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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LS엠트론 MT4

기사승인 2020.03.12  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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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이란 매체의 특성상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자전거, 일렉트릭모빌리티 등 참으로 다양한 탈것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퀴달린 탈 것 중에 한 번도 시승기가 나오지 않은 카테고리가 있다. 다름 아닌 농기계다. 가장 대표적인 트랙터로 잘 알려진 이 농기계들은 비록 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리지는 못하지만 바퀴가 달려있고 엔진이 달린 엄연한 탈것이다. 하지만 일반 자동차기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딱히 경험하기도 힘든 영역이었다. 그렇다고 상용차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익숙한 영역도 아니다. 그야말로 농기계는 큰 카테고리에서 자동차군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승용과 상용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카테고리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전화를 한 통 받았다. LS엠트론이 유틸리티 트랙터인 MT4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시승을 좀 요청하고 싶은데 혹시 라이드매거진에서 가능하겠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런 부탁을 왜 우리에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퀴가 달렸고 엔진이 심장인 그런 탈것을 우리 매체에게 부탁하는 것이 왜 이리 낯설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잠깐의 고민 뒤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하긴 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니 람보르기니도 시작은 트랙터 아니었던가!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의 시작 얘기를 할 때 매번 반복되어 나오는 탈것이 바로 트랙터라는 기억이 나자 오히려 이 행사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행사가 일정대로 잘 진행될지 의문이었지만 행사는 다행히도 취소되지 않고 진행됐다. 이른 아침 전라북도 완주까지 이동해 방문했던 LS엠트론의 기술교육 아카데미에는 행사의 주인공인 MT4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첫인상은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 중 하나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트랙터라고 하면 흔히 자동차의 시승기를 쓰듯 이런 디자인적인 얘기나 첫인상 같은 얘길 하는 것이 맞나 싶긴 한데 MT4는 그런 얘길 해도 크게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실물을 보고 설명을 듣고 조금씩 경험해보다 보니 “아 이래서 이 사람들이 자동차 기자들을 이곳까지 불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서 진행된 제품 설명회에서 LS엠트론 측이 제작한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낯설었던 단어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했지만 조금씩 보니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신기하고 놀라운 자료들이었다. 기자들에게 낯선 농기계의 시장 현황과 메이커들, 그리고 모델, 특성 들을 꼼꼼히 설명해 놓은 자료들을 보면서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LS엠트론이 국내 트랙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의 메이커고 전 세계 40개국 이상의 국가로 수출이 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그리고 브라질의 공장에서 연간 5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회사라는 자료를 보며 조금 놀랍기도 했다. 신기했던 이유는 설명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스마트 농업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면서였다.

일반적으로 트랙터라고 하면 아직도 농경지에서 어렵고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상대적으로 자동보다는 수동이 더 어울려 보이고 스마트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푹푹 빠지는 논밭에서 장화를 신고 트랙터를 모는 농민의 모습을 떠올리면 일단 대단하다, 고생한다, 저런 분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농업이란 설명을 들으면서 나온 단어들은 귀를 의심케 했다. 클라우드, 자율주행, 빅데이터, 드론, 네트워크, 로봇 등의 단어가 나오는 스마트 농업과 관련된 설명은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농사와 관련된 설명이 맞나 싶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이 시장과 트랙터라는 탈것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실외로 장소를 옮겨 행사의 주인공인 LS엠트론의 MT4를 경험해보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가한 기자들 중에서 농기계를 경험해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가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운전을 경험하도록 도와줬다. 시동을 거는 것부터 기어를 넣는 것까지 도움을 받다보니 면허를 따던 옛 기억도 나고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다리 구조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문이 열렸고 커다란 케빈과 마주할 수 있었다.

공기유압식으로 조절되는 시트에 앉아보니 고급스러운 버스 운전석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뻥 뚫린 것과 같은 엄청난 개방감이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고개를 움직여 앞뒤로 보고 싶은 어떤 것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캐빈 구조는 그야말로 시야확보를 위해 최고의 구조였다. 이 정도 시야각에 사각지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쾌적한데 특히 정면부의 유리 상단이 아치형이라 보기에도 좋고 시원스러웠다.

