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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F1 스토리 PART 12 - F1 드라이버의 왼발과 오른발

기사승인 2014.09.01  16: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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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에서 우리는 자동차 엔진 기술의 진보와 보조를 맞추고자 F1에 도입한 F1카의 새 심장, ‘F1 파워 유닛’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사용하는 엔진의 작동 원리가 달라졌으니 이를 다스리는 방법 또한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이번에는 일반 양산차와는 조금 다른 F1 파워 유닛과 동력 계통의 작동 방법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

 

 자동차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으레 내연 엔진이라 답하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페트롤 엔진 블록을 두고 우리는 ‘자동차’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내연 기관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자동차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단지 이 방식이 현존하는 에너지 자원 중 에너지 밀도가 비교적 높고 채취가 쉬운 석유라는 화석 연료로부터 동력을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20 세기 초만 하더라도 ‘자동차 = 수레 + 내연 기관’이라는 명제는 참에 가까웠지만, 이미 전기 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이 명제는 의심의 여지없이 거짓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새로운 에너지가 유한한 화석 연료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꼭 미래학자가 아니라도 예견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내연 기관은 더 이상 자동차의 필수 요소가 아닙니다. 만약 주먹만 한 원자로나 핵융합 토카막 (Tokamak)이 가능했더라면 자동차의 엔진은 현재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떤 탈 것을 ‘자동차’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어떤 동력 기관이 생성하는 동력을 바퀴까지 연속적으로 전달하는 동력 전달 메커니즘이 기능해야 합니다. 보통 차의 기본 뼈대에 엔진과 기어 박스, 구동축이 동력 전달 순서대로 연결되면 직선 주행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자동차의 본질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기계적 최소 단위를 우리는 ‘파워트레인 (Powertrain)’이라고 부릅니다. 자동차의 전후 방향 운전은 전적으로 이 파워 트레인을 제어하는 행위입니다. 

 

 

자동차의 엔진과 동력 계통은 대부분 풋(Foot : 발) 페달을 사용하여 조작합니다. 자동차에는 보통 세 개의 페달이 달려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왼쪽에 클러치, 가운데에 브레이크, 오른쪽에 가속 페달이 위치하며 이 배열은 영국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운전석 위치와 도로 주행 방향에 상관없이 어느 지역이나 동일합니다. 반면 F1 카에는 단 두 개의 풋 페달이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승용차량들은 오토매틱 기어 박스를 달고 출시되기 때문에 ‘F1 카에는 두 개의 풋 페달이 있다.’라는 사실은 독자들에게도 전혀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F1 카에는 일반 오토매틱 차량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이 왼쪽, 가속 페달이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F1 카의 기어 박스는 풀 오토매틱이 아니기 때문에 F1 카에는 엄연히 클러치 컨트롤이 존재합니다. F1 카의 경우 클러치는 발이 아닌 손으로 조작됩니다. 이번 편에서는 드라이버의 풋 컨트롤을 중심으로 F1 카의 파워트레인 작동을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에 F1 카의 클러치 조작은 다음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하게 두 개의 풋 페달로 가속과 감속을 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면 일반 자동차와 F1 카의 동력 계통 조작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증가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감소할 뿐입니다. 하지만 F1 카의 파워트레인 조작 방법은 일반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여러가지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F1 카 풋 페달 뒤에 숨어있는 F1 카의 특이점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자동차의 동력 계통을 이해함에 있어 자전거는 매우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자전거의 동력 계통은 자동차의 그것에 비하여 터무니없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사실 자전거는 원동기가 만드는 동력이 없을 뿐 온전한 드라이브 트레인을 가진 이동 수단입니다. 사이클리스트가 안장에 올라 페달을 구르기 시작하면 드라이브 트레인에 동력이 연결되는 셈이고 이로써 온전한 파워 트레인이 구성됩니다.만약 사이클리스트의 뇌가 육체적 피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면 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또한 자동차입니다.  또 자전거는 일일이 분해하는 번거로움이나 설명서의 도움 없이도 거의 모든 메커니즘을 육안으로 관찰하여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원초적인 Man-Machine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인 자전거는 달리는 도중 사이클리스트가 페달 구르기를 멈추어도 드라이브 트레인이 잠기지 않고 계속 회전하는 프리휠 (Freewheel)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내리막길에서 크랭크가 전혀 돌지 않아도 "타르르르~" 소리를 내며 공짜 주행이 가능한 것도 이 프리휠 메커니즘 덕분입니다. 보통의 자전거에서 동력의 차단, 즉 페달 구르기를 멈추는 행위는 자전거의 즉각적인 정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힘은 더 들겠지만, 브레이크 손잡이를 쥔 상태라 하더라도 페달을 억지로 밟으면 자전거를 전진 시킬 수 있습니다. 즉, 프리휠 드라이브 트레인이 장착된 자전거에서 ‘브레이킹 (Braking)’와 ‘페달링 (Pedalling)’은 완전히 독립적인 조작입니다. 

