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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다시 날아오른다, 스즈키 신형 하야부사 출시

기사승인 2021.02.09  16: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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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신형 하야부사

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즈키코리아 담당자에게 먼저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이 일을 시작하고 매년 신모델 발표가 이뤄지는 연말쯤 되면 통화에서 꼭 덧붙인 한마디가 있다. “하야부사는요?” 물론 스즈키 본사의 출시 계획을 한국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왜 신제품이 안 나오냐’, ‘본사는 너무한거 아니냐’로 시작되는 기자의 투덜거림으로 이어지는 통화를 계속 받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투덜거릴 일도, 그걸 받아줘야 할 일도 없어졌다. 드디어 나왔다. 스즈키는 지난 2월 5일, 스즈키 모터사이클 글로벌 살롱 페이지를 통해 신형 하아부사(GSX1300RR)를 공개했다. 전 세계 스즈키 딜러에서도 동시에 현지화한 출시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여야 했으나, 인도로 추정되는 한 딜러에서 유출된 영상으로 인해 출시 직전에 살짝 김이 빠지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 자리에 모인 1, 2, 3세대 하야부사, 맨 오른쪽이 1세대 모델이다.

이번 신형 하야부사의 출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2021년이 스즈키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스즈키를 가장 대표하는 모델이 대문을 장식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GSX-R 시리즈, V스트롬, 감마, 카타나 같은 이름을 남긴 모델들이 있지만, 단종된지 오래됐거나, 혹은 최근에 신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100주년을 빛낼 가장 유력한 모델로 하야부사가 꼽혔다.

실사용 영역을 강화한 강력한 성능에 다양한 첨단 장비 투입으로 다루기 쉬워졌다.

신형 하야부사의 특징을 요약하면 ‘하야부사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관부터 엔진까지 모든걸 새롭게 설계’했고, 최고속도 도전의 의미가 없어진 만큼 출력은 낮추면서 ‘실사용 영역에 보다 집중’했다. 물론 환경규제인 유로 5를 충족시켰으며, 다양한 첨단 기능을 아낌없이 투입해 안전하고 다루기 쉬운 투어러로 만들었다.

 

스타일의 계승, 그리고 발전

1세대부터 이어지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훨씬 공격적인 형상으로 다듬었다.

‘하야부사’하면 떠오르는 것이 특유의 둥그스름한 공기역학적 디자인일 것이다. 신형은 이러한 디자인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The Refined Beast’로, ‘세련된 야수’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느낌을 살린 스타일을 완성했다.

매의 형상을 담아낸 전면부. 포지션 램프는 방향지시등의 역할을 겸한다.

전면부는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를 통해 이름에 담긴 의미인 ‘매’의 형상을 만들었다. 측면에서 보는 전면부 역시 매의 부리를 닮아있으며, 후면부 또한 이전과 달리 한결 뾰족하게 다듬어 공격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측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카울에 내장된 벤틸레이션(통풍구)과 크롬 장식일 것이다. 벤틸레이션 역시 전체적인 디자인과 함께 냉각 및 공기 흐름에 맞춰 디자인됐으며, 크롬 장식 또한 공기역학적 역할과 함께 하야부사의 엔진에서 머플러로 이어지는 파워의 흐름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측면 벤틸레이션과 시트 하단, 테일 램프 주변은 포인트 컬러로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강조했다.

차체 각부에 적용된 로고도 훨씬 날카로운 폰트로 바뀌었다.

하야부사의 상징인 측면부 로고도 새로 디자인됐다. 이름이 바뀌지 않았으니 글자(隼)도 동일하지만, 한자 획을 날카롭게 다듬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테일 카울의 ‘HAYABUSA’ 로고 역시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훨씬 날카로운 디자인을 갖췄다. 새로 디자인된 로고는 캐노피, 윈드스크린 등 차체 각부는 물론이고 열쇠에도 적용되어 하야부사만의 특별함을 더한다.

블랙 골드 색상
무광 실버 레드 색상
화이트 블루 색상

컬러는 블랙 골드, 무광 실버 레드, 화이트 블루 총 3종으로 모두 투톤 컬러다.

 

같지만 다른, 다루기 쉬운 엔진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품들이 신형 엔진에서 새로 바뀐 것들로, 거의 모든 부품이 바뀌었다.

