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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오디오와 시트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의 극치, 기아 K8

기사승인 2021.04.16  09: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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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많은 봄비가 도로를 흠뻑 적셨다. 문득 예전 현대 쏘나타의 광고가 떠올랐다.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던 그 광고. 딱 그 상황이 겹쳐지는 듯했다. 쏘나타였다면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기아 K8을 타고 있으니 빗소리도 귀에 거슬렸다. 그저 조용한 가운데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자니 시승보다는 조용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느긋하게 누워 계속 음악이나 듣고 싶어졌다. 오늘은 K8과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이미 지난 8일 출시 때 실물을 직접 봤지만, 오늘은 그때 하지 못했던 시승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일단 시동을 걸고 출발해보기로 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그릴이나 방향지시등은 그랜저와 유사하지만, 헤드라이트를 분리한 디자인은 차이가 있다.

지난번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K8이 유독 그랜저를 떠올리게 하는 건 다이아몬드 형태의 디자인 요소 때문일 것이다. 그랜저는 ‘파라메트릭 주얼’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K8에서는 굳이 엮고 싶지 않다는 의미인지 ‘다이아몬드 패턴’ 정도로만 표현했다. 그래도 전면부 그릴이나 방향지시등의 형상은 그랜저를 연상시키게 하기 충분하다. 그렇지만 헤드라이트를 다이아몬드 형상이 아닌 별도로 빼내어 장착했다는 점, 프레임이 없는 일체형 방식의 그릴을 사용한 점 등에서 현대와 기아 사이 디자인 차이가 느껴진다.

전면에서 시작한 크롬라인이 도어 하단을 거쳐 라이트바로 이어지는 디자인이다.

측면에선 그릴 하단의 크롬 장식이 도어 하단을 거쳐 후면부의 라이트바로 이어지도록 디자인한 덕분에 훨씬 차가 가벼워 보인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한 덕분에 훨씬 날렵하고 젊어보이지만 그만큼 뒷좌석 헤드룸이 희생되는 점은 양날의 검이 아닐까. 후면 디자인은 정중앙에서 바라보면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각도를 틀면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라이트바가 온통 빨갛게 처리되어 후진등이 대체 어디 있는 건가 싶었는데, 번호판 아래 초록색 라이트가 하얗게 발광하는 방식이다.

실내는 차분함 속에 금속 소재를 부분적으로 사용해 세련미를 슬쩍 드러낸다.

실내는 대시보드에 적용된 원목 느낌의 우드 그레인과 베이지색 가죽이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시트와 도어 트림 등 실내 곳곳에서 다이아몬드 패턴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천장은 스웨이드와 비슷한 질감의 소재를 사용했고, 주요 포인트마다 사용한 금속 소재들이 세련미를 확 끌어올려 준다.

제어부의 기본 상태. 여기서 좌측 다이얼의 오른쪽 세 번째 변환 버튼을 누르면
공조장치 제어용으로 변환된다.

디지털 계기판이나 센터 스크린은 최근에 여러 번 봐왔던 것들이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센터스크린 아래 터치 방식의 제어부는 신선하다. 평상시엔 센터스크린의 주요 메뉴 호출이나 볼륨 조절, 라디오 채널 변경 등의 용도로 사용하다가 전환 버튼을 누르면 버튼과 다이얼이 공조장치 제어에 맞춰 표시가 바뀐다. 덕분에 조작부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어 좌우가 연결되니 개방감이 높다.

이 정도 뒷좌석 공간이면 임원용 차량으로의 수요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장이 5m가 넘고 휠베이스도 3m를 넘는 차의 탑승공간이 매우 크다는 얘기를 굳이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앞뒤 모두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 차에 탄 모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조수석을 앞으로 최대한 밀고 나니 키 196cm인 기자도 발에 걸리는 것 없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의 경우 가운데 등받이를 접어 내리면 미디어 조절 컨트롤러가 배치되어 있고, 팔걸이를 열면 USB 내장 수납함도 있다. 뒷좌석 시트에도 열선과 통풍 기능이 내장돼 있는 등 편의사양이 두루 갖춰져 대기업 임원진용 차량으로의 수요도 높을 듯하다.

파워트레인은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I가 먼저 출시됐고,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5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40km 남짓의 길지 않은 코스지만, 적잖은 비 때문에 속도를 낮춰야 할 테니 평소보다는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 차선 택시 기사님이 바쁘게 손짓을 보낸다. 창문을 내려보니 새로 나온 K8 신형이냐며 이것저것 물어오신다. 시간이 길었다면 더 친절하게 답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신형 K8에 대한 높은 관심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주행 보조 기능들은 매끄럽게 작동한다.

올림픽대로를 달려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속도를 올리기에는 앞차에서 튀어오르는 빗물로 시야가 꽤 불편할 정도니 이런 날씨에선 그저 안전운전이 최고,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을 켜고 조금 느긋하게 달리기로 했다. 비가 제법 뿌리지만 기능은 맑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끄럽게 작동한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 와이퍼가 꽤 바쁘게 움직여야 할 만큼 많은 비가 올 때는 센서도 방해를 받아 주변 정보를 원활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되면 기능을 강제로 정지시키기도 하니 악천후에선 주의가 필요하다.

저속에선 가볍게 움직여 조향이 편하고, 고속에선 묵직해져 안정감 있는 주행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은 속도감응형으로, 처음 출발할 때 주차장에서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웠지만, 고속도로에서 제법 속도를 올려붙이자 감각이 훨씬 묵직해져 안정감이 든다. 여기에 안정감을 보태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시트. 급가속을 하거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등받이 좌우가 솟아올라 상체를 단단히 잡아주기 때문에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훨씬 주행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선 무리다.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모두 주는 시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시트의 또다른 강점은 에르고 모션 시트와 릴랙션 컴포트 시트 기능이다. 7개의 공기 주머니로 최적의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에르고 모션 시트 기능은 거의 푹신한 소파급의 착좌감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장거리 운전에서 빛을 발하는 스트레칭 기능이 더해져 운전의 피로도를 크게 낮춘다. 장거리 운전 중 잠시 휴게소에서 쉬어갈 땐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릴랙션 컴포트 시트 기능이 제격이겠다.

K8의 백미는 단연 오디오 시스템이다. 직접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빗속에서도 K8의 시승을 즐겁게 해주는 일등공신은 오디오 시스템이다. K8 뿐만 아니라 많은 브랜드의 신제품들이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해왔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K8에 구현한 것은 ‘역대급’이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스테이지’와 ‘서라운드’, 커스텀까지 총 3개의 음향 모드를 지원하는데, 분위기에 맞춰 선택해주면 훨씬 생동감 넘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해주기 때문에 속도만 과도하게 높이지 않으면 주행 중에도 오롯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오래간만에 가슴을 짜르르하게 울리게 하는 음악들을 듣고 있으니 정말 ‘어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시트를 눕힌 뒤 음악이나 듣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와달라고 당부하던 기아 담당자의 얼굴이 떠올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행사장으로 되돌아갔다.

매번 시승을 마치고 나면 어떤 것이 좋고 나빴는지를 떠올려보고 기사에 적어보지만, 이번 K8 시승을 마치고서는 오디오와 시트 두 가지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물론 궂은 날씨 덕분에 본격적으로 달려보지 못한 것도 이유일 수 있지만, 그런 아쉬움마저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의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맨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는가? K8의 시트에 편안히 누워 들어본다면, 아마 한 곡 반복으로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될 것이다. 국산 브랜드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매우 높아졌음을 이번 K8 시승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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