 

 여기까지 설명에서 ‘자전거’를 ‘일반 자동차’로 치환하여도 내용 중 크게 고칠 부분은 없습니다. 일반 자동차의 파워 트레인은 자전거의 프리휠 드라이브 트레인 처럼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전 까지 현저한 제동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으면 타이어의 마찰과 엔진 브레이크로 어느 정도 감속 효과가 발생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큰 감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일반 자동차에서도 ‘브레이킹(Braking)’과 ‘스로틀링(Throttling)’은 사실상 서로 독립적인 조작입니다.

 

 

내리막길에서 짜릿한 자전거 공짜 활강을 즐기던 당신은 내리막 끝자락 사거리에 위치한 교통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손잡이를 당겨 내리막길에서 붙은 속도를 줄이려 할 것입니다. 대개의 자전거에는 앞뒤 바퀴 모두에 브레이크 패드가 달려있고 이로부터 케이블로 연결된 좌우 손잡이를 당겨 전후 브레이크를 잡습니다. 좌측 손잡이가 앞바퀴, 우측이 뒷바퀴 브레이크라 한다면 우리는 필요에 따라 양손의 악력을 조절해 이 두 바퀴에 작용하는 제동력을 적절하게 배분 할 수 있습니다. 

 

앞뒤 바퀴 전체 제동력에서 앞바퀴 만의 제동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브레이크 밸런스 (Brake Balance) 라고 부릅니다. 자전거의 전체 제동력을 100% 으로 보았을 때 만약 왼쪽 손잡이만을 당겨 자전거를 정지시킨다면 브레이크 밸런스는 100% 입니다. 반대로 오른쪽 손잡이만을 사용한다면 브레이크 밸런스는 0% 이 됩니다. 양쪽 손잡이를 동일한 힘으로 쥐었다면 브레이크 밸런스는 50% 입니다. 일반 자동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경우 앞바퀴와 뒷바퀴 브레이크 칼리퍼가 발생하는 마찰력의 전후 배분 만을 조절함으로써 브레이크 밸런스를 세팅합니다. 

 

 

프리휠 드라이브 트레인 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고정 기어 (Fixed gear)를 사용하는 자전거 드라이브 트레인도 있습니다. 일명 픽시 (Fixie)라 불리는 이 고정 기어 드라이브 트레인에는 프리휠 메커니즘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즉 뒷바퀴 허브와 스프로킷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주행을 시작하면 사이클리스트는 페달 질을 멈출 수 없습니다. 뒷바퀴가 회전하면 페달도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달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보다는 훨씬 어렵겠지만, 픽시 자전거의 페달을 역으로 구르면 이론상으로는 뒤로 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사이클리스트가 페달링을 멈추면 뒷바퀴가 즉각적으로 잠기게 되고 이미 발생한 샤시의 관성을 지탱하기 위해 순전히 몸의 무게와 다리 근육으로 크랭크가 회전하려는 힘을 억지로 버텨야 합니다. 픽시 자전거에도 앞바퀴에 브레이크가 있기는 하지만 주된 브레이킹은 뒷바퀴의 잠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픽시 자전거의 경우 페달링과 뒷 바퀴 브레이킹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 밸런스는 더 이상 브레이크 손잡이를 쥐는 악력으로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F1 카의 파워트레인은 앞서 설명한 ‘일반 자전거’와 ‘픽시 자전거’ 모드 사이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지만, 실제 레이스 시나리오에서는 후자인 픽시 자전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이스 도중 드라이버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페달 신호와 상관없이 엔진 크랭크에 제동력이 걸립니다. 엔진의 토크가 필요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크랭크축에 에너지 회수 장치 (ERS : Energy Recovery Systems)를 연결하여 발전기를 돌리고 결과적으로 브레이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ERS에 대한 설명은 이전 편을 참고하십시오). 만약 여기서 발생한 제동력만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 드라이버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물리적 마찰력을 일으킴으로써 제동력을 보충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F1 카의 전체 제동력에서 마찰 브레이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F1 파워 유닛’ 도입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낮습니다. 

