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9년도 두 달이 남았다. 올해 여름은 작년 만큼 덥지는 않았다. 대신 그 위세는 꽤나 길었다. 10월 중순에도 반팔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 였으니까. 그리고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시원한 날씨가 되었다. 날씨처럼 시원시원하게 달릴 수 있고, 떠나기 좋은 시절이 당도했다. 그런데 떠나고 달리는 것을 조금 망설이게 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바로 기름값이다.
가격적으로는 고유가 시대?
최근의 기름값 변동 상황은 이렇다. 지난 5월 7일부터 기름값이 올랐다. 그동안 휘발유, 경유, LPG에 부과되는 유류세 인하 폭이 15%에서 7%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9월 1일부터 유류세가 환원되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유류세 15% 할인 전에 비해 휘발유는 평균 리터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는 30원씩 오른 셈. 리터당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번 주유를 할 때 몇 십 리터는 넣게 되니 이게 모이면 꽤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격적으로는 다시 고유가 시대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그렇게 연비에 대한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그래서 최신 차량일수록 더 많은 연료 절약 기술이 들어 있다. 크루즈 컨트롤이 있거나 이걸 넘어 알아서 앞서 달리는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차량도 많다. 이에 더해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면 실린더의 일부를 꺼두거나 정속 주행시에는 아예 기어까지 빼두는 코스팅 모드, 주행 중 정지를 하게 되면 아예 시동을 껐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을 걸어주는 기능도 연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운전 방법을 통해 연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급출발, 급정지 말고도 많다
아마 급출발이나 급정지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란 생각을 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게 기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꽤 많은 방법들이 있다. 또한 지나치게 연비 향상에 집중한 나머지, 큰 비용이 들 수도 있는 위험한 연비 절약법도 공공연하게 돌아 다닌다. 대표적인 것이 연료를 풀로 채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과 함께 온도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주유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 또한 타이어 공기압을 빼고 다니라는 위험천만한, 잘못된 상식들도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 해보겠다. 아침에 주유하는 것이 기름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온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연료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같은 주유 금액이라도 더 많은 연료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상식의 핵심. 낮은 온도에서 액체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엄연한 물리적인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문제. 아무리 일교차가 크다 해도 연료의 밀도에 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주유소의 유류 저장소는 안전을 위해 땅 속 깊은 곳에 매립되어 있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더 합당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트렁크의 짐을 빼라는 것도 뭔가가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은 과유불급
다행히 이건 정확한 상식이다. 스포츠카는 엔진이 낼 수 있는 출력과 토크에 비해 훨씬 가벼운 차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놀라운 가속력을 발휘한다. 또한 자동차는 무거워질수록 성능과 연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강성과 안전성을 가지면서도 연비도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연비 절약 기술들일 것이다. 아마 이쯤이면 ‘가만. 기름도 가득 채우면 꽤 무거우니 반만 채우라고 하던데?’란 이야기가 생각난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이건 사실일까?
사실은 사실인데 주의 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실제로 가솔린 1리터의 무게는 약 740g 정도. 40리터의 연료가 있다면 이 무게만 30kg 가까이 된다. 트렁크에서 가벼운 짐을 빼는 것 보다 연료를 적게 싣고 다니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는 운전자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적은 연료를 간당간당하게 넣고 다니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연료펌프 때문이다. 연료 펌프는 연료탱크에서 액체 상태의 연료를 뽑아 올려 엔진의 앞 부분까지 전달한다.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연료펌프 역시 꾸준히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열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연료펌프의 냉각과 윤활은 다름 아닌 연료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연료의 양이 적어져 냉각이나 윤활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내부의 부품이 마모되며 쇳가루가 생기게 된다.
이 쇳가루는 연료라인을 타고 엔진까지 도달하며 결국 인젝터에 상처를 내거나 손상을 주게 된다. 또한 연료가 부족하면 탱크 아래쪽에 가라 앉아 있는 불순물까지 빨아 올려지게 되고 이 역시 인젝터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디젤차량의 경우 이렇게 쇳가루가 연료라인을 돌게 되면 세척과 수리가 필요한데 거의 준중형 중고차 한 대 가격의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다. 만약 연료가 더 부족해져 연료라인이 비어 있는 상태라면, 시동을 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스타트 모터와 배터리에 무리를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연료탱크에 1/4 이상은 연료를 채워 두는 것이 좋다.
무시할 수 없는 공기의 힘
연료를 연소 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기도 연비에 영향을 미친다. 엔진 내부로 들어가는 공기는 에어필터를 거쳐 불순물이 걸러진다. 만약 이 필터에 먼지가 많이 쌓이게 되면 그만큼 공기의 유입량이 적어질 수 밖에 없고 연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출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는 지속적으로 가속 페달을 더 많이 밟게 되고 결론적으로 연비가 더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 또한 타이어의 공기압도 연비에 영향을 미친다.
타이어 크기에 맞는 적정 공기압 이하로 공기의 양이 유지되면, 그만큼 노면과 맞닿은 면적이 늘어나게 되고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연비도 좋아지고. 반면 아주 낮은 공기압이라면 스탠딩 웨이브 현상으로 타이어가 터져 버릴 수도 있다. 타이어 제조사들이 이야기 하는 적정 공기압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상황까지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여름에는 타이어의 공기압을 빼고 겨울에는 더 넣어주지 않아도 된다. 타이어는 사계절이 아닐지 몰라도, 공기압 만큼은 사계절이다.
그리고 에어컨이 연비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히터는 어떨까? 히터는 엔진의 열을 이용해 작동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연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당연히 온도를 높게 설정하는 것도 연비와 상관 없다(이건 에이컨도 마찬가지). 엔진의 열은 냉각수와 엔진오일이 잘 컨트롤 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엔진오일은 연비에 영향을 미칠까? 최신의 엔진오일의 규격인 ACEA C5는 연비 성능의 향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ACEA C2 역시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튤에서도 특정 제조사가 요구하는 규격에 딱 맞는 엔진오일인 스페시픽 시리즈와 함께 여러 라인업에서 ACEA C5 규격을 만족시키는 제품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엔진오일이 가진 연비 특성에 대한 이야기 해보겠다.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sjlee@ride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