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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모터사이클의 진화, 혼다 슈퍼커브 110

기사승인 2021.07.21  14: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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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높은 성능의 모터사이클이나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을 뽑는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가장 위대한 모터사이클로 혼다의 슈퍼커브를 꼽는다면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도 이유를 들으면 납득이 갈 것이다.

성능도 그리 높지 않고, 구조도 단순한 이 모터사이클을 높이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쉽게’ 모터사이클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수동변속기 모터사이클 입문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클러치를 원심클러치로 바꿔 쉽게 변속이 가능하고, S자 형태의 프레임으로 탑승이 용이할 뿐 아니라 편한 자세, 레그 실드 등의 파츠들로 편의성을 강화하는 등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한 결과 1958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일 기종 1억 대 판매 돌파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달성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초기에는 배달업 등 비즈니스 시장에서만 수요가 있었으나, 점차 클래식(레트로) 모터사이클이 인기를 얻으며 이에 승용 모델로써의 슈퍼커브를 재조명하기 시작해 승용 쪽으로의 판매도 늘려가고 있다. 2018년에는 기존 슈퍼커브 110과 함께 디자인을 강화하고 파츠를 업그레이드한 C125를 함께 발매하며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슈퍼커브가 2021년형으로 새롭게 발매됐다. 단순히 연식변경 정도가 아닌, 차량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이뤄졌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실물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외관에서의 가장 큰 변화점이라고 하면 역시 분리형이었던 방향지시등을 헤드라이트 카울에 일체화했다는 점일 것이다. 컬러풀한 슈퍼커브의 헤드라이트 카울 일부를 가리는 형태였던 기존 방향지시등을 헤드라이트 카울로 매립함으로써 디자인을 더욱 드러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브레이크 리저브 탱크 역시 카울 안쪽으로 수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후면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가해졌다. 리어 캐리어가 은색에서 검정색으로 바뀌어 상용 모델의 느낌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이와 함께 리어 펜더 상단부 역시 깔끔하게 정리되어 캐리어를 탈거하고 승용 모델로 이용하기에도 충분하다. 캐리어와 쇼크 업소버 상단을 함께 고정하는 장착점도 위치가 바뀌었다. 이 밖에도 소소한 변경점들, 프런트 펜더의 형상 변경이나 스텝 주변의 가드 제거, 속도계 케이블 위치 이동 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 변경들로 보인다.

계기판에도 주목할만한 변경점이 있다. 바로 LCD 창이 추가됐다는 것. 물론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속도계는 그대로 이어지지만, LCD가 더해져 보다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표시되는 정보는 기어 단수, 적산거리, 트립미터, 연료계, 평균 연비, 시간으로, 종류가 그리 많진 않아도 트립미터나 평균 연비처럼 도움되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다. 기어 포지션의 경우 상단에 별도의 중립 표시등이 있지만 LCD에 현재 기어 위치를 한 번 더 표시해준 덕분에 정신없는 도심 주행에서 버벅이지 않아 큰 도움이 된다.

엔진은 ‘크다’고 말하기도, ‘작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변경이 이뤄졌다. 기존 보어 50.0mm× 스트로크 55.6mm였던 실린더는 47.0×63.1mm로 바뀌며 배기량이 109cc에서 110cc로 늘어나고 압축비 역시 9.3:1에서 10.0:1로 늘어났다. 성능은 최고출력 9.1마력으로 동일하나 발생구간이 8,000rpm으로 약간 늦어졌지만, 최대토크가 0.9kg‧m/6,000rpm에서 1.0kg‧m/5,500rpm으로 소폭 늘어나는 동시에 발생구간이 빨라졌다. 이러한 변경은 성능의 향상을 위한 목적보다는 유로 5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주행 영역에서의 나아진 가속감을 위해 토크를 약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주행을 해보니 변경된 점들 덕분에 이전보다 시원해진 가속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물론 배기량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이전 모델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라이더라면 이 의견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일상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영역의 성능을 강화하는 것이 요즘 신형 모터사이클의 추세인데, 실용적 성격이 강한 슈퍼커브인 만큼 이러한 추세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어비의 변경이다. 기어비는 숫자가 커질수록 가속 성능에 초점을, 숫자가 1 이하인 경우 연비에 초점을 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이번 슈퍼커브는 기어비가 이전에 비해 1~4단 모두 상승했고, 4단 기어비도 1.071:1이다. 미미한 정도의 성능 향상에도 불구하고 체감할 수 있는 가속 성능 향상이 이뤄진 데는 이 점이 한몫한 것이다. 실제 주행 중 최고속도도 이전보다 5~10km/h 정도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

정말 놀라운 건 이런 변경들에도 불구하고 공인연비가 62.5km/L에서 65km/L로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시내는 물론이고 노들길, 산길 와인딩 코스 등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다양한 구간에서 적잖은 테스트를 진행했음에도 45km/L 전후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도 성능을 높이고 연비까지 높인 건 혼다 모터사이클의 기술력이 왜 최고인지를 또 한 번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리어 쇼크 업소버는 상단 장착점 변경과 동시에 세팅을 이전보다 강하게 바꿨다. 탄탄한 감각이지만 승차감이 불편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무르지 않아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더 향상됐다. 이 또한 기존 상용 중심에서 승용과 상용을 절충한 세팅으로 보인다. 최근 배달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의외로 배달 라이더들이 슈퍼커브보다는 PCX 쪽으로 몰리는 점을 생각하면 슈퍼커브 역시 목표에 대한 변경이 필요하고, 그것이 이번 신형에서 이뤄진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제품 포지션이 조금씩 승용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보다 승용 쪽에 초점을 맞춘 헌터 커브나 크로스 커브와 같은 모델로 라인업을 넓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단지 숙성되기만 한 것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슈퍼커브야말로 위대한 모터사이클로 칭송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음 진화에선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건, 늘 완성형이라 생각했던 모습에서 진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슈퍼커브의 또 한 번의 진화에 박수를 보내며, 머지않아 내연기관이 단종되기 전까진 계속해서 전 세계 사람들의 편리한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슈퍼커브 탄생의 이유이고, 목표였으니 말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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