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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김남호의 F1 STORY

기사승인 2013.09.25  12: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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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3 – 누가 F1 카를 머신이라 부르라 했던가



라이드매거진을 통해 F1 스토리 연재를 시작하게 된 김남호 박사는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이며, 명문 F1 팀인 Lotus F1 Team에서 성능 분석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한국인 F1 엔지니어이다. 지난 라이드매거진의 연재를 통해 필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기사화 되었으나 혹시나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기사 링크를 안내한다.

김남호의 F1 STORY PART 1 - 더 이상 남의 잔치가 아닌 F1  
(
http://auto.naver.com/special/specialThemeRead.nhn?seq=535)


김남호의 F1 STORY PART 2 – interview
(
http://auto.naver.com/special/specialThemeRead.nhn?seq=1149)
 


 

‘수 억명’, ‘수 천억’, ‘초고속’, ‘익스트림’… 포뮬러 원 이라는 스포츠를 묘사하기 위해 쓰이는 수식어 들은 하나 같이 최상급에 가깝습니다. F1 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모터 레이스 형태 중 하나 일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으로부터의 동경과 인기를 거의 독차지합니다. 전 세계 모터 레이스 경제 규모를 두고 보았을 때 F1 의 시장 점유는 거의 독점에 가깝습니다. 콜라 시장에서의 코카콜라나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레드불 만큼이나 F1 의 위상은 전 세계 모터 레이스 섹터에서 절대적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F1 is not good at looking down - F1 은 아래를 잘 내려다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F1이 그 만큼 콧대가 높은 스포츠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점적 산업임을 빗대어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F1 의 독점성과 가치가 결코 과대 평가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F1의 시장성과 흥행성은 이미 유럽,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F1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F1 은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F1에 대한 평가는 스포츠, 기술, 엔터테인먼트, 경제 등 다 방면에서 후한 편입니다. 대중의 인지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코리안 그랑프리가 열린 이 후 다양한 매체들이 F1 의 이모저모를 대중에게 친절하게 소개한 덕분이죠.



하지만 국내에서 F1 의 대중적 인기를 평가하자면 F1은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 받고 있는 비 인기 종목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흥행 성과만을 놓고 봤을 때 결과는 더욱 초라합니다. 수백억의 적자가 발생하였다는 기사는 이제 코리안 그랑프리가 끝나면 등장하는 단골 뉴스이고, 제가 있는 유럽의 매체들은 코리안 그랑프리 첫 해 이후부터 매년 “올해 코리안 그랑프리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F1 그랑프리 개최국 중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이 부조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재미나게 즐기는데, 왜 당신들은 이토록 못 즐기는가?” 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사실 그 대답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저는 평소 담아 두었던 생각을 여러 편의 글에 나누어 정리함으로써 이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답이 독자들에게 가능하면 쉽게 전달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재될 F1 스토리에서는 ‘최고의 … , 최상의 … ’ 따위의 정보는 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내용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굳이 제가 또 들려드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F1 은 아주 단순한 자동차 경주입니다. 정해진 거리를 규칙 위반하지 않고 가장 짧은 시간에 완주하면 승리하는 다른 자동차 경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자동차 경주입니다. 즉 F1이든 카트든 큰 개념으로 보면 결국 결승점에 먼저 골인하는 차가 승리하는 다 같은 자동차 경주라는 말이죠. 결국 경기를 즐기는 데 필요 없는 최첨단 기술이나 자동차 성능, 드라이버 몸 값, 그 밖에 쓸데 없는 요소들을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순간 F1은 덜 흥미로운 즐길 거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일반 관람객들이 우샤인 볼트의 100 m 스프린트를 즐기는 데 굳이 그가 신은 신발의 특수 소재를 알 필요가 있을까요? 타이거 우즈의 섹스 스캔들 역시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가 갤러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이유는 그의 성적 매력이 출중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F1에 관한 규칙, 기술, 흥미로운 사실이나 가십도 앞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소개할 계획이지만 그것이 앞으로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혹시나 우리가 F1을 너무 뜨거운 동경의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우리 수준으로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우상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는 것은 과연 저 혼자서만 느끼는 생각일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한국의 매체들이 다룬 F1 관련 정보들을 접하며 한 가지 의아하게 생각한 사실은 모든 매체가 F1 차를 꼭 “머신” 이라고 지칭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F1 차가 공식적으로 “자동차”가 아닌 아주 특별한 “머신”으로 불린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F1 엔지니어 어느 누구도 F1 차를 머신이라 부르지 않으며 FIA 규정에도 공식 명칭은 분명히 “Car” 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죠. 혹시나 머신이라 부르지 않고 대신 카라고 불러서 좀 의아하신가요?



유럽의 자동차 매체들도 대 부분 F1 Car 라는 단어를 씁니다. 머신이 아닌 자동차입니다. F1 차를 “Machine”으로 표현한 구절은 FIA 규정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Machine” 이란 단어는 “가공하다” 라는 동사로 FIA 기술 규정에 단 두 번 등장합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많은 매체들은 유독 F1 차를 꼭 “F1 머신”이라 부르는 것일까요? 글쎄요. 저는 F1 이란 우상에 자동차라는 저렴한 단어가 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솔직히 좀 우려가 됩니다. 물론 어떤 외신에서 “이 것은 차라기 보다는 굉장한 머신이다.” 라고 처음 표현했고 아마도 누군가가 그 표현을 빌려왔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뇨 좀 더 솔직하게 말씀 드리죠.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저는 이런 표현이 듣기 싫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만든 어떤 작품이 “기계”로 불리기 보다 인간성이 깃든 “어떤 것”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디즈니 에니메이션 “Cars”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머신이 아니지 않은가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F1 차는 그냥 자동차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어떤 외계 생명체가 창조한 머신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F1에 대한 과도한 우상화를 거두자는 말씀입니다. 머신이 아닌 차로 인식하고, 우상화적인 거창한 시각을 걷어내 F1을 있는 그대로의 자동차 경주로서 바라보자는 말이죠.    



아 그리고 비인기의 또 한가지 원인은 우리 나라 대중이 한국 기업 혹은 한국인의 F1 참여가 없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이를 조목 조목 반박할 예정입니다. 감히 자신있게 말씀 드리자면 한국의 F1 진출은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말이죠. 한국은 이미 F1 의 VIP 멤버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의아해 할 분들도 많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남호의 F1 STORY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F1 진출에 대하여 살펴볼 것입니다. 얼마 안 남은 코리아그랑프리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제가 몸담고 있는 Lotus F1 Team도 응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기사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ll views expressed here are the author's own and not those of his employer and do not reflect the views of the employer."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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