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된 요즘,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시청 목록을 바탕으로 AI가 노래나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도 이젠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AI는 자동차 분야로도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런 콘텐츠적인 부분을 넘어 자동차 생산 과정까지도 AI가 접목된다면 어떨까? 미래 자동차 공장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스마트 팩토리 혁신 제조 기술 공유를 위한 신기술 전시회 ‘E-FOREST TECH DAY(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4’를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개최해 현장을 찾아 미래 자동차 공장에 어떤 기술이 적용될지 살펴보았다.
이포레스트(E-FOREST)란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조시스템의 혁신을 추구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 및 인간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 도입으로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고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공장의 자동화, 무인화가 이포레스트의 목표가 아니라, 효율적(Efficient)이고 경제적(Economical)으로 모빌리티 산업 환경(Environment) 전체의 진보를 달성해 고객과 파트너사에 만족(Excellence)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공지능, 로봇기술,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요소와 가치를 연결해 모두(Everyone)를 위한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이러한 뜻을 담아 단어의 머릿글자를 딴 E를 더해 이포레스트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최신 기능을 구현하고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자동차 역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량 전반의 성능과 각종 기능들을 최신 상태로 유지해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SDV를 생산하기 위한 거점으로 SDF, 즉 소프트웨어 중심의 공장을 구축해 제조지능을 고도화하고 유연성이 확보되는만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과 공장운영이 가능해지고 생산 준비기간 단축, 생산속도 향상, 신차 투입 시 투자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뒤 구분없이 전 방향으로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한 운송로봇 |
이날 현장에는 생산 과정에서 사용될 다양한 기술들이 전시됐다. 그룹사 및 협력사, 대학 연구기관 등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사진으로 찍거나 기사로 소개할 수 없는 내용들도 다수 전시됐는데, 공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시간 안에 생산 공정에 적용되어 자동차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중 기사를 통해 소개할 수 있는 것들만 몇 가지 설명하자면, 우선 물류로봇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이 있다. 자동차 공장을 견학해보면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차체는 물론이고 그 차체에 조립해야 할 부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자의 동선까지 운송된다. 이러한 것들 역시 물류인데, 기존 물류로봇은 앞뒤 구분이 있어 전진 혹은 직진 이동만 가능했으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 앞뒤 구분 없이 전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해 훨씬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또한 방향 전환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향용 바퀴를 장착하는 것이 아닌, 좌우의 바퀴수를 제어해 무거운 화물을 적재한 상태에서도 매끄러운 곡선 주행이 가능하다고.
단단하지 않은 부품도 로봇을 통해 섬세한 조립이 가능하다 |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도 인상적이었다. 기존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는 볼트와 같이 단단하고 형태가 고정된 부품들 정도만 자동화 로봇을 통해 조립됐는데, 이 기술은 AI 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호스나 와이어 등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부품들을 카메라를 통해 인식하고 어떻게 집어 조립하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해 제어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손으로도 섬세하게 다뤄야하는 호스 부품을 로봇 팔이 최적의 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집어올린 후 엔진의 연결부에 조립한 다음 클램프까지 조여주는 모습에서 완전 자동화의 길도 그리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집'에서 출격하는 스팟. 높은 이동력과 다양한 센서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의 순찰 및 점검을 수행한다 |
수요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
자동화하면 로봇을 빼놓을 수 없는데, 현대차그룹 산하에 이 분야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곳이 있다. 바로 보스턴 다이나믹스. 놀라운 움직임의 로봇을 개발하며 혁신을 보여주는 곳으로, 이 곳의 대표 로봇 중 하나가 로봇 개 스팟이다. 4족 보행으로 노면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달리는 것도 가능한데, 이런 전천후 이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찰 및 감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이포레스트 현장에서는 스팟 인더스트리 와이드 솔루션을 소개했는데, 인공지능과 비전 처리, 빅데이터 처리 등을 활용한 지능형 점검 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면 스팟이 사람의 눈, 코, 입에 해당하는 센서를 통해 공장과 같은 환경에서 실시간 안전 점검과 설비 점검을 수행하는데, 실제 기아 광명 오토랜드에서 이 스팟을 이용해 공장 내외부 순찰 및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정밀한 정렬로 동체와 날개를 기존보다 몇배 더 빠르게 조립하기 때문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
이 밖에도 미래 모빌리티로 손꼽히는 UAM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인 동체와 날개를 자동으로 정렬해주는 시스템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체결해 3~5일 정도 소요되는 과정을 단 몇시간으로 단축해주며, 무한 다축 홀딩 픽스처 기술은 다양한 부품을 조립하기 위해 부품별 고정장치를 별도로 설치해주던 것과 달리 이를 하나의 고정장치로 조립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설비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공장 유연화에도 효과적이라고.
부품 표면의 크랙이나 구멍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프레스 AI 영상분석 솔루션. |
자동차야 자체 생산 및 협력업체의 부품을 모아 조립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를 통해 자동차의 부품 하나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부품들이 조립되는 과정들이 매우 복잡하고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쳐 이뤄지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통해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하게, 보다 효율적으로 부품/조립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투입되는 것이 자동차 생산 공정이고, 이들의 노력이 모이고 모인 덕분에 오늘날 국산 자동차가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