐 어렵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순위권에 들고자 한다면 최대한 빠른 페이스를 1시간 내내 유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매 코너마다 체중 이동이 반복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자칫 전도로 리타이어하지 않더라도 부품이 파손되면 이를 교체하기 위한 시간만큼 뒤처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모든 점을 신경써가며 1시간동안 달려야 하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에는 줄지어 달리기 시작하며 어느정도 대열이 유지되는 모습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며 선수들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MSX컵에서는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나온 배상운의 뒤로 한문영+최우근, 미즈노 코이치가 뒤를 쫓았으나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내내 이어졌다. 의외로 커브컵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전영우와 조건희, 김곤수+성현석이 선두그룹을 형성해 1위 자리를 두고 역전에 재역전이 이어지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조건희는 선두인 전영우를 꾸준히 압박한 끝에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것도 잠시, 코너에서 넘어지며 선두자리를 다시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경기 초반 2회의 전도로 최후미권으로 떨어졌던 나경남이 페이스를 끌어올려 선두그룹에 합류해 조건희가 전도한 틈을 타 2위로 뛰어올랐고 선두의 전영우까지 추월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는가 했지만, 경기 종료 2분이 남은 시점에 넘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져 결국 전영우와 조건희, 김곤수+성현석에게 자리를 내주며 포디움 입성에 실패했다.

혼다 MSX컵 입상자
혼다 커브컵 입상자

최종 순위는 MSX컵 1위 배상운, 2위 한문영+최우근, 3위 미즈노 코이치가 차지했고, 커브컵은 1위 전영우, 2위 조건희, 3위 김곤수+성현석이 차지했다. 수상자들에게는 트로피와 상품이 수여됐다. 여기에 혼다코리아 공식팀에 대한 시상도 진행해 신규 엔트리 및 최대 엔트리에 대한 시상도 함께 진행했다.

남들보다 빠르다고 자부하지만, 일반도로에서 경쟁하는 건 무의미하고 위험한 일일 뿐이다. 정말 자신있다면 서킷에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렇다고 경험이 없이 무작정 들어가기엔 이런저런 부담이 적지 않으니 이런 혼다 슈퍼커브나 MSX 같은 가벼운 모델로 시작해보는 것이 낫다. 물론 작다고 해서 얕봐선 안 된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겠지만.

 

<미니 인터뷰>

 

한 번 시작했으면 계속 이어간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

경기 종료후 이날 참가한 선수 중 한 명과 특별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바로 52번을 달고 참가한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다. 그동안 브랜드 대표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주행하는 모습은 어렵잖게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레이스에 직접 참가한 건 국내 최초다. 여기에 MSX컵 3위를 차지한 미즈노 코이치 선수도 혼다코리아 상무이사라는 사실도 선수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부분. 이처럼 레이스에 열정적인 혼다코리아의 수장과 함께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혼다 1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역주하고 있는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

오늘 경기에 참가한 소감은?

지난 3전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트랙을 주행해보긴 했지만, 오늘은 그때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역시 레이스라는 타이틀이 붙어서인지 몰라도 참가자들의 열정이 크게 느껴지고 지난번 탔을때보다 확실히 더 긴장하게 됐다. 두세 바퀴까지는 몸에 힘도 들어가고 했는데, 점차 가볍게 타야겠다, 힘을 빼고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레이스를 마치고 나니 개인적으로 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주행 전까지만 해도 레이스는 나와 거리가 멀다, 나의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도 타보고 나니 일반도로에서 탈 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 오늘 역시 그런 기분으로 달려보니 도로에서 탈 때 이렇게 타는게 맞구나 하는걸 느끼는 등 생각을 많이 하면서 탔다. 개인적으로 영광이기도 하고 뿌듯한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

가장 큰 건 상품을 체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서류만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공부를 하더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현장감 있는 대화가 안되는 것 같아 한 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면허를 따고 직접 타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성과가 있다. 좋은점은 업무적인 측면에선 직원들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서부터 질문이 늘어났다. 회의시간이 길어졌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전략을 얘기할 때 이해도가 높아지니 더 스피디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고, 단기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면 등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태어나서 두 가지를 잘했다고 생각하는게 있는데 첫 번째가 담배를 끊은 것, 그리고 골프를 배운 것이다. 골프의 경우 학생때부터 직장에 다니면서까지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던 것이다. 여기에 모터사이클을 타게 된 것을 세 번째로 추가하고 싶다.

 

혼다 1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역주하고 있는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

현장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셨는데, 레이스와 관련한 내년 및 향후 계획은?

처음 여기 왔을때와 지금 현재의 마음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처음 왔을 때는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구경꾼의 입장에서 보고 갔다면, 해가 지날수록 참가자들이 어떻게 타고 어떤 분위기인지를 하나씩 느껴가고 있다. 여기에 오늘 직접 체험을 해보니 참가자들이 정말 진심임을 느꼈고, 바깥에서 타는 걸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런 것들을 경험해보니 이분들에게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을 더 많이 만드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년에는 그런 활동들이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이런 트랙에서 타는 것이 레이스를 하는 것이란 측면보다도 내가 도로에 나갔을 때 얼마나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는지를 느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현재 준비중인 교육센터가 오픈이 되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교육 받으신 분들 대상으로 여기서 달려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던가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KMRC 같은 경우도 면밀히 의논해 더 많은 시간과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모터스포츠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도 있는지?

여러 가지 고민 중인데, 그 중 하나로 혼다데이 행사를 여기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혼다데이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만큼 오셔서 직접 경기도 보고 느끼면 하고싶은 마음이 드는 분들도 계실테니 그런 것도 기획을 고민하고 있다. 장소도 조금 더 가까우면 좋겠는데 주최측이나 경기장 측과도 협의해서 근거리에서 할 수 있는 환경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슈퍼커브나 MSX보다 더 큰 배기량의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대해서도 고민하는지?

다양하게 논의중이다. 환경적인 부분이나 인력적인 부분 등 다양하게 고민할 점들이 많아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것인지?) 물론이다. 원메이커 레이스를 시작한 것도 1~2년 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하려면 계속한다는 생각이어서 좀 더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고 혼다가 할 역할이 있다면 하고자 한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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