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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F1 스토리 PART 11 - F1카를 지탱하는 두 개의 심장

기사승인 2014.06.27  09: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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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망치를 이용해 10cm 정도의 긴 못을 벽에 박아야 합니다. 이 못을 벽에 가능한 빨리 박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망치로 있는 힘껏 못을 내리친다면 살며시 치는 것 보다 못을 더 빠르게 박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팔 근력이 약하여 망치질을 세게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에는 망치를 더 자주 반복적으로 내리침으로써 못을 더 신속하게 벽에 박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못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박는 작업 방법은 분명해 집니다. 못을 ‘더 큰 힘으로 더 빈번하게’ 망치로 타격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일한 이치가 자동차의 구동에도 적용됩니다. 어떤 자동차의 가속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더 큰 힘으로 더 빠르게 내리칠 수 있는 망치질’이 가능한 엔진을 사용해야 합니다. 엔진이 ‘얼마나 세게 망치질을 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를 우리는 ‘토크’라고 부릅니다.



토크와 RPM, 엔진 출력의 이해



엔진이 ‘얼마나 세게 망치질을 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를 우리는 ‘토크’라고 부릅니다. 엔진은 피스톤의 직선 왕복 운동을 플라이휠을 통해 회전 운동으로 바꾸기 때문에, 엔진 힘의 세기는 회전하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토크’로 표시합니다. 엔진의 토크에 변속기와 파이널기어를 비롯한 몇 단계의 기어비를 곱하면 구동 바퀴가 자동차를 수평으로 밀고 나가는 이론상의 힘으로 쉽게 변환이 가능합니다.



배트맨의 애마인 배트 포드(Bat-pod)는 엔진 토크와 구동력의 관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에 아주 좋은 예입니다. 독창적 디자인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모터에서 바퀴까지의 동력 전달 과정이 매우 단순합니다. 배트 포드는 이륜차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체인 구동 방식이 아닌, 모터를 휠 안에 직접 넣어 바퀴를 구르는 인휠(In-Wheel) 드라이브 방식을 사용합니다. 휠 안의 모터로 바퀴를 직접 굴리기 때문에 변속기로 인한 귀찮은 기어비 계산이 단순해집니다.

휠 안쪽에 모터가 장착된 인휠 모터 방식의 전기자동차라면, 모터가 1회전 할 때 휠 역시 1회전 한다.



편의상 모터가 1회전할 때 바퀴도 1회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휠 안에 장착된 모터의 제품 메뉴얼을 잘 살펴보면 제조사가 측정한 모터의 토크 수치가 있을 것이고, 사용된 타이어의 반지름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구동력은 타이어 고무에서 발생하지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이론적 힘 계산은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수학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브루스 웨인’은 이 조차도 ‘알프레드’에게 맡기겠지만 말입니다.



배트포드를 전방으로 가속시키는 힘은 모터의 토크를 바퀴의 반지름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토크의 수학적 정의입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엔진의 토크가 크면 결과적으로 타이어를 구르는 힘이 커지기 때문에 가속이 빨라집니다.

맥라렌 MP4-12C의 RPM 계기반



한편 엔진이 ‘얼마나 빠르게 망치질을 할 수 있는가’는 자동차 계기판의 분당 엔진 회전수 (RPM)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도달할 수 있는 엔진의 RPM 상한이 높을수록 ‘망치질’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배트포드의 경우 바퀴의 회전 속도와 모터의 회전 속도 비율을 1 대 1로 가정했기 때문에, RPM 한계가 낮은 모터를 휠에 장착하면 바퀴의 회전 속도가 모터 속도의 한계에 갇히게 되고 최고 속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엔진 출력=토크×RPM  <공식>

2006 르노 R26 F1 V8 자연흡기엔진



요컨대 자동차의 가속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엔진이 ‘얼마나 센 힘으로 얼마나 빠르게 망치질을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 크기는 통상 엔진 토크와 엔진 RPM의 곱으로 표시되고 우리는 이 수치를 ‘파워(출력)’라고 부릅니다. 사실상 이것이 이번 이야기를 통해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F1카의 엔진은 자동차 엔진의 한 종류일 뿐이고 엔진을 이야기함에 있어 ‘파워’는 성경의 창세기, 고교 수학 교과서의 집합 단원과도 같은 주제입니다.