 

 

에너지 회수 장치의 사용 여부는 소프트웨어로 쉽게 제어가 가능하며 ‘사용안함’을 선택하면 '픽시 자전거' 모드에서 ‘일반 자전거’ 모드로 전환됩니다. F1 카에서 돋보이는 이러한 세팅의 유연성은 모든 메커니즘이 기계적으로 연결되었던 과거의 자동차들에선 불가능했던 특징입니다. 예전 자동차에는 엔진 스로틀을 여닫는 버터 플라이와 가속 페달이 케이블로 직접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케이블이 당겨지는 만큼 만 스로틀이 열렸습니다. 브레이크의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 압력 그대로가 유압 라인을 타고 브레이크 켈리퍼를 압박했습니다. 따라서 가속 페달 위치와 엔진 반응, 브레이크 페달 위치와 브레이크 반응은 언제나 기계적이고 일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가속 페달의 경우 현재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시중에 거의 없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가속 페달과 버터 플라이 사이의 물리적 연결을 끊고 이를 전자 유닛과 액츄에이터로 대체하면 자유로운 세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항공기 기술을 통해 습득하였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바이 와이어 (By-Wire) 기술입니다. 바이 와이어는 기존에 물리적 (기계적) 장치가 하던 조작을 전자적 제어 기기로 대체하는 기술을 통칭합니다. 

 

 

통상 물리적 연결이 끊긴 자리에는 전기적 신호를 힘으로 변환하는 액츄에이터가 자리하게 됩니다. 액츄에이터의 작동은 전적으로 이 전기적 신호의 형태나 세기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바이 와이어’ 기법은 자동차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자유를 허락합니다. 이 기술은 항공기에 적용되어 ‘전선을 이용해 하늘은 난다’는 의미로 ‘플라이 바이 와이어’ 라 불렸고, 자동차의 구동에 변용되어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이 기술의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급기야 브레이크 페달과 브레이크 칼리퍼 액츄에이터 사이의 물리적 유압 라인을 끊고 이를 전자적 유닛으로 대체하였습니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의 탄생입니다. 

 

 

 F1 카의 가속 페달과 엔진 스로틀, 브레이크 페달과 브레이크 유압 시스템 사이에는 물리적인 접촉이 없습니다. 이 두 페달은 단지 0 에서 100 사이의 전기 신호를 ECU 에 전달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드라이버가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깊이와 그에 따른 엔진/브레이크의 반응은 엔지니어가 의도하는 대로 자유롭게 설정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특별한 지도가 사용됩니다. 

 

 

 이 지도는 지형 지도의 등고선처럼 좌표값을 주면 이 좌표에 해당하는 반응의 세기를 알려줍니다. 만약 호남평야처럼 평평한 지도를 입력하면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자동차가 아무 반응이 없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지도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쉽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도 하나만 교체함으로써 엔진이나 브레이크의 성능을 탈바꿈 시킬 수 있습니다. 고 성능 양산차에서 볼 수 있는 '스포츠 모드' 나 '레이스 모드' 가 바로 이 지도를 바꾸어 엔진의 성능과 반응을 변환하는 예입니다. F1 레이스 도중 드라이버 들이 알 수 없는 세팅을 계속 바꾸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운전 조건에 적합하거나 레이스 작전에 유리한 지도 (엔진 맵/ 브레이크 맵)로 바꾸는 것입니다. 

