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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진정한 숙성이다, 혼다 올 뉴 PCX

기사승인 2021.02.25  14: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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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PCX 2021년형

술은 숙성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그렇다고 모든 오래된 술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균을 넘는 일정 이상의 품질을 갖춰야 하는건 물론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용물이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맛과 향은 이전보다 더욱 향상되어야 한다. 그렇게 숙성된 술, 와인이나 위스키 등을 보면 병당 몇십만 원을 훌쩍 넘는건 기본이고 억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 모터사이클 산업의 역사이자 산 증인인 혼다 슈퍼커브 시리즈의 오리지널 모델 C100

모터사이클 중에서도 그런 오래 숙성된 술 같은 존재가 있다. 혼다에서라면 슈퍼커브가 그런 존재일 것이다. 1958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변화를 거듭해오는 과정 속에서도 ‘누구나 타기 편하게’라는 기본 콘셉트와 백본 프레임, 원심 클러치 등의 핵심 장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 세계 수억 명의 이동수단이 되어주었다.

혼다 PCX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며 스쿠터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이제 숙성기간 10년을 조금 넘긴, 슈퍼커브에 비교하면 새파란 꼬맹이 같지만,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그 분야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모델이 있다. 퍼스널 컴포트 살룬(Personal Comfort Saloon), 바로 PCX다. 2009년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커뮤터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며 125cc 스쿠터 시장 전반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혼다 조커와 같은 클래식한 스타일을 지나 스프린터 스타일이 대세를 이뤘는데, PCX가 등장하면서부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갖출 건 갖춘’ 제품을 선호하는 라이더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야마하 엔맥스처럼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스쿠터들이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eSP 엔진 적용, 스마트키 적용 등으로 스쿠터 시장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온 PCX가 2021년을 맞아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돌아왔다. 외관부터 엔진, 성능, 안전 장비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들을 적극 반영한 신제품으로 왕좌를 지키려고 한다. 지난 2월 23일 혼다코리아는 경북 경주에서 ‘혼다 익스피리언스 데이’ 행사를 통해 올 뉴 PCX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헤드라이트는 2세대 전 모델과 유사한 V자 형태지만 중간에 LED 라인을 삽입해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헤드라이트의 변화일 것이다.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의 포지션 램프가 헤드라이트 상단에 좌우로 배치됐던 이전 모델과 달리 이번 신형은 그 전 세대, 큰 V자를 그리는 형태의 헤드라이트에 좌우 2개씩의 LED 라인을 더해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후면부에서는 상하 분리형의 X자 테일램프를 통합시켜 완벽한 X자 라인을 그리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계기판 방향지시등 램프의 위치와 디자인을 변경해 훨씬 세련된 모습이다.

계기판 디자인도 변경되어 속도계 상단 좌우에 위치했던 방향지시등 램프가 좌우 안내창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바뀌며 한결 세련된 느낌을 준다. 머플러 팁 추가와 새로운 엔진 커버 등 포인트의 변경으로 PCX만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달라진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혼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신형 eSP+ 엔진은 유로 5에 대응하면서도 성능을 향상시켰다.

2021년에 출시된 모든 모터사이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유로 5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혼다는 기존 eSP 엔진을 다듬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eSP+ 엔진을 새로 개발했다. 주요 변화로는 흡기 효율 향상을 위해 흡배기 밸브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렸으며, 기존 24mm였던 스로틀 바디의 직경을 2mm 늘리고, 에어클리너는 4.5L에서 4.9L로 확대했다. 유로 5 대응으로 인한 출력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보어는 1.3mm 늘리고 스트로크는 2.4mm 줄여 엔진의 배기량은 유지하면서 숏 스트로크화 했다. 이에 맞춰 크랭크샤프트를 재설계하고, 롤러 베어링을 채택하는 등 부품 재설계를 통해 강성을 늘려 성능 향상으로 인해 크랭크샤프트가 휘어지지 않도록 하고 엔진의 소음과 진동까지 줄였다. 혼다의 고성능 오프로드 모델인 CRF450R에 적용되는 피스톤 후면 엔진 분사 기술을 더해 냉각 성능을 높여 점화시기를 최적화했고, 출력 향상에 맞춰 구동계를 개선했다.

'기술의 혼다'답게 엔진의 긍정적인 변화는 모두 이뤄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친 신형 엔진은 이전보다 0.3마력 향상된 12.5마력/8,750rpm의 최고출력과 1.2kg·m/6,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환경규제에 대응하면 성능이나 연비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신형 엔진의 도입으로 성능 향상과 함께 연비도 기존 53.8km/L에서 55.0km/L로 늘렸다. 역시 ‘기술의 혼다’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전반적인 형상은 동일해보이나 프레임이 바뀌며 움직임이 더 민첩해졌다.

차량의 전체적인 형상은 이전과 거의 같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달라진 점을 또 찾을 수 있다. 바로 프레임이다. 뒷부분은 서스펜션의 기능과 작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일 파이프 구조로 바꿨고, 구조 해석을 통해 파이프 재질, 두께, 직경, 접합 위치 등을 최적화하며 무게를 760g 덜어냈다. 이렇게 달라진 프레임은 전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앞바퀴에 1채널 ABS를, 뒷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와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 기능을 추가하며 안전성을 강화했다.