2014 르노 F1 V6 파워유닛



2014 F1 시즌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F1카 구성 요소가 바로 엔진입니다. 2013 년까지 F1카는 2.6리터 8기통 자연흡기엔진을 사용하였지만, 2014년부터 1.6리터 6기통 터보엔진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소형 엔진은 단순한 내연기관이 아닌 무려(?) 하이브리드 엔진입니다. F1카에 쓰이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니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기술이 숨어 있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F1카의 하이브리드 파워 유닛도 양산 차종의 하이브리드 엔진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F1카의 엔진 기술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필자는 레이스카를 제작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세 가지 원리를 소개하였고 그 중 두 번째인 뉴턴의 운동 법칙 F=ma가 바로 엔진과 관련된 원리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누구나 평생 한 번 쯤은 보았을 뉴턴의 아름다운 공식으로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힘=질량×가속도  <공식>



이 법칙은 수퍼 마켓의 쇼핑 트롤리, 당구대 위의 당구공, 이삿짐을 나르는 수레 등 세상 모든 만물에 적용되며, 물론 자동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법칙을 자동차의 가속에 적용한다면 질량은 자동차 전체의 질량이 될 것입니다. 엔진 실린더에서 서서히 불 타 없어지는 연료를 제외하면 자동차의 질량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식은 자동차의 가속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밀어주는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음을 말해 줍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은 구동축으로 전달되는 엔진의 토크입니다. 하지만 엔진의 토크는 연결 부품들의 내부 마찰 등으로 인해 구동축으로 100% 전달되지 못할 뿐더러, 전달된 토크도 100% 가속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타이어와 지면 사이, 차체와 공기 사이의 마찰저항으로 인해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동차를 가속하는 힘은 엔진이 구동 바퀴를 구르는 힘과 이를 방해하는 모든 저항력이 합해진 ‘알짜힘’입니다. 이를 간단한 식으로 표현하면



자동차의 전체 질량×가속도=엔진이 구동 바퀴를 구르는 힘–모든 저항력  <공식>



엔진이 구동 바퀴를 구르는 힘은 순전히 엔진에서 발생한 토크가 크랭크축, 변속기 기어, 파이널 드라이브를 거쳐 드라이브 샤프트에 전달 된 토크의 일부입니다. ‘일부’라는 조건을 붙인 이유는 엔진의 토크는 타이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만 바퀴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어의 접지력 한계가 엔진의 토크를 미끄러짐 없이 지면으로 전달하기에 충분하다면 F=ma 는 다시 엔진의 토크와 변속기의 기어비, 그리고 타이어의 반지름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전체 질량×가속도=(엔진 토크×기어비)/구동 바퀴의 반지름–모든 저항력  <공식>



여기서 구동 바퀴의 반지름, 자동차의 전체 질량은 제 아무리 뛰어난 F1 드라이버라 할지라도 바꿀 수 없는 고유한 값입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상수입니다. 자동차의 진행을 방해하는 모든 저항력은 자동차 디자인에 따른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이 또한 드라이버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 식은 우리에게 ‘주어진 속도에서 가속도를 높이려면 엔진 플라이 휠 토크를 높이고, 가능한 높은 기어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는 '비례한다'를 의미합니다)



가속도∝엔진 토크×기어비  <공식>



엔진의 토크는 가속 페달을 통해 조절됩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수록 엔진 토크가 커집니다. 기어비는 기어 박스 입출력 기어 톱니의 잇수 비율로 정의됩니다. 운전을 배우면서 운전자들이 직관적으로 터득할 정도로 단순한 기어 변속이지만 이론적으로 파고들면 다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기어 변속과 F1 의 기어 박스는 다음 편에서 보다 쉽고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여기서는 ‘기어 위치를 바꿀 경우 우리가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변화는 엔진 회전 속도 대 구동 바퀴의 속도 비이다’ 정도 만 기억해 두면 뒤 이을 내용을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엔진이 굉음을 내며 고속으로 회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구동 바퀴의 회전 속도가 높지 않은 경우 우리는 ‘기어비가 높다’고 말합니다. 기어비는 기어 위치가 낮을수록 높고 위 식이 말해주는 것처럼 더 큰 가속도(힘)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곡선 구간을 벗어날 때 낮은 기어로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기어를 1 단에만 두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자동차가 가장 민첩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배트포드의 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엔진의 회전 속도에는 나름의 한계가 있고, 변속기를 통해 엔진에 기계적으로 연결된 구동 바퀴의 속도는 이 엔진의 한계 이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엔진을 최대 속도로 가동할 때 변속기의 각 기어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정해져 있으며 이는 저단 기어일수록 현저하게 낮습니다.



