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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F1 STORY PART 7

기사승인 2014.01.15  21: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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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 취업을 알선합니다



스포츠 이벤트로서의 F1 과 이 스포츠의 주인공 격인 F1 드라이버들에 대한 뉴스와 가십은 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전 세계의 다양한 뉴스 매체들 덕분에 한국 모터스포츠 팬들에게도 비교적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됩니다. 물론 다수의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F1 뉴스를 쏟아내는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F1 관련 루머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보의 양 측면에서 보았을 때 F1 은 이미 전 세계 대중에게 노출이 많은 ‘스포츠’ 입니다. F1이라는 ‘스포츠’의 한국 내 대중 인기도를 감안하면 한국의 자동차 매체들이 전하는 F1 관련 뉴스의 보도도 매우 신속한 편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엔지니어링 산업으로서의 F1 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 시중의 기사나 자료들에서는 오류가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예를 들면 'F1 미캐닉들은 모두 석박사급 엔지니어이며 이들이 레이스를 마치고 팀으로 돌아오면 다시 차량 개발에 투입된다', 'F1 미캐닉들의 연봉은 수 십 억을 웃돈다'라는 식의 정보가 그것입니다. 엔지니어링 기업으로서의 F1팀에 대한 정보는 한국의 일반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적은 탓인지, F1 팀의 인력 구성이나 팀 운영에 대한 추측성 정보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부풀려 지거나 잘못된 정보를 형성하게 된 모양입니다. F1 스토리 이전 편에서 필자가 언급하였다시피 하나의 F1 팀은 독립적인 엔지니어링 혹은 자동차 회사입니다. 여느 산업체와 마찬가지로 F1 팀에도 사업의 연속성과 수익성을 지원하는 인력 관리, 회계, 재무, 법률, 자재 구매, 마케팅 등의 지원 조직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F1 팀을 다른 산업체들과 차별화 시키는 요소는 분명 독자들의 오해와 관심이 집중된 F1의 엔지니어링 파트일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독자들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으로서의 F1 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본격적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앞서 대부분의 일반 대중들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모터스포츠의 산업적 특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터스포츠는 원동 기계를 이용하는 몇 안 되는 스포츠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스포츠의 전형에서 벗어난 감이 있지만 게임의 룰에 의해 승부를 겨루고 성적에 따라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온전한 프로페셔널 스포츠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 리그에 참가한 다수의 스포츠 팀들이 스포츠 경기라는 상품을 생산하고 일반 대중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F1 은 얼핏 프로 축구나 야구와 같은 수익 모델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F1 의 경우 업계 전체 매출 중 관중 수입이나 방송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포츠 이벤트만을 수익 상품으로 인식하는 단순한 2-Tier 모델로는 모터스포츠 산업 전반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 모터스포츠 팀의 생존 방식까지로 시야를 좁히면 이 모델의 한계는 더욱 분명해 집니다.



여타의 프로 스포츠와는 달리 모터스포츠의 1차 소비자는 관중이 아닙니다. 유럽 기반의 F1, 북미의 NASCAR, 호주의 V8 Supercars, 독일의 DTM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관람객으로서 모터스포츠를 소비하는 관중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VW Polo나 Ford Fiesta의 박진감 넘치는 드리프팅과 스칸디나비안 플립이 일품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 (WRC) 은 근사하게 조성된 트랙도, 트랙 주변을 에워싼 수많은 관중도 없이 변방의 후미진 농로 수 킬로미터를 막고 기량을 겨룹니다. 페라리,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 우리가 알만한 거의 모든 슈퍼카들이 등장하는 FIA GT 시리즈도 관중석이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서 온 듯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로 유명하고 ‘르망’으로도 알려진 내구 레이스 WEC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소 6 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이벤트 운영에 있어서 관람 흥행은 애초에 계산에 넣지도 않습니다. 예비역 아저씨들이 흔히들 ‘츄레라’라고 부르는 트럭으로 경주하는 FIA 유러피언 트럭 레이스 챔피언십은 관람 흥행이 주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도무지 그 존재 가치를 이해를 할 수 없는 스포츠입니다. 조금은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모터스포츠는 관중이 없어도 게임의 명분에 해침이 없는 비 대중적 스포츠입니다. 모터스포츠 산업을 먹여 살리는 소비자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남자들의 꿈인 붉은 빛깔의 페라리는4 % 저리의 25 년 상환 모기지론이 설정된 서른 평 아파트에서 두 아이를 기르며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40 대 중산층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평생 타보지도 못할 사치스러운 차를 만들어 판다’ 며 페라리를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고가의 페라리에 대한 특수층의 수요는 페라리 생산 라인의 노동자들에게 매우 안정된 고용과 소득을 제공합니다.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하에 속할 페라리 생산 라인 직원의 대부분은 혼다 시빅이나 VW 골프를 탈 확률이 높습니다. 맥라렌 F1 팀의 직원 주차장은 맥라렌 MP4-12C 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다. 애스턴마틴 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모터스포츠의 존재 가치는 수퍼카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욕구를 추구하는 고 자본 수요자들에게,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술자들을 고용하여 그 수요를 충족시키고 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만약 고객이 프로페셔널 드라이버의 열정을 가진 재력가라면 모터 레이스 팀은 그가 타고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레이스카를 기꺼이 만들어 줍니다.