 

 

오른발 페달 위치 → 엔진 맵 → 엔진 토크 요구값


왼발 페달 위치 → 브레이크 맵 → 브레이크 토크 요구값

 

드라이버 페달 신호에 해당하는 엔진/브레이크 토크 요구 값이 맵 (지도)을 통해 정해지면 F1 카의 컴퓨터인 ECU 는 아래의 등식이 성립하도록 엔진, 브레이크, 에너지 회수 장치를컨트롤 합니다.

 

엔진 토크 요구값 (오른발) + 브레이크 토크 요구값 (왼발) = 실제 엔진 토크 + 실제 브레이크 토크 + 에너지 회수 장치 토크

 

2014 F1 시즌 초반, F1 드라이버들은 새로 도입된 파워 유닛에 적응하는 데 꽤나 고생을해야 했습니다. 드라이버들이 체감한 충격은 마치 일반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픽시 자전거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했을 것입니다. 가속과 브레이크가 더 이상 독립적이지 않은 데다가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의 도입이 적응의 난이도를 키웠습니다. 자동차와 드라이버 사이의 물리적 인터페이스, 즉 드라이버가 직접 조작을 가하고 이를 통해 역으로 차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장치에서 물리적 연결이 사라지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피드백 (Feedback)의 상실입니다. 피드백이란 용어는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지만 그 본래적 의미는 대동소이합니다.

 

 

자동차 운전에 있어 피드백은 인간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상태에 대한 느낌입니다. 피드백이 끊기면 드라이버가 컨트롤의 근거로 삼는 정보의 양이 줄게 되고 당연히 판단의 정확성과 오감의 긴장도가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조작자는 실제 기체에 탑승하는 전투기 조종사 보다 정밀한 조작을 하기 어렵습니다.  시각적 피드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민간인을 공격할 가능성도 훨씬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피드백은 컨트롤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판단의 근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바들은 ‘컨트롤에 있어서 피드백의 중요성’을 설계에 잘 반영한 기계입니다. 에바는 제어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일럿과의 싱크로 율이 낮으면 아예 기동조차 하지 않고 전투에서도 에바에게 가해지는 충격과 손상이 그대로 파일럿의 신체적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파일럿이 고통을 피하려면 스스로 조심스럽게 조종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F1도 ‘바이 와이어’가 반드시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F1은 아직까지 스티어링 시스템 만큼은 ‘By-Wire Free’ 영역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과 랙 사이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끊고 이를 전기 모터로 대체하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활용하면 여러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어떠한 인공적 이점도 레이스에 있어 ‘스티어링 피드백’ 제거를 정당화하기에는 충분치 않습니다. 레이스 드라이버가 시각, 속도의 체감 다음으로 많이 의존하는 감각이 바로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타이어의 접지력이기 때문입니다. F1 카에서 ‘스티어링 피드백’은 드라이버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자동차에서 안전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되는 가치이며 안전과 직결되는 피드백은 절대 줄이면 안됩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자동차의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드라이버 지원 장치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편의 장치 덕분에 자동차의 안전성이 향상될 수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드라이버는 자동차와 주행 환경으로부터 전달되는 피드백 사용을 자의든 타의든 점차 줄여가게 됩니다. 그 결과 운전 중 드라이버의 긴장도가 느슨해 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도로는 살(Flesh)과 쇠(metal)가 뒤 엉켜 달리는 공간입니다. 살과 쇠가 부딪히면 당연히 살이 손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방심과 부주의로 한 순간에 살인 기계로 돌변합니다. 다양한 드라이버 지원 장치는 분명 유용한 기술이지만 피드백을 통한 스스로의 판단을 배제한 채 이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면 안됩니다.

 

"All views expressed here are the author's own and not those of his employer and do not reflect the views of the employer."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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