주행 중 기어 위치를 낮추는 경우 현재 바퀴가 구르는 속도에 비해 너무 낮은 기어가 선택되면 구동축을 구르는 힘은 커질지언정 바퀴의 회전이 엔진의 속도 한계에 갇혀 ‘쿵’ 하는 충격과 함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 버립니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감가속을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기어를 변속하여 엔진이 최대 RPM에서 정체되는 현상을 피해야 하고, 이 조건을 가능하게 하는 기어 중 가장 낮은 기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오토매틱 차량의 경우 이 기어 컨트롤의 권한을 전적으로 기계나 프로그래밍 된 로직이 맡기 때문에 원하는 타이밍에서 능동적인 기어 변속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분명 계산의 속도나 정확성 면에서 전자 기기에 뒤쳐지지만, 의심의 여지없이 현존하는 가장 지능적인 Learning machine 인 동시에 가장 능동적인 제어 장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계가 인간의 뇌를 능가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촌각을 다투는 모터 레이스에서 오토매틱 변속기가 거의 쓰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앞의 식에서 기어비를 구동 바퀴 회전 속도에 대한 엔진의 회전 속도로 바꾸어 표현하면 식은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가속도∝엔진 토크×(엔진 회전 속도/구동 바퀴 회전 속도) <공식>



이 식에 보이는 ‘엔진 토크×엔진 회전 속도’ 가 바로 글머리에서 설명했던 바로 그 ‘파워 (출력)’입니다.



가속도∝엔진 파워/구동 바퀴 회전 속도 <공식>



따라서 어떤 엔진의 파워를 직접 측정하였거나 혹은 신뢰할 만한 측정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다면, 드라이버가 적절한 기어비를 선택했을 경우 이 엔진이 얼마나 큰 가속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엔진의 파워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엔진 토크가 커서인지, 아니면 가용한 RPM 범위가 높기 때문인지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엔진의 파워가 크면 가속력이 좋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자동차의 주행 중 엔진이 사용하는 RPM 구간에서 엔진이 생성하는 파워가 자동차의 가속력을 결정한다’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엔진이 생성할 수 있는 최대출력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는 이상적 조건에서의 최고치 일 뿐, 고단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저속으로 달리면 엔진 회전 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엔진은 힘을 쓸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가속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자동차의 엔진을 선택할 때 현혹되기 쉬운 성능 지표가 바로 ‘최고 출력’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출력이 높은 엔진이 주요 RPM 영역에서 높은 출력을 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RPM 영역에서만 충분한 토크나 파워를 생성하는 엔진도 있기 때문에 최고 출력이 진짜 성능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찾아본 모 자동차 회사의 승용차용 3.8리터 페트롤 엔진은 최고 출력이 350마력, 최대 토크가 408 Nm 이었습니다. 승용차 엔진으로서는 무시무시한 성능입니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발생케 하는 엔진 속도(RPM) 입니다.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6400RPM에서, 최대 토크는 5300RPM에서 각각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브로셔는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적 도로 주행에서 당신의 RPM 미터는 얼마나 자주 5000을 넘나드나요? 페트롤 엔진의 경우 고작 3000-4000RPM 정도에서 기어를 변속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 엔진 회전속도로는 엔진의 최대 출력은 고사하고 최대 토크도 쓰지 못합니다. ‘최대 출력’, ‘최대 토크’는 어쩌면 거실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감정사의 보증서가 첨부된 유명 화가의 명화 정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비교 선택에서 있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 속도 범위 (통상 최대 RPM의 20–50%)에서 가장 높은 토크와 파워를 내는 엔진을 고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출력이 많아지기 때문에 한결 효율적인 운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 디젤 엔진이 승용차 엔진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반면 F1카의 경우 엔진의 최고 출력은 매우 유의미한 숫자입니다. 트랙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트랙을 한 바퀴 돌 때 대략 전체 거리의 60–70% 정도는 드라이버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고 출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변속 타이밍을 놓치거나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경우 드라이버는 추월을 당하는 등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F1 엔진의 구조