특히 FIA GT 시리즈는 이런 열정가들의 욕망과 자본이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조금 더 낮은 클래스의 모터 레이스로 살짝 만 눈을 돌리더라도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로서의 성취감을 위해 자신만을 위한 레이스 팀을 꾸려 운영하는 이들을 쉽게 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의 욕망이 자기 회사의 명칭이나 상품 광고를 레이스카에 붙여 대중에게 더 많이 노출하는 것 이라면,  모터 레이스 팀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 고객에게 광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만약 고객 자신이 자동차 제조사 혹은 차량 부품 회사이고 개발된 자동차나 부품의 성능 및 안전성을 극한의 조건에서 테스트 하고자 한다면 모터 레이스만한 최적의 테스트 환경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요컨대 모터스포츠는 VIP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가 혼재된 시장이며 이 복잡한 욕구들이 충족될 수 있도록 고성능의 레이스카와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여 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모터스포츠 산업은 특수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춘 양질의 엔지니어링 기술 인력들이 집적된 참신한 고용 시장임을 의미 합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창조 경제” 란 잘 육성된 모터스포츠 산업 정도에 붙여야 어색함이 없는 표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당신이 수 천 억대의 자산가라면 F1 팀을 인수하여 단번에 한 F1 조직을 호령하는 우두머리가 될 수 있습니다. 타 레이스 팀에서 경영자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F1 팀의 경영자로 발탁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자신이 현 GP2 시리즈의 전신인 F3000시리즈의 드라이버였던 레드불 F1 팀의 크리스찬 호너 사장은 레이스 드라이빙을 은퇴 한 25 세의 어린 나이에 이미 F3000 팀을 소유했을 정도로 부유한 배경을 타고난 인물입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33 세의 어린 나이에 레드불 F1 팀의 최고 경영자로 발탁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 특히 F1 기술자를 꿈꾸는 어린 공학도들에게 이들의 세계는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할 것이기에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F1 에 뜻을 둔 어린 학생들에게 ‘당신의 꿈은 뭐요’ 라고 물으면 대부분 ‘F1 미캐닉이 되는 것’ 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F1 미캐닉은 모든 레이스 이벤트에 참가하여 F1 카의 조립, 정비, 분해를 담당하고 경기 중에는 타이어 등을 교체하는 피트 스톱에 투입되는 피트 크루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피트 크루가 모두 미캐닉은 아닙니다. FIA 규정 상 피트에서 운용할 수 있는 전체 인력의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부품 확인, 장비 청소 관리 등을 전담하는 비 미캐닉 인력들까지 피트 스톱에 참여합니다. 미캐닉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7 세 무렵부터 레이스카 정비사의 길로 뛰어들어 포뮬러 레이스카의 조립, 정비에 장기간 수련된 숙련공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Apprenticeship 으로 알려진 도제 방식, 즉 숙련된 미캐닉의 어깨 너머로 포뮬러 카 조립과 정비의 이모저모를 배우며 미캐닉 경험을 쌓습니다.