신형 하야부사는 1,340cc 직렬 4기통 수랭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엔진을 그대로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스즈키 개발자들은 인터뷰 영상을 통해 “기통수를 달리하거나 터보차저를 더하는 등 다양한 엔진을 시험해봤지만, 기존 엔진의 특성이 하야부사에 가장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기존 엔진을 그냥 사용한 것이 아닌, 내부 부품들의 전반적인 재설계를 통해 배기량만 빼고 나머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엔진이 탄생하게 됐다. 쉽게 말해 ‘엔진 껍데기는 그대로 가져가고 속을 싹 바꾼’ 신형 엔진인 것이다.

상당수 엔진 부품들이 경량화와 재설계를 통해 최적화됐다.

전반적인 엔진 부품은 경량화는 기본에, 최적의 성능을 위한 재설계와 수정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흡배기 캠 시스템은 밸브 리프트 오버랩을 줄이기 위해 캠 프로파일(단면)을 수정했고, 밸브 스프링은 늘어난 배기 밸브 리프트 값에 맞춰 스프링 하중을 늘렸다. 피스톤과 피스톤 핀 커넥트 로드 등은 무게를 줄이고 형상 변경, 강성 증가가 이뤄지는 등 엔진 각부의 대대적인 수정 변경이 이뤄졌다.

3세대 엔진은 배기량은 2세대와 동일하지만 실사용 영역의 출력과 토크가 모두 상승했다.

신형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9,700rpm, 최대토크 15.29kg‧m/7,000rpm의 성능을 낸다. 2세대 하야부사보다 수치상의 성능은 내려갔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로백(0→100km/h)은 역대 하야부사 중 가장 빠른 3.2초(1세대 3.3초, 2세대 3.4초)이며, 0→200m 도달 시간도 6.8초(1세대 7.1초, 2세대 6.9초)로 가장 앞선다. 물론 최고속도는 당연히 299km/h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보면 실사용 영역의 성능을 강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력이나 토크가 낮은데 역대 가장 빠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실사용 영역의 성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출력과 토크 값을 비교해보면 고회전 영역에서는 2세대에 비해 낮지만, 실제 주행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중속대에서는 1, 2세대 모두 앞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고속도에 대한 의미가 없어진 만큼 사용자가 보다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쪽에 집중한 것이다.

 

성능에 어울리는 새로운 차체

차체 역시 대대적인 재설계가 이뤄졌다.

하야부사의 엔진도 새로운 설계로 더 강력해졌으니, 차체 전반 역시 성능에 맞춰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스즈키는 하야부사의 뛰어난 안정감과 민첩한 핸들링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라이딩을 이어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대대적인 재설계를 진행했다.

트윈 스파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유연성과 강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무게도 0.7kg 덜어냈다.

우선 프레임은 트윈 스파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했다. 슈퍼차가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고성능에 필요한 유연성과 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야부사 역시 이러한 슈퍼카의 특성과 닮아있는 만큼 알루미늄을 프레임 소재로 결정했다. 그 결과 앞선 특성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0.7kg의 무게 감소로 훨씬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게 된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에 조절식 제품을 탑재했다.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 제품으로. 플래그십 모델임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스펙이지만, 그렇게 맞추게 되면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므로 성능과 단가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전후 모두 조절식에, 포크는 이너 튜브를 DLC 코팅처리했고, 쇼크 업소버도 새로 설계해 안정감과 승차감을 높였다. 브레이크는 냉각 효율을 높이고 조작에 따른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브렘보 스타일레마 캘리퍼를 적용했으며, 브레이크 디스크는 직경을 310mm에서 320mm로 키우고 홀 가공으로 냉각 효율을 향상시켰다.

매니폴드를 1-4, 2-3으로 연결해 저중속 출력과 토크를 강화했다.

배기시스템은 2, 3번 매니폴드를 연결했던 기존 방식에 더해 새롭게 1, 4번도 연결해 중저속 구간에서의 출력과 토크를 강화했으며, 후미부의 구조를 심플하게 변경해 2kg이 넘는 무게를 줄여 경량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전후 50:50의 무게 배분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핸들바를 12mm 당겨 장거리 주행시 피로도를 줄인다. 계기판은 이전과 유사하나, 중앙에 TFT 스크린이 탑재됐다.

핸들바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운전자쪽으로 12mm 당겼다. 이를 통해 포지션이 편안해져 장시간의 주행에서도 피로를 덜 느끼게 되지만, 성능면에서도 공격적인 스포츠 주행에서 앞바퀴를 통해 전달되는 노면 정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행 안정성의 향상으로 차체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했다.

 

첨단 기능과 장비의 투입

주행을 보조하는 각종 첨단 기술이 다양하게 투입됐다.