사실 F1 엔진의 해부학은 도무지 이해 못할 로켓사이언스가 아닙니다. F1의 V6엔진 (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 자체는 최대 약 600마력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이 단발 엔진만으로 ‘하이브리드 기술과 F1의 만남’을 광고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2014 F1 파워 유닛은 엔진 크랭크샤프트에 전기 모터의 동력을 더함으로써 파워를 증가시킵니다. 이 전기 모터는 모터(Motor: M)인 동시에 발전기(Generator: G)의 기능도 겸한 다용도 유닛(Unit: U)이며, 이들의 머리글자를 따서 ‘MGU’라고 부릅니다.



엔진의 크랭크샤프트에 일단 한 개의 MGU가 연결됩니다. 가속이 필요한 구간에서 이 MGU 모터를 돌려 크랭크샤프트에 약 160마력의 파워를 추가합니다. 이 MGU는 운동 에너지 (Kinetic Energy)와 관련 있다고 해서 MGU-K 라고 부릅니다. 그 결과 파워 유닛은 최대 760마력의 출력을 냅니다.



모터는 당연히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여 작동합니다. 하지만 ‘듀라셀’을 연상케 하는 배터리라는 용어 대신 에너지 저장 장치(Energy Store : ES)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일종의 이미지 차별화 전략일 뿐 그저 배터리 입니다. 이 배터리는 트랙 위를 달리는 과정에서 충전됩니다. 하지만 F1카는 엔진 크랭크샤프트와 레귤레이터를 벨트로 연결하여 시종일관 충전하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방식의 배터리 충전은 엔진 출력의 일부를 강제로 분리하여 전기 에너지로 저장하는 작용이기 때문에, 치열한 가속 경쟁에서 1마력의 파워도 아쉬운 레이스카에는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이런 이유로 F1카는 가능한 모든 파워를 퍼부어야 하는 풀 스로틀 구간에서는 배터리 충전을 하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오직 버려지는 에너지만을 회수하여 충전합니다. 자동차에서 버려지는 가장 대표적 에너지는 브레이크의 마찰열 입니다. 브레이크를 사용한 감속은 자동차의 운동 에너지를 브레이크 패드를 통해 열에너지로 발산시킴으로써 운동 에너지를 줄이는 물리적 작용입니다.

메르세데스-AMG의 파워 유니트. 엔진앞쪽에 연결된 구리빛 상자가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다.



또 다른 에너지 낭비 요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엔진 자체입니다. 자동차의 감속을 위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어도 엔진은 아이들 상태로 계속 돕니다. 엔진 동력이 한 순간 쓸모없다고 해서 그 때마다 엔진을 끌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에서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는 열에너지 역시 100 % 낭비되는 에너지 입니다. F1카의 파워 유닛은 이렇게 허공으로 버려지는 에너지만을 수집하여 전기 에너지로 저장합니다. 이를 근사하게 에너지 회수 장치(Energy Recovery System: ERS)라고 부릅니다.



드라이버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앞서 설명했던 MGU-K가 엔진 크랭크샤프트를 꽉 물어 제동을 하는 동시에 발전기를 돌리고 이로부터 발생된 전기가 배터리, 즉 ES에 저장됩니다. 또 배기구에 또 하나의 MGU를 달아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발전기를 돌립니다. 배기구에 달린 이 MGU는 배기가스의 열(Heat) 에너지를 회수한다 하여 MGU-H라 부릅니다. 이렇게 배터리에 모아진 전기 에너지는 최대 파워가 필요한 가속 구간에 접어들면서 다시 MGU-K의 모터를 돌리는 데 사용되어 트랙 한 바퀴 당 약 33초 동안 160마력의 파워를 발생시킵니다. 아울러 이 전기는 가속 초기에 터보차저에 부착된 MGU-H 모터를 강제로 돌리는 데 사용되어 '터보 래그'라 불리는 가속 지체 현상을 제거합니다.



독자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자동차 엔진과 F1 엔진 상식은 이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ll views expressed here are the author's own and not those of his employer and do not reflect the views of the employer."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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