처음부터 F1 미캐닉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F1 카와 유사한 형태의 하위 포뮬러 시리즈에서 기본기와 경력을 쌓은 후 F1 미캐닉으로 발탁됩니다. 미캐닉들은 차량의 설계나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레이스를 컨트롤하는 레이스 엔지니어와 차량의 성능을 분석하는 퍼포먼스 엔지니어들이 어떤 부품이나 장치, 차량의 셋업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 주어진 주문 대로 구현만 합니다. 이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 차의 조립을 마쳐야 하고 연습 주행 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차량의 파손을 다음 연습 주행이나 레이스 전까지 반드시 복구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가장 장시간 일하고 가장 많은 체력이 요구되며 경기 중 부상의 위험에도 노출되는 쉽지 않은 직업이지만 레이스의 긴장과 영광을 최전선에서 만끽하는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미캐닉의 경력과 숙련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으나 알려진 것처럼 모두가 상당한 고액의 연봉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F1 카의 조립이 미캐닉들의 몫이라면 F1 카의 제작은 테크니션들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F1 테크니션들은 엔진, 타이어, 휠 드럼, 브레이크 어셈블리, 기타 표준 부품을 제외한 자동차의 모든 파트를 디자인 엔지니어들의 설계도에 따라 제작, 가공합니다. F1 카의 제작에는 일반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나 자동화 공정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파트와 부품이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 집니다. F1 카는 거의 완벽하게 모듈화 되어 있어 몇 대의 차를 제작한다는 개념이 무의미 합니다. F1 카 제작 공정의 목표는 계획한 경기 수 동안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도 안정적으로 레이스에 참가하기에 충분한 분량의 차량 구성품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캐닉만큼이나 숙련도와 정밀한 감각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테크니션도 미캐닉과 마찬가지로 도제식으로 양성됩니다. 해마다 공장 이곳저곳에서 앳된 소년들이 스승 테크니션을 따라 다니며 일을 배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 속 제다이 기사를 훈련하는 방식인 Apprenticeship은 기술자를 양성하는 영국의 오랜 전통이며 가장 흔한 마스터는 아버지나 삼촌입니다. 아버지가 F1 테크니션인 경우 그 아들도 대를 이어 F1 테크니션의 길을 밟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유럽의 엔지니어링 테크니션들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은 데에는 이 도제의 전통도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전통과 배경을 고려하면 한국 땅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F1 미캐닉이나 테크니션이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유럽 엔지니어링 도제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톱 모터스포츠에서 유사한 경력을 쌓는 것입니다. 현재 F1 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미캐닉들은 타 모터스포츠에서 상당한 경력과 기본기를 쌓은 후 일본 팀을 통해 F1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차량 디자인, 공기 역학, 전산 공기 역학, 부품 설계, 스트레스 분석, 성능 분석, 전자 제어 등 펜과 종이,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F1 팀의 모든 프로젝트는 F1 엔지니어의 손과 머리를 거쳐 탄생합니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수 백 명의 F1 엔지니어들은 차의 형상을 디자인하고, 차의 디자인에 따른 바람의 영향을 관찰하고, 힘과 속도를 계산하고, 성능을 분석 개선하는 모든 일들을 나누어 맡습니다.



