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근원의 색 '검정'의 진수를 담다, 제네시스 G90 블랙 출시

기사승인 2024.03.25  10:29:06

공유
default_news_ad1

국내에서는 흰색과 검정색 외 자동차 색상은 마이너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중고차 시장에서 흰색과 검정색이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도로는 온통 무채색 투성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유행에 대해 호불호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최소한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물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세단 시장, 그리고 차가 대형화될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대형 세단이면 가족용 차의 느낌보다는 업무용, 의전용 차량의 느낌이 강해지고, 무게감 있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대형 세단의 경우 검은색이 아닌 차량을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예 차체의 대부분을 검은색으로 덮어버린, 블랙 컬러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3월 21일 G90 블랙을 출시했는데, 출시 전 미디어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행사가 진행되어 경기 용인의 제네시스 수지를 방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제네시스 수지 내부는 일반적인 전시장과 다른 구성을 갖추고 있다. 마치 온갖 미술품들이 전시된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는데, 오늘 이곳은 정말 갤러리가 되어버렸다. 전시장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두 점의 그림 덕분이다. 이것들은 출시를 기념해 국내 단색화의 거장인 윤형근 화백, 정창섭 화백과 협업해 G90 블랙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벽면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화폭에 검정색을 사용한 그림은 파격적이면서도 무게감 있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칸막이를 돌아 들어가니 오늘의 주인공인 G90 블랙이 베일을 벗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그대로 가능한 모든 곳에 검정색를 사용한 덕분에 일반적인 검정색의 G90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차체 전반을 덮은 이 검정색의 이름은 ‘비크 블랙’이라고 하는데, 현무암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비크 지역에서 색상명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그래서 검정색임에도 불구하고 유리 안료를 사용해 블랙 특유의 깊이감과 반짝이는 효과라는 대비되는 느낌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차량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면부에서는 그릴을 부각시키기 위해 은색(혹은 크롬)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G90 블랙은 이 그릴마저도 검은색으로 덮었다. 그 위로 장착된 제네시스 로고의 경우 블랙 컬러이긴 하지만 농도를 낮춘, 회색에 가까운 색으로 처리했는데, G90 블랙이라고 해서 순수한 검은색만이 아닌, 농도의 조절을 통해 검은색을 더욱 부각시도록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휠 역시도 농도를 낮춘 다크 스퍼터링 전용 휠이 적용되었으며, 중앙의 플로팅 휠 캡, 휠 볼트도 G90 블랙에 맞춰 기존 은색에서 다크 컬러로 변경됐다. 여기에 휠 뒤로 살짝 엿보이는 블랙 컬러의 캘리퍼는 G90 블랙이 단순히 외장만 블랙으로 덮은 것이 아닌, 차체 곳곳을 G90 블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꼼꼼하게 변경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측면 창문의 몰딩, 라이트 주변 및 머플러 주변 가니시 등에도 일반적으로는 크롬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G90 블랙은 이 부분들마저도 블랙으로 처리했다. 심지어 도어 조립을 위해 사용된 볼트들까지도 블랙 컬러에 맞춰 농도를 낮춘 다크 컬러를 사용했을 정도. 차량을 둘러보며 블랙 컬러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도어 캐치, 트렁크 리드 캐치, 그리고 트렁크 입구 커버 정도가 전부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도 이 부분들까지 블랙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워낙 마찰이 잦은 부위라서 이런 곳들은 어쩔 수 없이 원래 색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 문을 열고 들어서면 G90 블랙의 또 다른 진가가 드러난다. 보통 외관이 어두운 색이면 실내는 외관과 대비되는 밝은색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인데, G90 블랙은 실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곳에 블랙 컬러를 사용했다. 시트, 대시보드는 물론이고 주변 가니시, 핸들바, 심지어 센터 콘솔의 다이얼이나 버튼들마저도 모두 블랙 컬러로 덮어놓았다. 물론 외관에서와 마찬가지로 블랙 컬러의 농도 차이를 더해 포인트를 강조한 점들도 꽤나 인상적인 부분. 심지어 꼼꼼하게도 주행보조 기능에 표시되는 차량까지도 블랙 컬러를 적용했을 정도.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드는 실내지만, 차분함 면에서는 그 어떤 모델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으뜸이다.

이러한 블랙 컬러는 일반적인 블랙 염료가 아닌, 특별한 염료가 사용됐다고 한다. 세미 아닐린 블랙 가죽의 경우 폐타이어에서 추출한 카본 블랙을 사용해 구현했으며, 여기에 천연 유연제와 유채유 코팅제 등으로 완성하는 등 재활용과 친환경 공정의 소재들이 적극 투입됐다. 헤드레스트 백과 콘솔에는 사용후 버려지는 가죽조각으로 만든 레더 스크랩 인조 가죽이 사용됐으며,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무독성 셀룰로오스를 이용한 카매트, 폐어망에서 추출한 원사를 사용한 플로어 카펫 등 환경에 대한 고민을 제품에 잘 녹여냈다.

이 밖에도 각종 다이얼과 버튼 등 조작부에 대해서도 블랙 리얼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스티어링 휠의 로고도 전용 다크 메탈릭 엠블럼을 적용했다. 이 밖에도 뱅앤올룹슨 스피커 그릴, 도어에 부착된 각종 버튼과 주변 가니시 등 모든 곳을 블랙으로 처리하며 블랙 컬러가 보여줄 수 있는 ‘색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별함을 강조한 G90 블랙인 만큼 구성도 최상위 트림으로 운영한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에 사륜구동 방식이며, 주요 고급 사양 중 선루프와 빌트인 캠, 차량 보호필름 만을 제외한 나머지를 기본 적용했다. G90 블랙의 가격은 1억 3,8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차량 구매 고객에게는 블랙 고객 전용 기프트 박스를 제공하고 기본 멤버십 혜택 외 G90 LWB 모델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글과 사진으로 G90 블랙을 설명하기 위해 애썼지만, 실물이 보여주는 느낌이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엔 분명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제네시스가 4월 14일까지 제네시스 수지에서 특별 전시 ‘<BLACK – THE SUBLIME>’을 운영한다고 하니, 관심 있다면 직접 방문해 기존 검은색 차량에서 느낄 수 없었던 G90 블랙만의 특별한 경험을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에 갖고 있던 블랙이란 컬러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할테니 말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