조정석을 보면서 “아 이것은 자동차와 비슷하네, 아 이것은 이렇게 생겼구나, 아 이것은 아무래도 이것 인거 같고... 아 이건 또 뭐지?”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하게 봤던 경운기를 생각했던 것과 MT4의 수준차이가 너무 컸다는 사실이다. MT4의 기계적인 부분과 기억 속의 경운기와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운전 공간에서 에어컨과 오디오, 냉장고, 다양한 그림으로 알기 쉽게 기능과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디지털 계기판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중에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토끼와 거북이 아이콘으로 그려진 조속레버의 표현이었는데 폭스바겐의 골프 GTI에서 봤던 토끼로고가 생각나 살짝 웃음이 났다. 골프야 워낙 잘 달리는 차로 정평이 나 있어서 토끼 로고를 그려놔도 수긍이 가지만 트랙터에 토끼라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웃음은 시승을 하면서 사라졌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우선 이 거대한 크기의 MT4를 움직이는 것은 LS엠트론이 자체적으로 만든 디젤엔진이었다. 실내에서 진행된 회사 설명에서 LS엠트론 측은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작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MT4에는 배기량 2505cc의 4기통 CRDI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모델의 제원을 보면 살짝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는데 배기량에 비해 마력이 매우 낮은 58.9PS 이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마력과 체감하는 마력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날 시승에서 MT4의 힘에 놀라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변속기였다. MT4의 변속기는 파워셔틀 변속기로 전진 28단과 후진 28단으로 일반 자동차의 변속기 수치에서는 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언뜻 보면 왜 이렇게 단수를 세분화 해놨는지 이해가 안 갈수 있겠지만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다양한 저속의 필요성을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간단한 조작만으로 매우 천천히 갈 수 있는 0.23km/h부터 최대 최대 30.61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주행을 해보면서 앞서 설명했던 조속레버의 토끼와 거북이 그림을 다시 언급할 수 밖에 없다. 기어를 넣고 주행을 하면서 이 토끼와 거북이 그림이 그려진 조속레버를 사용하면 좀 더 미세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특히 가장 고속의 기어에서 토끼 그림이 그려진 조속레버를 작동시키면 MT4는 마치 트럭이 튀어나가듯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는지 궁금해서 작동시켜 봤다가 정말 깜짝 놀랄만한 주행성능을 보여줘 신기할 따름이었다.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조금씩 움직여보니 운전석에 레버들이 워낙 많아 복잡하고 어려울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고 어렵지 않았다. 특히나 변속레버가 주 변속레버와 부 변속레버로 나눠져 있고 조속레버까지 따로 있어 복잡할지 알았는데 익숙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또한 운전에 조금씩 익숙해지니 다양한 속도로 움직이거나 다양한 레버들을 작동해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은 쉬웠다. 수동변속기의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였고 막상 경험해보니 담당자들이 왜 노인분들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승을 해보면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해도 빨랐는데 많은 장점들이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고 사용하기 쉽도록 적용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한 가변형 뒷차축은 자신이 짓는 농사의 특징, 이를테면 고랑의 넓이 등에 맞춰 차축의 넓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작업환경에 트랙터의 성격을 변경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농사의 성격과 환경에 맞게 트랙터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장점 때문에 농사의 성격이나 환경이 다른 전 세계의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역회전으로도 돌아가는 PTO 같은 기능은 몰린 흙을 정리하거나 사용 중 PTO에 엉켜버린 작물 등을 사용자가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외장형 유압 실린더를 적용해 어떤 작업기를 분리하고 체결하더라도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무리 귀농 인구들이 있다고 해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많이 빠져나가 노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이 같은 기능들은 힘이 약한 장년층 사용자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자가 자신 있게 설명하는 요소들이 이 모델이 얼마나 오랜 시간 현장에서 나온 피드백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불구칙한 노면에서 작업 중이더라도 차체가 항상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수평제어 기능은 농민들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LS엠트론의 배려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오전에 진행된 간단한 주행경험을 마치고 오후가 되자 본격적인 포장지로 이동해 MT4의 진짜 성능을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한눈에 보더라도 진흙이 많아 푹푹 빠지는 포장지의 상황은 아무리 큰 타이어를 끼우고 오프로드에 자신 있다고 외치는 자동차를 타고 오더라도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MT4는 이런 노면을 거침없이 지나갔다. 앞에 경험한 기자가 갔던 코스든 가지 않았던 코스든 상관없었다.

노면의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 까지 갈 수 있었고 특히나 수평제어 기능이 있어서 노면의 상태가 아무리 거칠어도 케빈 속 운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그렇게 험하지 않았다. 여기서 아까 이해가 가지 않았던 마력에 대한 이해가 확실하게 되는데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마력은 농사를 짓는 이런 환경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상 수백마력을 가진 차량을 이런 곳에 가져다 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고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MT4를 타고 양 쪽에 흙무더기가 있는 곳으로 움직여 로더를 이용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담당자가 알려주는 대로 로더에 흙을 담아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는 경험을 해봤는데 처음에는 다소 어렵다가도 한 두 번 해보니 몸에서 감이 와 나중에는 오히려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과학상자나 RC를 통해 조종기를 움직여 장난처럼 경험해보던 것들을 실제 현장에서 실제 트랙터로 해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마도 기계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 현장에서 “이참에 귀농이나 할까?”라는 우스갯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담당자가 해주는 “매우 잘 했습니다!”라고 칭찬을 들으며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고 무거운 흙더미가 간단한 조작으로 이동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묘한 쾌감도 느껴졌다.

“자 이번에는 저쪽까지 마음껏 달려보세요. 여길 아무렇지도 않게 달릴 수 있는 차는 아마도 이것 밖에 없을 겁니다.” 담당자가 자신 있게 말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말도 안 되는 지면을 박차고 나가봤다. MT4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진흙 밭을 달려 나갔다. 험로에서 오프로드 차량을 타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이런 경험을 언제 또 어디서 해볼 수 있을까.

아무리 오프로드의 명가인 차들이 오더라도 이 정도의 환경이라면 맥을 못 추고 견인차를 불러야 했을 것이다. 푹푹 빠지는 지면에서 여기저기 진흙을 튀기며 달려 나가는 MT4의 케빈 안에서 이 탈것의 진정한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해외 시승에서도 느낄 수 없던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경험이었다.

이번 시승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말 그대로 “고정관념의 타파”였다. 기자의 머릿속에 있던 농기계의 개념이 얼마나 구닥다리의 옛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고 막연히 낙후되었다고 생각했던 농사의 개념이 얼마나 현대화와 자동화로 발전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새롭게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장비가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게 할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LS엠트론의 MT4가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국내 1위가 아닌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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