모든 F1 팀들의 HR 부서는 F1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전 세계의 엔지니어 지망생들로 하루에도 수 십 통의 이력서를 받습니다. F1 이 요구하는 인력과 기술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F1은 나의 꿈이었고 시켜만 주면 잘할 수 있다’ 는 의욕만 가득한 이력서는 대부분 휴지통으로 버려집니다. 대부분의 유럽 엔지니어링 기업이 그러하듯이 F1 팀에는 한국 대기업의 신입 사원 연수와 같은 직무 교육이 전혀 없습니다. F1 팀들은 그들이 원하는 전문성을 이미 갖추고, 현장 직무에 곧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준비된 인력만 을 뽑습니다. 결국 F1 엔지니어의 채용에 있어 F1 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력은 타 F1 팀에서 유사한 개발 업무를 해왔던 기존 F1 엔지니어입니다. 상대 팀의 기술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을 뿐 아니라 상대 팀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F1 업계에서 엔지니어들의 팀 간 이동은 매우 빈번하며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현재 열 한 개의 F1 팀이 존재하고 각 팀당 어림잡아 약 이 삼백 명의 엔지니어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F1 업계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약 이 삼천 명의 엔지니어가 활동하는 셈입니다. F1 팀들은 기존 엔지니어들을 거의 돌려쓰다시피 하기 때문에 F1 엔지니어의 신규 채용이 매우 드물고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F1 엔지니어 직종은 기본적으로 해당 개발 업무와 유관한 공학 학위와 경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F1 프로젝트에는 Fluid dynamics, Dynamic, Stress analysis 등 기계 공학 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 가장 많이 활용되지만 이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WEC, WRC, DTM 같은 다른 모터스포츠나 일반 자동차 회사에서의 개발 경력도 F1진입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F1 카를 구성하는 요소 중 공기 역학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의 설계는 일반 자동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F1 팀들은 핵심 개발 인력을 채용할 경우 박사급 엔지니어를 선호합니다. 특히 레이스카의 성능 향상이나 공기 역학을 주제로 한 연구 경험을 매우 우대 합니다. 레이스카 드라이버에서 엔지니어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직무에 필요한 기계 공학적 소양과 학위를 요구 받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요컨대 레이스카 개발과 성능 분석에 전문 지식과 소양을 갖추면 됩니다. 단, 팀의 국적에 상관없이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필수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Graduate 레벨에서 F1 엔지니어로 발탁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총 11 개의 F1 팀 중 8 개 팀의 공장이 소재한 영국의 경우 일부 F1 팀들이 운영하는 Graduate 엔지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초급 엔지니어부터 시작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마저도 영국 톱 리그 대학의 기계 공학과나 몇몇 대학의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 학과 학생들에게 대부분의 기회가 돌아갑니다. 가장 많은 F1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으로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그리고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한 Cranfield, Oxford Brookes, Loughborough University 가 있습니다. 특히 이들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 학과에는 매년 F1 엔지니어의 꿈을 품은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모여듭니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에서 더 많은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활동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어린 엔지니어 지망생이 해외의 톱 모터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업계가 요구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공학적 소양, 경험을 쌓아야 하고, 현재로서 이는 고스란히 유학이라는 교육비용으로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모터스포츠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경우 자국 F1 팀이었던 혼다, 토요타, 슈퍼아구리를 통해 일본에서 나고 자라 교육받은 순수 일본인 엔지니어들이 자연스럽게 F1 으로 유입될 수 있었고 이 중 일부는 현재 F1 업계의 톱 엔지니어로 성장하였습니다. 모터스포츠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 일본은 여러모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나라입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세계 모터스포츠 시장에 지구력 있게 투자한다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효과가 바로 사람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사가들은 흔히들 F1 인더스트리를 두고 “매우 단단한 껍질로 덥힌 닫힌 사회 (Closed society)”라고 말합니다. 껍질을 까서 그 속을 들여다 볼 기회가 많지 않을 뿐더러, 그 껍질을 비집고 들어가 그 일원이 되기도 만만치 않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산업 전체를 통틀어 F1만큼 흥미로운 분야는 흔치 않습니다. 필자는 엔지니어로서 열정을 쏟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분야가 바로 모터스포츠, 특히 F1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모터스포츠, 특히 F1 을 동경하고 이를 목표로 공부하는 나이 어린 공학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속 환상을 그리며 F1 인더스트리를 동경하지는 않기를 당부합니다. F1 인더스트리는 결코 주류 자동차 산업을 능가하는 어떤 신비의 기술을 사용하는 신세계가 아니며 TV 에서 보는 레이스처럼 재미 만 가득한 일터도 아닙니다. F1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는 수 년이 걸리는 일반 자동차 회사의 자동차 개발 사이클이 1 년 미만으로 압축된 형태이며, 수 백 여명의 기술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일반 자동차 개발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동일한 수준의 전문성과 공부가 필요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챔피언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이 있게 한 레드불 F1 카는 천재 디자이너라 일컬어지는 ‘에이드리안 뉴이’의 감각과 재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발 방향을 제시한 것은 그와 함께 일하는 200 여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의 집단 지성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로보트 태권브이는 김박사가 만들었다기보다 김박사가 엔지니어들을 잘 감독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All views expressed here are the author's own and not those of his employer and do not reflect the views of the employer."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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