신제품인 만큼 다양한 첨단 기술과 부품을 투입하는 건 당연한 일. 여기에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스즈키에서도 아낌없이 최대한 쏟아부어 하야부사가 추구하는 ‘얼티밋 스포츠 라이딩’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했다.

신형 모터사이클의 기본 장비가 된 관성측량유닛(IMU). 수집된 움직임 정보는 주행 보조 기능 작동에 활용된다.

보쉬의 관성측량유닛(IMU)이 하야부사에 탑재된 첨단 시스템의 가장 밑바탕이다. IMU는 전후, 좌우, 상하 6방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를 차체 각부의 장치들로 전달한다.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들은 이 IMU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코너링 ABS는 구동력, 접지력 유지와 함께 라이더가 원하는 주행 라인을 이어갈 수 있게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다.

대표적인 주행 보조 기능으로는 ABS와 트랙션 컨트롤(TCS)가 있다. 이전 ABS는 급제동시 타이어가 잠기지 않도록(Anti-lock) 하는 역할이 전부였으나, IMU가 모터사이클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ABS의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차체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전후 휠 스피드를 측정해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 구동력과 접지력을 유지해 차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라이더가 의도한 주행 라인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하야부사는 여기에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CBS)을 더해 앞브레이크 조작만으로 최대한의 제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은 IMU와 각종 센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뒷바퀴가 미끄러짐을 감지하면 동력을 차단해 슬립을 방지한다.

트랙션 컨트롤 역시 단순히 휠 슬립 상황에서 동력을 차단하는 정도에서 IMU가 투입되며 더욱 진화했다. 여기에 휠 스피드, 엔진 회전수, 스로틀 포지션, 기어 포지션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동력이나 접지력을 잃는 상황이 감지되는 경우 스로틀 밸브와 점화 코일, 인젝터를 제어해 출력을 제한해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최고봉인 모토GP에 참가하는 스즈키 GSX-RR용으로 개발한 것과 동일한 기술을 탑재했다는 점은 스즈키에게 하야부사가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트랙션 컨트롤은 총 10단계로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기능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

최고속도를 제한해주는 액티브 스피드 리미터 기능을 탑재했다.

주목할 만한 또다른 기능은 액티브 스피드 리미터다. 엔진의 출력 정도를 조절하는 파워 모드 셀렉터도 탑재되어 있지만, 이 기능은 라이더가 스스로 제한 최고 속도를 설정, 무의식 중에 과속하는 일을 막아준다. 자동차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기능과 동일하며, 추월 가속을 위해 설정한 속도 이상으로 가속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스로틀을 한 번 빠르게 감아 일시적으로 기능을 비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초고속 투어러인 만큼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기능이다.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되며, 주행 모드를 통해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앞바퀴 들림 방지 시스템(LF), 론치 컨트롤 시스템, 엔진 브레이크 제어, 내리막 제어(뒷바퀴 들림 방지), 오르막 제어(오르막 밀림 방지), 크루즈 컨트롤, 업/다운 퀵 시프트 등의 첨단 기능이 탑재됐으며, 최근 스즈키 제품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저속 RPM 보조(Low RPM Assist), 이지 스타트 시스템 역시 갖추고 있다.

 

한국 시장, 3월 1일 가격 공개

국내에선 3월 1일 사전 예약 개시와 함께 신형 하야부사의 판매 가격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가격이 공개된 미국과 이탈리아의 경우 각각 18,599달러(약 2,230만 원), 19,390유로(2,520만 원)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다. 둘 모두 GSX-R1000R보다 비싼(미국 850달러, 이탈리아 100유로 차이) 만큼 국내 역시 비슷한 포지션일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판매가를 고려하면 2,300~2,500만 원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액세서리가 출시와 함께 발매된다.

출시와 함께 다양한 액세서리 역시 함께 발매된다. 상체를 덜 굽힌 상태에서 바람 저항을 줄여주는 투어링 스크린을 비롯해 캐노피 카울(리어 시트 커버), 컬러 시트, 그립 히터, 탱크백, 탱크 커버, 카본 룩 사이드미러, 하야부사 전용 아크라포빅 슬립온 머플러 등 여러 가지 제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모델의 부활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더욱이 최근엔 스포츠 투어러, 초고속 투어러의 유행이 지나가고 BMW GS 시리즈 등의 어드벤처나 혼다 골드윙과 같은 대형 투어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하야부사의 출시가 잘못된 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을 꼭 흐름에 맞출 필요는 없다. 유행이 지나갔다면 다시 그 유행을 만들면 된다. 스즈키 하야부사라면,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다. 긴 역사라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모두의 기억에 남을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매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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