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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스포츠, 양 쪽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 트라이엄프 스럭스톤 RS

기사승인 2021.03.22  1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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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 스럭스톤 RS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카페 레이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레트로와 스포츠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스타일도 챙기면서 스포티한 주행까지 가능한 것이 이유일 것이다. 카페 레이서를 소유하기 위해선 카페 레이서 스타일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드레스업 파츠 등을 더해 커스텀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대체로 스타일만 흉내낸 제품들에 불과하고, 후자는 비용과 시간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카페 레이서를 소유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원조를 소유하면 된다. 50~60년 묵은 골동품을 사라는 것이 아니다. 카페 레이서가 탄생한 영국, 그곳에서 오랫동안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온 브랜드의 카페 레이서라면 원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트라이엄프가 선보인 스럭스톤(Thruxton)이다.

카페 레이서로 부르는 모델이지만, 사실 이 스럭스톤의 탄생 배경을 되짚어보면 이 차는 원래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짜 레이스 머신이라 할 수 있다. 트라이엄프는 500마일 내구레이스가 펼쳐지는 스럭스톤 서킷의 이름을 따 제품에 붙인 것이며(그리고 그들은 1969년 내구레이스에서 3위를 차지했다), 본네빌 T120을 기반으로 한정 생산됐기 때문에 당시에는 ‘스럭스톤 본네빌’로 불렸으나, 2004년 재출시하며 이름을 스럭스톤으로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인 형상은 네이키드 스타일에 가깝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원래 클래식 네이키드 스타일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레이스 머신인데 왜 페어링이 없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 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초창기 레이스 머신은 원래 저런 모습이었다. 이후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로켓 카울 등이 도입되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되면서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세퍼레이트 핸들과 캐노피만으로도 충분한 역동성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스포츠 모델이니 페어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을 위해 트라이엄프에서 옵션으로 로켓 카울을 내놓고 있으니 장착 모습이 궁금하면 트라이엄프코리아 강동점을 방문해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디자인에선 각이나 직선보다는 완만한 곡선과 원이 주를 이룬다. 헤드라이트부터 계기판, 연료탱크, 시트에서 후미로 이어지는 라인까지 각을 살린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게 클래식 장르의 멋이 아닐까. 휠 역시 예전 스타일 그대로 스포크 방식을 적용했지만, 타이어는 튜브 방식이 아닌, 튜브리스 방식을 채택했다. 스타일은 원형 그대로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실용성을 높인 점이 좋다. 핸들바 끝에 부착된 사이드미러는 멋도 살리면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는 요소다. 등화류는 전후 모두 LED가 탑재되어 전력 소모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

승차감 향상은 기본이고, 하드하게 세팅을 변경해주면 보다 역동적인 스포츠 주행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전면에 브렘보 M50 모노블럭 캘리퍼를 좌우 양쪽에 달았고 후면에는 닛신 2피스톤 캘리퍼를 달았다. 오버 스펙이 아닌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안전을 위해선 잘 설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서스펜션도 전면에 쇼와제 43mm USD BPF를, 후면에는 리저버 방식의 전용 올린즈 쇼크 업소버를 채택했으며 모두 조절식이다. 물론 올린즈를 채용하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개별적으로 장착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고, 올린즈를 장착함으로써 승차감이 향상되는 점을 생각하면 트라이엄프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본다.

브렘보 모노블럭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달아 높은 수준의 제동력을 확보했다.

연료탱크를 비롯해 엔진 커버, 캠 커버, 스프로켓 커버 등은 무광 블랙으로 처리했는데, 일반 페인트 도색이 아닌 페인트 분말을 입혀 고온에서 열처리하는 분체도장 방식을 사용해 뛰어난 내구성과 함께 고급스러움까지 살렸다. 다른 색상들 역시 무광 컬러를 사용해 튀지 않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연출했다.

차체 대부분을 무광 컬러로 처리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클래식한 모델이다보니 기본 구성은 딱히 더 설명할 것 없이 단출하다. 그렇지만 이런 클래식 장르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미는 재미도 쏠쏠한 법. 그러나 뭘, 어떻게, 어디에 달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트라이엄프에서 나오는 순정 옵션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서 설명했던 로켓 카울부터 시작해 차체 곳곳에 장착하는 옵션들이 다양하게 마련돼있으니 보다 쉽고 편하게 꾸미기가 가능하다.

1200cc 수랭 트윈 엔진은 여유로운 크루징부터 스포츠 주행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1200cc 수랭 트윈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7,500rpm, 최대토크 112Nm/4,250rpm의 성능을 낸다. 회전 한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저회전을 유지하면서 달리면 나름의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스로틀을 크게 감아주면 제법 강력한 파워가 차체를 힘있게 밀어준다. 요즘의 슈퍼스포츠 모델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상당히 시원한 가속감으로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핸들바가 최근의 스포츠 모델보다 좀 더 멀리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다만 클래식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포지션에 있어서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시트와 핸들바 사이의 거리가 요즘 모델에 비해 좀 더 긴 편이라 제대로 자세를 잡으면 거의 연료탱크 위에 엎드리게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을 위해 때론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레이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움직임은 스포츠 모델로 분류해도 될만큼 충분히 경쾌하다. 건조중량도 이전 세대보다 6kg 덜어낸 197kg으로 클래식 장르치고는 상당히 가벼운 편에 속하고, 앞 포크는 텔레스코픽 방식을 역방향으로 장착한 덕분에 원하는 만큼 상당히 빠르게 머리를 돌려나간다. 와인딩 코스에서 짧은 코너를 하나하나 공략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라이더라면 앞뒤 서스펜션 세팅으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정확한 세팅을 원한다면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걸 추천한다.

엔진을 낮게 회전시키면 제법 크루저에 가까운 고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저회전으로 고동감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2기통 엔진을 낮은 속도로 회전시키면 크루저 모델에서의 그것과 꽤 비슷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하나의 모델로 스포티한 주행부터 느긋한 크루저의 감각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좌측 핸들바의 버튼으로 주행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주행모드는 로드, 레인, 스포츠 3가지라 제공되어 각각 전용 스로틀 맵이 적용된다. 스럭스톤의 진면모를 경험하고 싶다면 단연 스포츠 모드가 답이지만, 스럭스톤을 처음 경험했거나 이제 막 고배기량에 입문했다면 레인 모드를 주로 사용하며 천천히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자. 트랙션 컨트롤은 기능을 끌 수도 있긴 한데, 모래나 자갈이 깔린 곳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안전을 위해 항상 켜놓길 바란다.

계기판 LCD 창의 글씨는 좀 작은 편.

편의장비로는 도심 주행에서 피로도를 줄여주는 토크 어시스트 클러치, 주행중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시트 하단 USB 충전 소켓, 도난 방지를 위한 이모빌라이저 기능 등이 있다. 계기판 하단에는 LCD 창이 마련되어 기어 포지션, 트립미터, 연료계, 주행가능 거리 등이 표시되는데, 글씨가 조금 작은 편이라 시력이 나쁘다면 좀 불편할 수 있겠다.

‘오리지널’이란 말을 아무데나 붙일 순 없지만, 트라이엄프 스럭스톤 RS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카페 레이서의 베이스가 된 모델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진짜 레이스 머신까지 만들어봤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의 감각이 궁금하다고? 당장 가까운 트라이엄프 매장으로 달려가볼 것. 50년의 시간을 넘어온 오리지널 카페 레이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어설픈 흉내로는 따라갈 수 없는 진정한 카페 레이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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