편의·안전 사양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점을 적극 반영한 변화가 이뤄졌다. 우선 안전을 위한 기능, ABS와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의 추가다. ABS는 1채널로 앞바퀴에 적용되며, 이와 함께 후면에도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해 제동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또한 트랙션 컨트롤의 추가는 미끄러운 노면에서 넘어지는 상황을 방지한다(물론 만능은 아니다). 이 두 기능이 빠지고 이전과 동일한 앞 디스크, 뒤 드럼 브레이크가 적용된 CBS 사양도 함께 발매됐는데, 안전을 높이는 비용으로 31만 원이면 저렴하다. ABS 사양이 정답이다.

리어 쿠션 트레블을 10mm 늘려 충격 흡수량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뒷바퀴 휠 크기가 13인치로 줄었으나 타이어 폭을 10mm 키워 승차감을 높였다.

플로어 스텝은 기존엔 의자에 앉은 자세나 조금 뒤쪽에 발을 두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 신형에선 앞으로 발을 뻗을 수 있도록 디자인이 변경됐다. 또한 승차감 향상을 위해 리어 쿠션의 트래블(작동 범위)을 기존 85mm에서 95mm로 늘려 충격 흡수량을 높였다. 배달이나 퀵서비스 종사자 등 장시간 스쿠터를 타야 하는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변화일 것이다. 휠은 디자인이 바뀌고 앞 14인치, 뒤 13인치로 크기가 변경됐는데, 서스펜션 트래블이 늘어난 것이 이유다. 대신 앞뒤 타이어 모두 폭을 10mm 늘려 승차감과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차체의 전반적인 재설계를 통해 수납함 용량이 늘어났다.

편의기능과 장비로는 우선 정차 시 시동을 잠시 멈춰주는 아이들링 스톱 기능과 편의장비의 대표주자인 스마트키는 그대로 이어진다. 글러브 박스 내 USB 포트는 기존 12V 시거잭 타입에서 C 타입으로 바뀌어 별도의 변환 장치가 필요 없고, 주유구 커버에는 주유 시 뚜껑을 놔둘 수 있는 홈이 추가됐다. 프레임이 새로 디자인되고 엔진 장착 방법이 바뀌며 시트 하단 수납함의 용량이 기존 28L에서 30L로 늘어나 풀페이스 헬멧을 여유 있게 적재 가능(일부 제품이나 부가 장비 추가 시엔 불가할 수 있음)하고, 글러브 박스 역시 용량이 0.2L 늘어난 1.7L로 확대됐다.

체감상의 성능 변화는 없지만 훨씬 민첩해진 움직임과 향상된 승차감으로 장시간 주행도 거뜬없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경주 일대에서 오늘의 메인 행사인 PCX의 시승을 진행했다. 분명 성능이 늘어났지만, 0.3마력 정도의 변화를 사람이 직접 체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PCX와 출력이나 가속감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앞서 설명했듯 환경규제 대응으로 성능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잡는 어려운 일을 혼다는 해낸 것이다. 부드럽지만 힘있는 초반 가속을 지나 중속대를 거쳐 고속에 가까워질 때까지 PCX는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붙인다. 고개를 오르는 꽤 경사 높은 오르막에서도 60km/h까지 거뜬하며, 평지에서는 규정 속도인 80km/h까지 상당히 균일하게 속도를 올려붙이는 편이다. 참고로 시승한 기자의 체중이 93kg 전후임을 감안할 때 보다 가벼운 라이더라면 훨씬 경쾌한 가속감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수한 밸런스와 경쾌한 움직임이 와인딩에서도 즐거운 라이딩을 만든다.

프레임의 변화로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졌다. 단계로 구분하자면 가벼움과 중간 사이 정도로 봐도 좋겠다. ‘중간 정도’, ‘중립적’이라 말하기엔 가벼운 편이지만, ‘날카롭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닌 수준인 셈이다. 원하는 방향을 잡으면 묵직한 느낌 없이 빠르게 머리를 돌려 돌아나가는 것이 마치 예전 유행하던 스프린터 타입의 스쿠터를 탄 듯하다. 125cc 스쿠터로 와인딩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 PCX라면 가능하다. 다만 긴 코너보다는 짧은 코너가 많은 코스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변화 중 하나로, 덕분에 장시간 주행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충분히 편안한 포지션의 PCX지만 새로운 플로어 스텝 덕분에 발 위치를 바꿀 수 있어 다리의 피로도를 크게 줄여준다. 서스펜션 트래블을 늘린 덕분인지 터널 출입구 주변 요철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몸으로 올라와야 할 충격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지금도 충분한 수준인데 이보다 더 향상된 승차감을 원한다면 뒤 서스펜션을 고가의 사외품으로 교체하는 수 밖엔 없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PCX의 자리를 빼앗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터사이클 관련 커뮤니티에서 초심자가, 125cc, 스쿠터 추천을 요청하면 거의 대부분 PCX를 권한다. 품질, 성능, 내구성, 저렴한 유지비 등 이유는 다양한데, 그 모든 이유들이 오랜 시간 수많은 사용자의 손에서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런 PCX가 또 업그레이드됐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숙성이다. 시간을 거듭하면서 도태되고 변질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진화하며 더욱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보여줄 PCX의 저력, 그리고 그 후에도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릭으로 이어지는 PCX의 이름은 모터사이클 역사에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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